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덜컹했다. 짧은 내 생각은 ‘막장 드라마‘라는 표현이 특정 드라마와 그 드라마를 만든 사람들에게 실례가 된다는 데까지는 겨우겨우 가닿았으나, 그것이 막장에서 일하는 분들께도 상처가 되는 표현이라는 점에는 미처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저지른 이중의 무례함. 그 증거가 335 주 전 게시물에 박제되어 있다. ‘몰랐다‘는 말이 온전한 변명이 될 수 있을까? 말을 하지 않고서는 살아가기 어렵지만 말을 하고서는 부덕을 피하기가 어렵다. 내 말과 글을 어딘가에 계속 남긴다는 것은 ‘N년 전 오늘‘을 계속해서 생산해내는 것과 같다. 이렇게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저 그 과거의 오늘들이 쌓여 덜 무례하고 덜 실수하는 오늘을 만들 수 있기를 그리고 지금 지나는 오늘 또한 미래의 오늘이 좀 더 낫기 위한 뒷받침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P73
그의 직업, 드라마 작가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에 일종의 시위로 해진의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한 해진과대구는 무려 기념일에도 불 꺼진 쏭쏭돈까스에서 만나 돈까스를 튀겨 먹는다. - P76
물론 작품성과 연기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린 결과 아침드라마 구성원 중에는 수상 적격자가 없었을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적격자없음‘이 시상식의 권위를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매해 시상식이 뜨는 드라마 몰아주기와 나눠 먹기 논란으로 시끄러운 것을 모두가 아는마당에 ‘베스트커플상‘과 남녀 ‘베스트 캐릭터상‘, ‘디렉터즈 어워드‘라는 괴상할 만큼 창조적인 이름들 사이에 특별상을 하나 얹을 수는없는 것이었을까? 상을 주지 않더라도 장르 자체가 사라지는 아침드라마에 대한 짧은 고별 순서조차 없다는 것은 너무한 처사로 여겨졌다. 찾아보니 2020년까지는 ‘중장편 부문이 있어, 아침드라마를 비롯한 일일드라마와 중장편드라마를 시상했다. 2021년에 이 부문을 아예 없애버림에 따라 시즌 1이 방영된 2020년 당시 ‘중장편드라마‘에 속했던 <펜트하우스>가 2021년 시즌 2, 3으로 이어지면서는 ‘미니시리즈‘로 부문을 옮기게 되는 다소 억지스러운 상황도 벌어졌다. 1818 펜트하우스>가 중장편에 속했던 2020년에는 SBS <연기대상> 중장편드라마 여자 최우수 연기상 부문에 <펜트하우스>의 김소연, 이지아, 유진, 그리고 <불새 2020>의 홍수아 배우가 후보로 올랐다. 네 명의 배우 중 김소연, 이지아, 유진 등 세 명에게 공동 수상을 안긴 것도 참으로 무례한 일이었다. 홍수아 배우가 후보 구색 맞추기에 장기짝처럼 사용되었다는 느낌은 나만 받은 것이 아니었는지. 그 해 SBS 연기대상> 시상식은 한동안 논란이 되었다. - P80
이토록 많은 사건들이 한 해 만에 다 튀어나온 까닭은 삶의 역동을 오이지 누름돌처럼 누르고 있었던, 혹은 나의 삶의 평탄함을 위해 나를 대신해서 가파른 오르내림을 반복해주었던 아침드라마가 사라졌기 때문이었을까. 세상이 그 정도로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는 않을테니 당연히 그럴 리는 없지만, 적어도 아침드라마가 사라진 이후 삶이 조금 바뀐 것은 사실이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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