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은 저렇게 밝은 것이었다.
저렇게 큰 눈으로 지구를 내려다보는 것이었다. - P119

비행기가 착륙할 때 보았다.
8천미터 상공에서 잃어버렸던자기 그림자를 활주로에서다시 만나는 것이었다. - P120

그림자는 땅에 있다.
모든 그림자는 지구에 있다. - P121

한세상 살다가 다른 세상 안으로 들어가기도 어렵다. 지금 여기가 어디의 안인지, 또 어디의 바깥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 P123

바다는 태양이 아니라 지구의 중심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네가 말하는 것은 맞을 뿐만 아니라 옳기까지 하다. - P125

괘종시계 바늘이 9시 근처에서못 올라가는 기색이 보일라치면식구 중에 먼저 본 사람 얼른 일어나까치발을 하고 태엽 끝까지 감아주던그런 시절이 있었다. - P129

죽음을 살려내야 한다.
죽음을 삶 곁으로삶의 안쪽으로 모셔와야 한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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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질이 뭐야?" 샘이 물었다.
"설사병." 세이디가 목소리를 낮췄다. "우리도 처음엔 몰랐어." - P38

"동&봉 뉴욕스타일 피자하우스‘ 동하고 봉은 우리 할아버지할머니 이름이야. 한국어로는 딱히 웃긴 이름은 아닌데. 이를테면 잭과 질 같은 거지." 샘이 말했다. "가게는 K타운의 윌셔에있어." - P39

다른 사람하고 같이 노는 것은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 그것은속마음을 열고, 나를 드러내고, 그 때문에 다치더라도 감내하겠다는 뜻이다. 개로 치면 배를 드러내고 누워 꼬리를 흔드는 셈이다-네가 나를 해코지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걸 난 알아.
그리고 이 개는 주둥이를 들이대고 내 손을 마구 핥지만 절대 물어뜯지는 않는다. 같이 노는 것은 신뢰와 사랑을 필요로 한다. - P44

"아가, 나중에 가면 그 얘기가 나올 테고, 그럼 그 친구 마음이상할 수도 있어, 그 친구가 네 의도를 진정한 우정이 아니라 자선이었다고 생각하게 되면." - P47

"자바를 존중해? 아 진짜, 누군지 몰라도 좆까라 그래. 하여간.
자기 자신을 흥분시키는 언어를 고르라고." - P51

시구가 몇 구절씩 화면 상단에서 떨어지고, 화면 하단을 따라 움직이며 잉크를 쏘는 깃털 펜을 이용해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 맞게 시구를 순서대로 쏘아 맞혀야 한다. 그렇게 시를 몇 편 완성하여 레벨을 클리어하고 나면, 애머스트 생가에 있는 에밀리의 방을 꾸밀 수 있는 포인트를 얻는다. - P55

샘은 무시할 수 있었지만, 어린 시절 공유한 게임에 대한 언급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것은 같이 놀자는 초대였다.
세이디는 뒤로 몸을 돌렸다. - P64

세이디는 메모를 반으로 접고 겉면에 README라고 적었다.
샘이 이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넣으면 화면은 온통 미안해, 샘으로가득찰 것이다. 만약 샘이 세이디의 사과를 받아들이면 프로그램은 끝난다. 반면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프로그램은 샘이 사과를 받을 때까지 반복될 것이다. - P74

"항상 명심하렴, 우리 세이디. 인생은 아주 길어, 짧지만 않으면." 세이디는 그 말이 동어반복이라는 걸 알았지만, 어떻게 보면 그 말은 진실이었다. - P76

"웬 남자의 페티시 모음집인 게임을 하고 싶진 않은데요." 세이디가 말했다. - P81

"네가 뭔 상관이야? 우린 진짜 친구도 아닌데, 기억 안나?" 세이디는 샘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그리고 사전에 연락도없이 남의 집에 불쑥 나타나는 건 실례야." - P89

"걔가 갖고 싶어하는 건 걔네 부모님이 다 사줄 텐데요. 봉투뒷면에 그린 그딴 시시한 그림이 갖고 싶겠어요?" 샘이 말했다.
"그러니까 말이다." 동현이 말했다. "원하는 건 부모님이 다사줄 수 있으니까." - P93

