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렵을걸어 내려가고 있는당신의 걸음은 빠르기만 했다
그해 우리는서로의 섣부름이었습니다.
내가 처음 적은 답장에는갱도에서 죽은 광부들의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우리가 오래전 나눈 말들은 버려지지 않고 지금도 그 숲의 깊은 곳으로 허정허정 걸어 들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오늘쯤에는 그해 여름의 말들이 막 도착했을 것이고요
파도는 대개 이 정도로 잔잔할 것이다. - P31
『레미제라블』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당신은 오늘을 더 뜨겁게 살기로 결심하고 사직서에 서명을 할 것이다. 또는 내 삶의 혁명기가 아직은 도래하지 않았음을 깨달라 조용히 사표를 찢어 버리고 출근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후회는 없을 것이다.접기 - P31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마라. 이렇게만 보면 『변신』은 그야말로 최악의 공포소설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그레고르는 왜 ‘변신’을 했나?접기 - P29
빚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엠마의 연애는 악순환의 롤러코스터다. 빚은 합리적 사고를 마비시켜 욕망에 더 쉽게 굴복하게 만들고, 욕망은 충동적 소비를 낳는다 - P34
뭐 바랄 게 있겄어, 그냥 아프지 마라, 허지."할머니는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이 하품을 하며 답했다
화려하게 빛나던 크리스마스트리 조명도 꺼졌을 즈음,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홉살의 내가 하바나 클럽 앞에서 우두커니 맞고 있었던 눈이, 그뒤로 수십번 맞닥뜨렸지만 한번도 시시하지 않았던 그 작고 특별한 것들이. - P178
그중 기억에 남는 말은 "너무 상한 사람 곁에는 있지 말라"는 것이었다. 꿈을 잃지 마라,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이 돼라, 근면하라처럼 흔한 당부가 아니라서 인생의 아주 비밀스러운 경계를 품은 듯 느껴졌다. - P69
에로티즘은 죽음 속까지 파고드는 생(生)이다.조르주 바타유
인식하지 못한 채 잊고 있던 몸짓과 움직임, 낯선 법칙을 따라 니트, 스타킹, 신발 같은 요소들이 예측할수 없는 늘 새로운 구성을 만들었다. 우리는 그 구성을 함께 발견하고 사진 찍는 것에 금세 호기심과 흥분마저도 느끼게 됐다.
어떤 남자에게도 그것을 제안해 본 적이 없었을까. 어쩌면 거기에 막연한 수치심 혹은 합당치 못한 무언가가 있다고 여겼던 것일까. 어떤 의미에서 보면 M의 성기를 찍는 것이 내게는 덜 음란한 ―혹은 지금으로서는 더 수긍할 수 있는― 일이었던 것 같다. - P23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느끼며 사는 것이 사치가 아닐까. - P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