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람에 나는 혓바닥을 씹었다. 어떤우리가 탄 트럭을 따라오면서 비눗방울을 불었다. "정말, 정말 좋았어요. 그 순간이요." 나는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자요?" 한참후에 나는 아빠를 불러보았다. "아니." 아빠가 대답했다. 나는 첫눈이 내리면 그때도 이렇게 같이 침낭에서 잠을 자자고 말했다. - P223
모든 일은 그 망할 놈의 옆집 할아버지가 넘어졌기 때문이라고 오빠는 술에 취하면 전화를 걸어 말하곤 했다. 부모님이 시골로 내려간 것은 십년전쯤이었다. 시골로 내려가기 전에 아버지는 우리 삼 남매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이자 갚는 것도 지쳤다. 이제 그만 집을 팔련다." 나는 부모님이 노후 자금을 모으지는 못했어도 빚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아버지는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관리부에서 삼십 년을 근무했는데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퇴직금도 받지 못하고 퇴직을 했다. - P227
여냄비에 사골 국물을 넣고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았다. 국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새해 인사를 했다. 아침은 드셨냐고 물었더니 아버지가 선지해장국을 사러 가서 그걸기다린다고 했다. 동네에 있는 선지해장국집은 부모님 두 분 다좋아하는 곳이어서, 어머니는 밥하기 싫은 날이면 늘 그곳에서 해장국을 포장해왔다. 나도 먹고 싶다. 내가 말하자 어머니가 웃으면서 기다릴 테니 먹으러 오라고 했다. 내가 사는 곳에서 부모님집까지는 차로 두 시간이 넘게 걸린다. 나는 어차피 다음주에 집에 갈 거니 그때 사달라고 말했다. - P259
그런 생각을 해보는데 동생이 어디서 찾았는지 커다란 부채를 들고 왔다. 그리고 아빠 옆에 앉아 아궁이를 향해 부채질을 했다. 나는 황토방에 들어가 엄마 옆에 누웠다. 이내 등이따뜻해졌고 깜빡 잠이 들었다. - P293
눈 위에 만우절이라는 낙서가 그려져 있었고, 거짓말이라면 그 정도는 되어야지. 사 년 동안 타이어 칠십 개를 날랐다는 남자를 생각하자 도어록을 본드로 붙여버린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가족들에게 그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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