"왜냐하면, "샘은 말문을 열며 생각했다. 이 단어를 클릭하면 그뜻을 설명하는 링크가 전부 뜹니다. 왜냐하면 넌 나의 가장 오랜 친구니까. 왜냐하면 옛날에 내가 바닥을 쳤을 때 네가 나를 구했으니까. 왜냐하면 너 아니었으면 난 죽었든가 어린이 정신병원에 갔을 테니까. 왜냐하면 너한테 빚이 있으니까. 왜냐하면 내 맘대로 우리가 함께 엄청난 게임을 만드는 미래를 꿈꾸고 있으니까, 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만 한다면. "왜냐하면, "샘은 버벅거렸다. - P101

우리는 다시 걸어서 시내로 돌아왔어요, 돌아오는 길에샘이 진지한 얼굴로 저를 보면서 이러더군요. "세이디, 나중에 이 이야기를 하게 되면 내가 너한테 유리꽃 전시장에 가자고 했다고 말해줘. 문이 닫혀 있더란 얘기는 빼고." 신화, 전설, 일화, 뭐라 부르든 하여간 그런 게 샘한테는 항상 최고로 중요했어요. 그러니까, 이런 얘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샘을 배신하는 셈이네요. - P113

훌륭한 도둑이 되는 비결은, 늘 느끼는 거지만, 극도로 두꺼운 낯짝이었다. 그 주 후반에 샘은 하버드 대학생협에서 컬러 마커 한상자를 훔쳤다. 마크스가 준 거대한 코트의 거대한 주머니에 그냥슥 넣고 유유히 문밖으로 걸어나왔다. - P117

"바로 그거야. 내가 공주님을 구할 수 있었어, 침대에서 몸을일으키는 것조차 버거웠을 때에도. 그래, 난 부자가 되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어. 너도 알다시피 난 바닥 모를 야심과 욕망의 구렁텅이지. 하지만 그러면서도 뭔가 기분좋은 걸 만들고 싶어. 우리같은 꼬마들이 잠시나마 자신의 문제를 잊은 채 플레이하고 싶어할 만한 것을." - P119

그러나 그때쯤엔 이미 자신들의 후원자 마크스와 연극 공연은 세이디의 안중에 없었다. 세이디는 자신이 만들어낼 폭풍우를 상상하는 중이었다. - P125

*
‘실제 인과관계가 없는 기묘한 우연의 일치를 일컫는 칼 융의 심리학 용어.
136

봉자는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다. "넌 백 퍼센트 완벽하고 훌륭한 한국 아이야, 이 할미가 사랑하는."
빨간불에 걸리자 봉자는 샘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이어서 이마에 뽀뽀하고 그다음엔 유대인 촌의 부처처럼 동그랗고 달콤한 양쪽 뺨에도 뽀뽀했다. 샘은 할머니의 거짓말을 토 달지 않고 받아들였다. - P145

그러나 마크스가 가장 잘한 일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는 두 사람을 믿었다. 마크스는 이치고를 아주 좋아했다. 샘을 아주 좋아했다. 세이디 역시, 점점 좋아하게 되었다. - P153

"그게 그렇게 만만하면 네가 저 빌어먹을 폭풍우를 한번 구현해보든가!" 세이디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았고, 일단 혼자가 되자 두 눈에서 아주 쉽게 폭풍우가 만들어졌다. - P159

샘이 세이디와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만난 날로부터 거의 1년이 지난 후, <이치고가 완성됐다. 샘이 약속했던 것보다 3개월반이 더 걸렸다. - P169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샘은 <이치고>와 세이디 얘기를주절주절 늘어놓았고, 게임을 하지 않는 안데르스는 샘을 멍하니, 그러나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자네는 사랑을 찾은듯하구먼?"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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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가 스스로를 메이저라 칭하기 전에는 샘슨 메이저였고,
샘슨 메이저Mazer이기 전에는 샘슨 매서Masur였으며 단 두 글자를 바꿈으로써 겉보기에 멀쩡한 유대계 청년에서 세계 창조 전문가로 변신했다-어린 시절에는 샘이었고, 할아버지 가게에 있는 <동키콩> 오락기 속 명예의 전당에는 S.A.M.으로 올랐지만,
어쨌든 대체로는 샘이었다.

