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건들의 백년 단위 기념일은사람으로사는 동안 단지 요행으로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아마도 그 기회는 한 번뿐이다.
운이 좋다면 나는 당신의 백주년을 살아 한 번만 축하할 수 있물론 그러기 위해, 그다. 우리가 서로를 제때에 지나간다면! - P21

한 동작에서 다른 동작으로,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무용수의 몸은 다만 실제로 이동한다. - P29

그러나 이 또한 충분할 수없는 일이었다. 예컨대 두 장의 이미지가 있고, 그 둘이 서사적으로 연속된 몸짓임을 파악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우리가춤을 복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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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에게 그 아파트는 마치 네티라는 인물처럼약속과 매혹이 숨 쉬는 공간이었다. 그때는 미적감각이라는 단어를 몰랐기에 우리 집에 무언가 빠진 게있다면 그건 미감일 거라고 말할 능력이 없었다. - P79

끔찍할 정도로 더웠던 8월 네티는 몸을 거의 둘로찢어놓을 것만 같던 50시간의 난산 끝에 아기를 출산했다.
5킬로그램이 넘는 아들이었다. 네티는 아들 이름을리처드라고 지었다. - P75

4월의 흐린 오후였다. 회색 하늘이지만 기온은 적당히따뜻하고 공기에는 새봄의 달콤한 향내가 가득하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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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을."
프레임이 없다면 프레임에 발을 찧을 일도 없을 것이고, 프레임아래로 동전이 굴러들어가는 일도 없을 것이고, 매일 방바닥에 머리를 붙인 채 프레임 밑으로 팔을 뻗어 걸레질을 할 일도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프레임을 버리는 것을 집주인이 허락할 리 없었다. - P75

우리는 사료를 천장으로 던지며 입을 크게 벌렸다. 입으로 늘어오지 못한 사료 알갱이가 방바닥 여기저기에 토끼똥처럼 흩어져있었다. - P73

지은이 노트를 꺼냈다. 첫 장을 넘기자 방의 도면이 나타났다.
두번째 장을 넘기자 방의 도면이 나타났다. 똑같은 도면이 그려진페이지를 지은은 넘기고 또 넘겼다. 빈 페이지에 방의 도면을 능슷하게 그려나갔다. 옮길 수 없는 것을 가장 먼저 표시했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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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해미는 자세를 바로 하더니 오늘은 한 시간만 수업하고 다음 주에 보강을 하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경진은못 이기는 척 승낙한 뒤 10시쯤 나와 서둘러 집에 돌아왔다. - P12

해미 소식은 아직입니다.
찾으면 선생님께도 연락드릴게요. - P18

앞으로의 고생이 훤히 보인다는 듯 역술인은 안타까워했다. 다만 두 사람 사이에 자식복은 매우 좋다고 덧붙였다. 특히 첫째가 야무진 데다 속정이 깊어서 자랄수록 엄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리라는 것이었다. - P23

"이삼 분만 더 끓여서 드시면 돼요. 반찬 좀 더 가져다 드릴까요?"
언제나처럼 미소 띤 얼굴로 사장님의 아들이 물었다. - P35

경진이 고개를 저었다. "조용히해. 남들도 지금 너 보면서저 여자는 무슨 사연으로 눈이 띵띵 붓게 울었을까, 저러고서두루치기 잡수러 왔을까 할걸."
"하긴." - P37

경진에게 그 여행에 관한 기억은 종일 소주에 취해 있던아빠의 모습이 거의 전부였다. 뭐든지 필요 없다며 손사래를치던 엄마의 고집도 피로감을 더했다. - P41

서울 타워 아래 산등성이와 성곽, 그 곁으로 난 산책로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싱싱한 브로콜리의 윗부분처럼 남산은 신록으로 촘촘히 싸여 있었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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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람에 나는 혓바닥을 씹었다. 어떤우리가 탄 트럭을 따라오면서 비눗방울을 불었다. "정말, 정말 좋았어요. 그 순간이요." 나는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자요?" 한참후에 나는 아빠를 불러보았다. "아니." 아빠가 대답했다. 나는 첫눈이 내리면 그때도 이렇게 같이 침낭에서 잠을 자자고 말했다. - P223

모든 일은 그 망할 놈의 옆집 할아버지가 넘어졌기 때문이라고 오빠는 술에 취하면 전화를 걸어 말하곤 했다. 부모님이 시골로 내려간 것은 십년전쯤이었다. 시골로 내려가기 전에 아버지는 우리 삼 남매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이자 갚는 것도 지쳤다.
이제 그만 집을 팔련다." 나는 부모님이 노후 자금을 모으지는 못했어도 빚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아버지는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관리부에서 삼십 년을 근무했는데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퇴직금도 받지 못하고 퇴직을 했다. - P227

여냄비에 사골 국물을 넣고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았다. 국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새해 인사를 했다. 아침은 드셨냐고 물었더니 아버지가 선지해장국을 사러 가서 그걸기다린다고 했다. 동네에 있는 선지해장국집은 부모님 두 분 다좋아하는 곳이어서, 어머니는 밥하기 싫은 날이면 늘 그곳에서 해장국을 포장해왔다. 나도 먹고 싶다. 내가 말하자 어머니가 웃으면서 기다릴 테니 먹으러 오라고 했다. 내가 사는 곳에서 부모님집까지는 차로 두 시간이 넘게 걸린다. 나는 어차피 다음주에 집에 갈 거니 그때 사달라고 말했다. - P259

그런 생각을 해보는데 동생이 어디서 찾았는지 커다란 부채를 들고 왔다. 그리고 아빠 옆에 앉아 아궁이를 향해 부채질을 했다. 나는 황토방에 들어가 엄마 옆에 누웠다. 이내 등이따뜻해졌고 깜빡 잠이 들었다. - P293

눈 위에 만우절이라는 낙서가 그려져 있었고, 거짓말이라면 그 정도는 되어야지. 사 년 동안 타이어 칠십 개를 날랐다는 남자를 생각하자 도어록을 본드로 붙여버린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가족들에게 그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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