네 살에 작곡한 모차르트 같은 이들을 제외하면, 대개지식 수준은 헌신한 노동의 시간과 질에 의해 결정된다. 사유 자체가 중노동이다. 획기적인 문제의식은 노동의 산물이다. 여기에 선한 마음이 더해진다면 인간의 기적이요, 공동체의 축복이다. 공부를 잘하는 방법? 지적으로, 정치적으로빼어난 글을 쓰는 방법? 득도 수준으로 몸을 훈육하는 것이첫 번째다. - P151

밀스가 좋아한 용어인 ‘기예(craft)‘는 세 가지 조건을 함축한다. 외롭고 지루한 노동, 완성도에 대한 비타협성, 창의력. "기존의 집단 문화에 저항하라.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방법론자가 되자.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이론가가 되고, 이론과 방법이 지식(craft)을 생산하는 실천이 되도록 하자." - P151

댓글, 혐오 발화나 키보드 워리어의 ‘긴 글‘, 블로그의 ‘편안한 글‘ 등이 쓰기로서 공부와 거리가 있는 것은, 형식의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소위 "아무 말 대잔치"는 아무 말이나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논리가 없다는 말이다. 여기서 논리란 ‘논리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말의 맥락,
상황, 적절성, 연결, 성장, 확대, 넘어섬 등을 의미한다. - P154

생각과 읽기가 공부의 주요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수학처럼 좋은 사례도 없을것이다. 남이 풀어놓은 것을 이해하는 능력(읽기)과 자기가직접 푸는 능력(쓰기)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수학 점수가안 오르는 지름길이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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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를 비난했다.
"안마 일 오래 하셨다면서요. 그런 것도 몰라요? 안마 헛배셨네." - P232

수선하기우여곡절 끝에 호텔에 도착했다. 시간을 보니 저녁 아홉 시였다. 버스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몸은 무척 피곤했다. - P91

그러자 온 가족이 짠 것처럼 "당연히 도와야지!" 하고 합창했다.
그 상황이 뭉클했다. - P93

나는 눈먼 어머니의 교육관을 듣고 감동했다. 그녀는 기회만있으면 아이들을 데리고 외국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비록 자신들은 캄캄한 세상에 살지만 아이들만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살길바라는 마음에서라고 했다. 그들은 누구보다 건강한 부모였다. 나는 눈먼 부모를 가진 자매가 부러웠다. - P94

베트남 나트랑에 도착한 때는 새벽 두 시였다. 다섯 시간을 쓰러지듯 잠들었다가 기상해 호텔 로비에서 로컬 가이드를 기다렸다. 11월의 나트랑은 한창 우기였다. 아침 기온은 서늘했고 물기 머금은공기가 묵직했다. 새벽부터 시끄럽던 오토바이 경적이 잠잠해져 있었다. 출근 시간이 지난 까닭이었다. - P97

"언니는 꿈을 이루고 사네요.‘
" - P100

그는 작은 목소리로 "유어 드링크." 하고 내가 두고 온 맥주와음료를 슬쩍 가져다주고 갔다. 뭉클했다. 내가 장애인이기에 받을수 있는 배려였다. 이런 뜨거운 차별이라면 나는 얼마든지 비주류로 남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03

유난히 하루가 길고 지치는 날이 있다. - P105

그때였다. 기체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토록 기다렸던 순간이온 것이다. 기장은 방송으로 난기류 구간임을 알렸고 승무원들은기내 서비스를 중단했다.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방송이 연신 나오고, 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가 갑자기 솟구쳤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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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에게

서로를 운명이라고 부르는 커플을 만났어요. 둘은 종교가 달라서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에서 결혼을 하기 위해 도망 중이래요.

당신의 코흘리개

렌틸콩 수프를 끓이기로 했어요. 소년이 감기에 걸렸거든요. 내가 감기에 걸릴 때마다 나나도 렌틸콩 수프를 끓여주었죠. 나나가 남긴 요리법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나는 떠나지 말았어야 해요. 피란 같은 건 가지 말았어야 해요. 나나와 조로를 뒤로하고 떠나지 말았어야 해요.