막 시야에서 사라지려는 찰나, 세이디가 돌아서더니 샘에게 달려왔다. "샘! 너 아직도 게임하니?"
"그럼." 샘은 좀 과하다 싶게 열정적으로 응답했다. - P25

"자." 세이디가 3.5인치 디스켓을 샘의 손에 쥐여주었다. "이거 내가 만든 게임이야. 아마 넌 무시무시하게 바쁘겠지만 혹시시간 나면 한번 플레이해봐. 네 의견이 무척 듣고 싶거든." - P26

헤어질 때 마지막으로 던진 말이었다. "자네에겐 놀라운 재능이 있어, 샘. 하지만 무언가를 잘한다는 게 꼭 좋아한다는 것과 동의어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둘필요가 있지." - P27

마크스가 코트를 걸쳤다- 세이디 것처럼 낙타색 코트였다.
"네 친구 진짜 죽인다. 어쩌면 천재일지도. 그런 놈은 또 어떻게알게 됐어?" - P29

샘을 처음 만난 날, 세이디는 언니 앨리스의 병실에서 쫓겨난상태였다. 앨리스는 열세 살답게 기분이 오락가락했고, 한편으론암으로 죽어가는 사람답게 기분이 안 좋았다. 이들 자매의 어머니 섀린은, 하나의 몸뚱이로 사춘기와 암이라는 이중 폭풍 전선을 붙잡고 싸우는 건 감당하기 벅찬 일이라며 앨리스에겐 아주많은 양의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아주 많은 양의 자유란세이디에게는 앨리스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대기실에 있어야 함을 뜻했다.

세이디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 진짜 잘한다. 난 네가 죽은다음에 하지 뭐." - P34

"너 좀 이상한 애구나." 샘의 말투에 흥미와 관심이 묻어났다.
"나도 알아." 세이디가 말했다. "발을 절단해야 할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빌어, 샘. 그나저나 우리 언니는 암이야."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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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말을 좀 믿겠어?
"아니, 갑작스럽게 무릎 속에서 말해 봤자 누가 믿어요, 그걸." - P213

그런 건 인간의 기준일 뿐이야. 우리에겐 훨씬 더 심도 깊고 유능한 선별 시스템이 있었지. 시스템의 결정은언제나 옳아. 선택된 자들은 선택되지 않은 자들보다 공동체에 덜 기여한다. 그건 확실해.
"확실하긴 뭐가 확실해요. 고등하다더니 순 엉터리네 - P215

…………너는 정말로 지구인이구나. 그래, 내가 지켜본 지구의 역사도 그랬다. 옳지 않은 것이 있으면 따지고 덤비고, 흐르는 피를 아까워하지 않고 싸웠다. - P217

딱히 어려운 일은 아냐. 그냥 지금처럼 달리기만 하면된다. 운동에너지는 내가 알아서 흡수할 테니까. 정말 조금만 있으면 된다. - P219

아니다. 거길 오가는 많은 사람들을 지켜봤지만 너는꽤 잘 달렸어. 그런데 매일 뛰어서 어디로 가고 있었던거지? 그 늦은 시간에.
"어딜 가긴요. 그냥 달렸죠. 할 일이 없으니까." - P221

달리기는 보통 해가 지고 나서 시원해진 시간을 택했으므로 아침엔 아르바이트를 했다. 무릎에 외계인이 사는 것과는 별개로 나도 먹고살아야 했으니까 - P226

"어딜 가냐니까요?"
이번에도 대답은 없었고 그제서야 깨달았다.
"다 모인 거예요?"
그래, 이 정도면 지구의 중력쯤은 충분히 벗어날 수있어. - P231

나 오늘 비눗방울 되는 약 먹었어.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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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예감은 결국 현실로 닥쳐왔다.
진평강 하류에 떠내려온 두 사람의 시신을 처음 발견하고 신고한 건 여름 보충수업에 등교 중이던 진평고 학생들이었다. 두 남녀의 시신은 엉켜 있어 끌어안고 있는 듯 보였고 사체를 뜯어먹는 다슬기가 얼굴을뒤덮고 있었다. 8월 초 무더운 여름날 높은 수온으로 부패가 빠르게 진행된 상태였다. 남자는 진평 소방서구조대 반장 최창석이었고 여자는 작년에 진평으로 이사 와 미용실을 운영하던 전미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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