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언젠가 식당을 차리게 된다면냄비국수와 김치볶음밥은 꼭 팔고 싶어요.
냄비국수는 1인 1냄비에 끓여내는 잔치국수로뜨거운 국물, 풍성한 고명에 매운 양념장을 곁들이고김치볶음밥은 제대로 불질을 해서 볶아김치는 쫄깃하고 밥알은 살아있을 거예요.
술꾼들을 위해 술도 팔고 싶지만, 모르겠어요.
다른 손님들이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요.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를 내고 인터뷰나 낭독회 등에서 틈만 나면 술 얘기를 하고 다녔더니 주변 지인들이 작가가 자꾸 그런 이미지로만 굳어지면 좋을 게 없다고 충고했다. 나도 정신을 차리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앞으로 당분간은 술이 한 방울도 안 나오는 소설을 쓰겠다고 술김에 다짐했다. 그래서 그다음 소설을 쓰면서 고생을 바가지로 했다. - P5

A와 B가 만나 자연스럽게 술집에 들어가 술을 마시며 대화하는 내용을 쓰다 화들짝 놀라 삭제 키를 누르거나 통째로 들어내는 일이 잦다보니 글의 흐름이 끊기고 진도가 안 나가고 슬럼프에 빠졌다. 모국어를 잃은 작가의 심정이 이럴까 싶을 정도였다. 다시 나의 모국어인 술국어로 돌아가고 싶은 유혹을 느꼈지만 허벅지를 찌르며 참았다. 그 결과 주인공이 술집에 들어가긴 했으나 밥만 먹고 나오는 장면으로 소설을 마감하는 데 가까스로 성공했다. 그러자니 얼마나 복장이터지고 술 얘기가 쓰고 싶었겠는가.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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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에는 이미 늦었어."
"그럼 어쩌자고." - P180

"뭐하러 널 쫓아다녀?"
"몰라서 물어? 죽이려는 거잖아." - P178

그때는 분명 현태도 코웃음을 쳤었다. 식후와 샤워 후, 잠들기 전에 피우는 담배와 한 시간의 게임, 마음대로 치는 기타연주가 삶의 낙이라고 현태는 말했다. 그것도 못하면 뭐하러살어? 하지만 몇 차례의 항의 전화와 방문 이후로 횟수를 줄였다. 담배는 밖에 나가서 피웠다. - P181

엘리베이터에서 남자와 마주친 것도 종희였다. 남자는 이런 일로 용의선상에 오른 것이 어이없다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가 살인할 사람은 못 된다면서 혹시 현태가 죽는다고해도 자긴 범인이 아닐 거라며 웃었다. 그걸 지금 농담이라고하는 건가요? 종희가 불쾌해하자 남자는 농담이어야 하지 않겠어요? 하고 말하며 종희의 팔꿈치를 툭 쳤다. 종희는 그 일도 현태에게 남김없이 말했다. - P182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그냥, 저 사람들이 누군지 궁금한 것뿐이야." - P189

"그거 알아? 새가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조개가 된대." - P194

다음날 해변으로 빈 조개껍데기들이 마구 밀려왔다. 종희는그 현상을 일컬을 하나의 단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P200

"수술 날짜가 언젠데?"
"14일. 같이 가줄 거지? 정말 고마워."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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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제주로 갑서
정다운 지음 / 남해의봄날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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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이주 11년 차인 정다운 작가가 쓴 아는 이야기와 알게 된 사람들, 좋아하는 장소의 몰랐던 사연들이 빼곡한 책. #이제진짜제주로갑서 라는 제목처럼 진짜의 제주와 정말로 제주를 향하는 마음이 넘실넘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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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곳 중에 볼 게 없는 곳은 없다.‘
우유니에서 처음 했던 생각이다. - P214

관덕정 길 건너편에는 제주도 1호 책방, 우생당이 있다. - P227

한짓골에서 이어지는 샛길인 몰항골에는 부자 동네의흔적인 박씨 초가가 남아있다. 박씨 초가는 200년 된 초가로대대로 판사 집안이라 박판사네로 불리기도 한다. 도심에선유일하게 남은 전통 초가다. 더 놀라운 사실, 이 집에는 7대째박씨 가문 사람이 살고 있다. 현재 1923년생 안숭생 할머니가 살고 계신다. - P233

그다음 이사한 곳은 조천읍 선흘리. 선흘리로 이사를오며 많은 것이 달라졌다. 차로 15분 거리로 이사를 했을 뿐인데 바다에서 중산간으로, 공동주택에서 개인주택으로 삶의 배경이 바뀌었다. 그뿐 아니라 일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거의 육지에서 제주로 이사를 온 것만큼의 변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 P256

