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전날엔 별게 다 먹고 싶어진다. 배달앱을 켰다 껐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기를 정신 사납게 반복하며 안절부절못한다.
지금 시켜, 말아? 건강검진 취소해, 말아? 마감이 코앞일 땐 갑자기 옷장을 싹 정리하고 싶고, 잔고가 간당간당할 땐 너무너무 쇼핑이 하고 싶다. 요건 진짜 지금 안 사면 재입고 안 될 것 같은데! 양손에 핸드크림을 듬뿍 바르고 나면 우와, 당장 휴대폰을 만지고싶다. 거울같이 닦아둔 액정에 손자국이 미친 듯이 찍히겠지만 SNS를 하지 못하는 내 마음이 더 미치겠다. - P3

가끔 생각한다. 세상엔 분명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이걸 믿지 않으면 창작을 할 수 없다. 휘발되어버리기 쉬운 연약한 확신이지만 끊임없이 나를 설득하고 북돋운다. 어딘가엔 있을 거야. 나만 할 수 있는 노래와 춤, 맛과 향, 소리와 그림 그리고 이야기가. - P4

그분 : 한국 사람은 이게 문제야. 촌스럽게, 어,
외국 나와서까지 한식을 먹고 말이야.
나 : (대답하지 않음)그분 : 세계화가 안 되어서 그래. 나는 비프로 줘요.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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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자기모순을 일으키며 느낄 수 있는 모든 통점을 자극한다. 고독은 내가 함부로 길들이거나 달랠 수 없는 동물이기도 하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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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점은 애당초 세살 아이에게 합당한 곳이 아니었다. - P92

문지기는 잘 잃어버릴 줄 아는 사람이다-p134, 〈열과裂果》 - P95

다툼은 서점 안에서도 카운터에서 벌어지는데, 다행이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일터이자 가게라는 장소성 덕분에 언성을 높인 적은 없었다. 절제된 보컬리스트처럼 감정이복받치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일상적 대화에서 벗어나지 않은음역대를 유지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우리였다. - P99

이른 아침 돌연히 전화벨이 울리고, 아버지는 내게 묻는다. "서점 해볼 생각 있느냐."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그 후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을 알고도 내 입은 똑같은 대답을 발음하게 될까, 아니면 고개를 젓고 미지의 삶을 향해 발을 내딛게 될까.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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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소를 제 품에 안았다둘은 진흙으로 만든 좌상이 되어간다빛의 섬이 되어간다파리 떼가 몰려온다 - P81

잘 있니?
환각의 리사이클장에서 폐기되던 전생과 이생의우리 - P82

왜 얼굴 없는 바람은 저렇게 많은 손가락을 가져서
네가 떠난 자리를 수천 개의 장소로 만드는지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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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있을 때 이런 식으로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 남에게는 꽤 날카로운 질문을 자주 던지면서 정작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다면 나를 제3자라고 생각하고 뾰족한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을 추천한다. 몇 가지 질문만으로도 진짜 내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이만한 방법이 없다. - P23

오롤리데이는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아무도 사용하고 있지 않은, 그리고 우리 메시지가 그대로 느껴지는,
세 가지 전제에 완전히 부합하는 이름이었다. 그렇게 내 브랜드의 이름은 ‘오롤리데이oh, lolly day‘가 됐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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