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언젠가 식당을 차리게 된다면냄비국수와 김치볶음밥은 꼭 팔고 싶어요.냄비국수는 1인 1냄비에 끓여내는 잔치국수로뜨거운 국물, 풍성한 고명에 매운 양념장을 곁들이고김치볶음밥은 제대로 불질을 해서 볶아김치는 쫄깃하고 밥알은 살아있을 거예요.술꾼들을 위해 술도 팔고 싶지만, 모르겠어요.다른 손님들이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요.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를 내고 인터뷰나 낭독회 등에서 틈만 나면 술 얘기를 하고 다녔더니 주변 지인들이 작가가 자꾸 그런 이미지로만 굳어지면 좋을 게 없다고 충고했다. 나도 정신을 차리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앞으로 당분간은 술이 한 방울도 안 나오는 소설을 쓰겠다고 술김에 다짐했다. 그래서 그다음 소설을 쓰면서 고생을 바가지로 했다. - P5
A와 B가 만나 자연스럽게 술집에 들어가 술을 마시며 대화하는 내용을 쓰다 화들짝 놀라 삭제 키를 누르거나 통째로 들어내는 일이 잦다보니 글의 흐름이 끊기고 진도가 안 나가고 슬럼프에 빠졌다. 모국어를 잃은 작가의 심정이 이럴까 싶을 정도였다. 다시 나의 모국어인 술국어로 돌아가고 싶은 유혹을 느꼈지만 허벅지를 찌르며 참았다. 그 결과 주인공이 술집에 들어가긴 했으나 밥만 먹고 나오는 장면으로 소설을 마감하는 데 가까스로 성공했다. 그러자니 얼마나 복장이터지고 술 얘기가 쓰고 싶었겠는가. - P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