조로를 묻어 주었어요.

나는 의적이 되지는 못했지만 지금 검은 옷을 입고 있어요. 조로가 아직 빠르고, 내가 아직 한 가지 검정색밖에 몰랐던 그때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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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자 기주영은 후드 모자를젖히며 친히 덧붙였다. - P161

"일단 박희진 감독 사무실 먼저 가보자."
"갔는데 감독이 없으면?"
리라 언니가 되물었다. - P160

[정하준 배우님, 영화 <지옥보다 낯선> 캐스팅 관련하여 말씀드립니다.] - P168

저는 제 능력이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부모님 역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 체질이 돈이 될 수있다는 걸요. - P188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손가락들을, 손가락이 달린 팔을 잘라버리려 합니다. 온통 기억들이에요. 물건의 기억들이 저를 좀먹고 있습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요. - P193

자신이 AI라고 믿는 남자는 의족을 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AI로 만든 게 원장이라고 믿었다. - P197

-전 소라씨를 믿어요. 그럼 병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말해보시겠어요? - P199

"소라는 이곳에 있어." - P207

"저는 돈을 빌리러 온게 아니에요. 소라씨를 만나고 싶습니다. 대화를 하고 싶어요."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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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우리는 젊고 가난했다. 첫 에세이집인 『온전히 나답게』라는 책이 나올 무렵이었다. - P56

그 시절 우리의 가난이라는 것은 어딘지 낭만적인 데가 있었다. 그 가난은 뭐랄까... 막막한 동시에 깔끔했다. - P58

우리에게는 돌발상황이 변수가 가장 무서운 것이었다.
그 시절 나는 적건을 코앞에 둔 야전사령관처럼 살았다. - P61

우리는 지금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을 체험하는 거야. - P54

이제 내게는 케이크를 구울 시간 같은 것은 없다. 나는 그 시간을 돈과 맞바꾸었다. 돈을 버느라 너무 피로한나머지 좀처럼 케이크를 구울 마음이 솟지 않는다. 뭐, 그래도 괜찮다. 케이크는 이미 충분히 구웠다. 그리고 케이크를 구울 수 있는 시간은 곧 다시 돌아올 것이다. - P67

지금은 그런 시절이 있었음을, 그러니까 나의 가난을감사하게 생각한다. 추운 방에 텐트를 쳐놓고 넷이 껴안듯 누워 동화책을 읽던, 볼이 붉게 물든 아이들이 따뜻한숨을 내쉬며 깊게 잠들던 그 겨울밤들을 소중한 기억으로간직하고 있다. - P67

잠시 후 남편과 딸이 집으로 돌아왔다. 세상에 수능을 못보다니. 늦잠을 자서 수능을 못보다니. 그게 내 자식이라니, 뭐라고 욕을 할 수도 없었다. 나도 수능 날 늦잠을 잔 엄마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시험장 입실 마감 시간도 몰랐던 엄마이기 때문이다. 알람조차 맞추지 않았던엄마이기 때문이다. - P77

당혹스러웠다. 아이의 성적에 대한 실망과 나 자신에대한 실망이 교차했다. 하지만 실망하긴 아직 일렀다. 나는 이제부터 내게 있는 줄 몰랐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체했던 무수한 편견과 무지와 오만과 가식과 위선을내 아이들의 인생을 통해 발견할 예정이었다. - P82

요는, 여왕 역시 똑같다는 사실이다. 그에게 애초에어두운 욕망이 없는 게 아니다. 단지 최선을 다해 그것을억누를 뿐이다. 유혹에 흔들릴지언정 적어도 무엇이 옳은지를 그는 알고 있다. 나는 여왕의 그 얼굴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아이를 미워할 때 내 얼굴도 그것과 비슷했으리라.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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