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안 두는 게 나을걸요." - P11
이와 같은 시선으로 문학을 읽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것들이 있다. 인물들이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거나 말하지않더라도 내내 주변을 맴도는 것들, 직접적으로 보여 주지않더라도 끊임없는 연상을 도모하는 이미지들이 있다. 작품안에서의 시선이 오래 머문 자리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있다면, 나 또한 눈여겨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몇가지의 단서를 발견했다면 이제 나의 글을 위한 방사를시작할 차례이다. - P234
셰익스피어의 희극에서 사랑에 빠진 이들을 두고 테리이글턴은 이렇게 말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극은 사랑에빠진 인물들이 가장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이고,가장 진실하면서도 가장 허위적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보여준다. - P196
시집이 꽂힌 책장 앞에 설 때면 언제나 마음이 부풀었다.안녕하세요, 집 보러 왔어요. 닿지 않을 인사를 건네고시집의 문을 열면 집집마다 모두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어떤 집에는 남다른 말맛으로 재밌는 요리를 내오는 사람이있었다. 만족스러운 웃음으로 다음 집의 문을 열면 그곳에빛과 계절이 닿은 자리를, 기다리는 이가 있던 자리를더듬어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왼편에 한참을 머물러있기를 좋아했다. 그런 이들이 사는 집을 좋아했다. 그 집참 좋더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집이라고 자주 말하곤했다. 한 번 가 보는 게 어때, 직접 문을 열어 주기도 했다. - P221
근 몇 주 가까이 책 한 권을 끊김 없이 완독하기가 어려워 예닐곱 권을 섞어 읽었다 마치 이 책 표지의 고운 디저트들처럼 여러 권의 책들을 흐트러져도 예뻐 보이게 침대 위에 늘어놓고 고심해 골라 몇 페이지 씩 번갈아 읽곤 했다 조도를 맞추고 인센스를 태우고 손을 씻고 핸드크림도 바르고 나름의 의식처럼 정갈하게 정성들여서 왜 그렇게 까지 하냐면 좋아하는 행위에 예를 다하는 것은 애심의 전체이기도 하니까 #한은형 작가의 장편 #레이디맥도날드 는 여러 권의 책들을 번갈아 읽던 중 유독 속도를 내게 만든 소설이다 맥도날드 할머니가 맥 레이디가 되기까지 작가가 마음으로 따라간 추적극이자 비극적 죽음을 기록한 이미지가 아닌 최선의 삶을 살았던 인물의 풍경화이기도 하다 노인, 여성, 계급과 차별 등 대한민국 현대사회의 실재적 이슈들을 직시하면서도 능청스런 위트와 뾰족한 우아함을 사뿐히 곁들이는 작가 특유의 문체가 인상적이다 #한은형 작가의 산문들을 즐겁게 읽었는데 장편 소설도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소중한 것들이, 가치들이 있기 마련이다 정갈하게 정성을 다하고 싶은 그 시간을 취미라고 하기도 하고 시그니처나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그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이들을 납득시키거나 설득할 이유가 있을까. 혹은 반대로도 마찬가지다. 이왕이면 멋있고 아름다운 게 좋지 않냐는 래이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멋있고 아름다운 그리고 고유한 당신이었습니다 김윤자 선생님 #레이디맥도날드 #한은형 #문학동네 #북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