어느 날엔가는 집 안에 반딧불이도 들어왔다. 꼬리에서형광 빛이 반짝거리는 반딧불이가 집 안을 날아다니고, 우리집 고양이가 그 빛을 따라 깡충거리며 뛰어다니던 순간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한번은 고양이가 창문 밖을 한참주시해서 시선을 따라가 보니 마당에 노루가 와서 잡풀을 뜯어 먹고 있던 일도 있었다. - P258

언제나 ‘제주에서 뭐 하고 살지?"에 대해 골몰했다.
땅에서 살아남는 일이 어떤 미션 같았다.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돈을 벌며 생활을 해 나갈지 끝없이 고민했다. 친구들과가장 많이 나누는 대화 주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제주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부석희, 강윤희, 오은주..………… 다정한 삼춘들을만나 함께 마을을 걷고, 눈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면서 나는비로소 제주에서 뭐하고 살지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 ‘제주에서 어떻게 살지?‘ 하는 생각을 시작했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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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그는 어떤 점이 재밌어요?" - P50

"저는 팔이 이래서 노도 못 저어요."
"제가 그렇게 양아치는 아니거든요. - P55

"남자친구 아니면 남편이에요." - P66

"너는 강아지나 고양이 중 한 마리만 키워야 한다면 어느쪽이야?"
"둘 다 별로. 난 동물 안 좋아하잖아." - P75

빚이야말로 정현이 잘 돌보고 보살펴 임종에 이르는 순간까지 지켜봐야 할 그 무엇이었다. 빚 역시 앞으로 수년간은 정현의 옆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고, 정현이 죽었나 살았나 그 누구보다도 두 눈 부릅뜨고 계속 지켜볼 것이다. 빚이야말로 정현의 반려였다. - P79

"나 망했어?"
"너 개 땜에 빚만 일억 넘는다며."
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은 있는 힘 없는 힘 쥐어짜내서 모든 걸 돌파해보려다가도 그런 말에 기가 죽었다. 나 망한거구나.. - P85

"넌 진짜 뭘 아껴본 적이 없구나. 어떻게 반려자랑 빚을 비교해? 그건 반려라는 단어한테 모욕이야." - P88

갑자기 나타난 선주가 서일의 머리채를 잡지만 않았다면정현은 서일이 다시 자신의 집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전셋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허락했을 것이다. - P97

"로또 번호 고르는 일 같은 건 혼자서 하세요. 난생처음 본초등학생한테 물어보지 말고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 P102

그날 새벽 문애는 갑자기 잠에서 깼다. 한번 잠들면 아침까지 통잠을 자는 편이었으므로 문애는 잠에서 깼을 때 여전히어두운 방안과 창밖을 확인하고는 조금 얼떨떨했다. - P109

"이런 기분이었구나. 밥해놓고 우리 마누라 언제 집에 오나기다리는 게." - P115

"맞아, 그렇게도 생각했어. 몇몇은 분명 필요 이상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걸 거라고 말이야. 근데 그것도 꽤 대단했어. 도대체 뭘 보여주고 싶은 걸까 싶기도 하고."
"잘 사는 걸 보여주고 싶은가보지. 잘 살고 있는 걸 누가 봐줬으면 하나보지." - P121

안지는 이른 결혼을 했는데 실패로 끝났다. 아니, 그걸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 이혼을 한 건 사실이지만 안지는 자신의인생에서 그 일을 실패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 P137

약속을 어긴 것은 남편 쪽이었다. 연락을 해온 것도, 돈을요구한 것도 모두 남편 쪽이었다.

"근데, 그때 왜 화를 내지 않았어요? 저 살기도 바빴다고는말했지만...... 전 사실 살면서 종종 안지씨를 생각했어요. 그때 그 표정이며 말투가 잊히지 않았거든요. 어떻게 그렇게 차분할 수가 있을까 싶었어요. 이미 다 체념했기 때문인지 다 포기했기 때문인지...... 왜 한 번도 화를 안 냈어요?" - P151

"그냥 물이나 끼얹고 일어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너무 뜨거워요. 사람들이 쳐다볼 것도 싫고요." - P157

뭘?
나랑 이혼하고 그 여자랑 결혼하고 나서 후회하지 않을 수있어? - P161

해괴한 디저트 대회는 이제 해괴한 에피소드 대회로 바뀌어서 안지는 ‘지갑 속에 죽은 전남편의 가족사진을 넣고 다니는이유‘에 관한 이야기로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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