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는 버스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며 서 있다. 아까의 그 자세 그대로 등뒤로 손을 돌려 포대기를 받친 채 버스가 간 쪽으로고개만 돌리고 있는 아줌마의 모습은 한 장의 사진처럼 정지되어마음속의 음영을 강한 부조로 나타내고 있다. - P149
"아유, 또 청국장이야. 밥 안 먹고 다른 것 먹으면서 살 순 없나?""미친년."한마디로 잘라 말하는 할머니의 힐난에 이모는 어린애처럼 샐쭉해진다."엄마는 꼭 나만 갖고 그러더라." - P135
해방되던 해에 그는 마당으로 골목으로 쏟아져나와 덩실덩실춤을 추던 동네 사람들에 의해 당연히 맞아 죽어야 했지만 아버지가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점이 참작되어 어찌어찌 살아남았다. 이런 연유로 독립투사의 자손이면서 친일파의 자손이 되어버린 그의 두 아들 중 큰아들은 아버지의 죄를 씻기 위해 경찰에지원했다. - P69
어어어광진테라 아저씨의 최고의 비밀은 병역기피자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우리 주위에 아무도 없다. - P57
늘 나는 세상일은 우연한 행운이 쥐고 흔드는 거라고 생각해왔다. 그 생각은 행운을 가질 기회를 얻기까지는 스스로가 노력을해야 한다는 꽤 건전한 정강으로 보완돼왔다. 그러므로 장군이가변소에 빠지고 안 빠지고는 이제 내 손을 떠난 문제였다. 그때 변소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 행운은 순진한 장군이보다는 간교한 나의 편을 들었다. - P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