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홀린 듯 집을 나선다. - P11

겨울을 겨울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당연한 듯해도, 돌이켜보면 그런 시선을 갖지 못한 적이 더 많다.
봄의 마음으로 겨울을 보면, 겨울은 춥고 비참하고 공허하며 어서 사라져야 할 계절이다. 그러나 조급해한들,
겨울은 겨울의 시간을 다 채우고서야 한동안 떠날 것이다. 고통이 그런 것처럼. - P19

그렇게 생각할 때, 나와 생각 사이에 또 행복 같은것이 있었다. - P33

자신의 존재를 걸어 말하는 이는 당연히 많은 말을 할 수 없다. 그의 시는 점점 짧아지고 침묵의 비중이커진다. 각각 다른 두 편의 짧은 시에서, 나는 유서와도같은 구절을 찾았다. - P41

지금도 종종 아저씨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과일 아저씨는 어느 동네에 트럭을 세워둘까, 다리는 괜찮아졌을까, 담배 아저씨는 여전히 애연가일까, 의지할 짝지는 생겼을까. - P55

살아서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마지막은 기필코 바다에서 바다까지 머무르기를. - P79

신호등의 초록색이 사라지기 전에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기까지는 반년, 떠나려는 버스를 잡으려고 약간달음박질을 할 수 있기까지는 1년, 발목을 접어 앉을 수있기까지는 2년이 걸렸다. 긴 회복기였지만 조바심내지않고 보냈다. 마음에서 두려움이 사라지는 만큼, 내 발목이 조금 더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고도 지금까지 남은 미미한 통증은, 그 끈기를봐서라도 몸에 머무르게 해줘야지 어쩌겠어.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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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과 생각은 얇고 흰 원단을선명하게 물들이는 염료처럼 내게 스며들었다. - P21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그러니까엄마와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공간, 엄마와 내가살았다고 할 수 있는 공간은 ‘뒤쪽이었다. - P22

어떻게 그처럼 처절하게 분열된삶에 당신의 모든 감정을 쏟지 않을 수가 있었겠는가?
그러니 나라고 무슨 수로 엄마의 감정에 감정을 쏟지 않을수 있었겠는가? - P26

"내가 샀다니까. 그 딸을 샀어. 유대인들은 사랑하는이가 죽게 생겼으면 그 사람을 팔아. 그래야 악마의시야에서 벗어나니까." 엄마는 웃었다. "내 사람이 아니면그 사람한테 나쁜 일이 안 일어나는 거야." - P34

우리는 엄마와 딸이 맞고, 거울처럼서로를 반영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혈연이니 효니하는 단어는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반대로가족이라는 개념, 우리가 가족이라는 사실, 가족의삶이라는 것 모두 해석이 불가능한 세계처럼 느껴지기시작한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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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학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도 유나와의 관계는 별로달라진 것이 없었다. 3학년에 올라가서 유나와 나는 다른 반이되었고 다른 애들이랑 가끔 보는 것을 제외하고는 둘이 만나지 않았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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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말도 안 되게 좋아해서 이 책을 쓰게 됐고, 이 책을 쓰게 돼서 말도 안 되게 기쁘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시시때때로 벌어지는 세상에서, 다음 스텝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막연하고 막막할 때에 일단 다 모르겠고, ‘아무튼, 술!‘이라는 명료한 답 하나라도 가지고 있어 다행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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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미리는 장례식에만 잠시 들렀다 두바이로 돌아왔다. 그 일을 어떻게 소화해야 하는지 알수 없었고 어떤 말로 자기 감정을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미리는 어머니의 죽음을 한동안 현주에게 전하지 않았었다. - P211

머리는 운전하는 원주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 P215

당신 내가 그곳에서 잃어버린 당신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 P127

"핀란드에는 겨울만 있는 게 아니야." - P75

금덕, 금덕이, 금덕아. - P57

거기까지 쓰고 나는 생각했다.
데비, 나는 다시 잘못된 기차에 탔어. - P50

나는 데비야, 너는?
나는 남희야.
한국에서 왔지?
응, 너는? - P35

맞아, 엄마.
너에게도 참 잘해줬었어.
그럼, 그럼. - P149

이곳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지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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