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희망에 가까운 사람들이 무서워요. 나의 절망을망각하게 할까 봐."
"그렇다고 해서 그 기운을 무시하면 안 돼요. 결국 그둘이 어울려야만 자신의 절망도, 희망도 또렷이 볼 수 있는 거니까. 희망을 위해 절망을 선택한 편이 아닌가요?"
"희망을 위해 희망을 선택하는 어리석음을 덜어보려고 그런 것 같아요. 절망에는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아서 쉽게 꺼내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해당하는 상담 내용은 재구성한 것이다. - P103
더욱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현재의 현장감을 최대한 만끽하는 것. 아침의 창문 밖 풍경을보았다고 치자. 푸르른 나무 사이를 날아오르는 참새들,
우렁찬 엔진 소리로 도로를 꽉 채우는 자동차들, 마당을쓸거나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의 인기척 등 맑고곡진한 이 아침 풍경에 대해 쓴다고 하자. 저녁이 되어 그것을 다루려고 할 때 너무 멀리 떠나온 느낌이 든다.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에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지금은 이야기할 수 없는 사람의 솜씨로 다룬다는 것을 자격 미달이라고 생각했다. - P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