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에 누가 올해 또는 지난 10년 동안 고향에 못 갔을까? 누가 나처럼 죽을 때까지 영영 못 볼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 P19

나는 우리의 새집을 사랑했지만 나중에는 원망도 했다. 이웃에 같이 놀 친구도,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거리에 편의점도 공원도 없었으니까. 나는 이렇게 오도가도 못하는 외로운 신세에, 이야기를 나누거나 의지할 사람이라곤 달랑 엄마밖에 없는 외동이었다. - P32

"울긴 왜 울어! 네 엄마가 죽은 것도 아닌데." - P35

엄마의 규칙과 기대는 내진을 다 빼놨지만, 엄마에게서 벗어날라치면 혼자 알아서 놀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래서 나는 어린 시절 내내 두 가지 충동이 분열된 채로 지냈다. 어느날엔 결국 엄마에게 꾸중을 듣는 것으로 끝나는 타고난 선머슴 기질에 따라 행동했다가, 다음날엔 엄마에게 찰싹 달라붙어 엄마를 기쁘게 해주려고 안간힘을 쓰는 식이었다. - P39

깻잎 조림을 오물오물 씹어 먹으면서 말했다. "넌 진짜한국 사람이야." - P51

"한국 사람들은 작은 얼굴을 좋아하거든. 얼굴이 작으면 사진이 더 예쁘게 나오니까. 그래서 단체사진을 찍을 때마다 사람들이 어떻게든 자기 얼굴을 뒤로 가게 하려고 야단법석인거야. LA 김 아주머니도 자나깨나 내 머리를 자기 앞으로 밀어내잖니." - P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첫 키스의 비밀을 듣게 된 보답으로서 이모의 카운슬러이자 국어사전, 그리고 차밍 스쿨이기도 한 나는 이모에게 첫 키스에 당면한 여자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 정보를 알려주었다. 언젠가뉴스타일양장점에 굴러다니던 여성 잡지에서 읽은 내용이었다. - P2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댓 명의 간호원들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기합이 들어간목소리에 흡족한 표정을 지은 수 쌤은 그래, 일들 보고 있어,
라며 한층 부드럽게 말하고는 수술실로 내려가는 비상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P2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건 우리가 사랑하던 모든 악기의 저편이라 어떤노래의 자취도 없어요 - P13

아마도 그 병 안에 우는 사람이 들어 있었는지 우는 얼굴을 안아주던 손이 붉은 저녁을 따른다 지난여름을 촘촘히 짜내던 빛은 이제 여름의 무늬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 P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무 희망에 가까운 사람들이 무서워요. 나의 절망을망각하게 할까 봐."
"그렇다고 해서 그 기운을 무시하면 안 돼요. 결국 그둘이 어울려야만 자신의 절망도, 희망도 또렷이 볼 수 있는 거니까. 희망을 위해 절망을 선택한 편이 아닌가요?"
"희망을 위해 희망을 선택하는 어리석음을 덜어보려고 그런 것 같아요. 절망에는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아서 쉽게 꺼내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해당하는 상담 내용은 재구성한 것이다. - P103

더욱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현재의 현장감을 최대한 만끽하는 것. 아침의 창문 밖 풍경을보았다고 치자. 푸르른 나무 사이를 날아오르는 참새들,
우렁찬 엔진 소리로 도로를 꽉 채우는 자동차들, 마당을쓸거나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의 인기척 등 맑고곡진한 이 아침 풍경에 대해 쓴다고 하자. 저녁이 되어 그것을 다루려고 할 때 너무 멀리 떠나온 느낌이 든다.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에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지금은 이야기할 수 없는 사람의 솜씨로 다룬다는 것을 자격 미달이라고 생각했다. - P1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