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문학과지성 시인선 490
허수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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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로부터 온 것들이 쌓인 여기, 눈 녹 듯 순해지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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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것이 바로 우울의 빛깔이다!" - P44

우울이 찾아왔을 때의 증상은 엇비슷하나 이유는 굉장히 다양하다. 하나의 증상으로 단정 지어 말할 수 있는것이 아니다. 우울증 때문에 병원에 다니는 사람도, 약을처방받는 사람도, 더 슬프고 비극적인 이야기를 찾아 책을 읽는 사람도, 무기력하게 자신을 잠그며 살아가는 사람도 각자 다른 우울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은 그 사람의인생 전반에 걸쳐, 여러 순간이 모여 생긴 것일 테다. - P45

사랑이 우리에게 주는 혼란은, 우리를 다시 정확하게 데려다놓기 위한 일종의 유인이다. - P53

고등학생 때는 글쓰기에 흥미를 느껴 뒤늦게 전국 백일장을 찾아다녔다. 시제 몇 개가 주어지고, 제한 시간 안에 시를 써야 했다. 수상 공식은 간단했다. 시에서 부모님은 실직하거나 어딘가 아파야 한다, 고물상 노인이나 새벽시장의 부지런함,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고민을 가진 건강한 나, 학교라는 갑갑한 둘레, 이주노동자들의 고충이나 단칸방, 반지하의 고립된 삶 같은 것을 다루면 되었다. - P71

이르게 만난 제철 과일이 주는 나의 찡그림을, 알맞게익어서 내게 주는 미소를, 끝물에 생기를 다 잃고 내게 주는 텁텁함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살아 있다는 것을 아주 잠깐 실감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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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산다는 거,
그건 울지 않는다는 거,
대성당에도 늪에도 살지 못한다는 거울지 못해 타오르고, 울기 전에 타버리는 거,
그게 사막선인장,
오르간파이프선인장, - P55

나무 그늘 이저리 흔들리는 데 넋을 놓겠네병에게 정중히 병문안이라도 청하고 싶지만무슨 인연으로 날 찾아왔나 찬찬히 살펴보고 싶지만독감예방주사를 맞고 멀쩡하게 겨울이 지나갈 때 - P62

꿈속에서 자꾸어린 내가 죄를 짓는답니다잠에서 깨어난 아침마다검은 연민이 몸을 뒤척여 죄를 통과합니다바람이 통과하는 빨래들처럼슬픔이 말라갑니다 - P65

나는 이 꽃을 선물하기 위해 살고 있다내가 나중에 아주 희박해진다면 - P67

가만가만 물어보네눈물 한방울은 너무 큰 것인가아니면너무 작은 - P87

나도, 자주, 그렇게 잊혀갔으리라 - P89

거미줄처럼 얽힌 복도를 헤매다 보니바다,
바닷가를 헤매다 보니내 좁은 방. - P93

불 켜진 저녁나절의 창문을 보면아직도 나는 불빛에 손끝이 가만히 저린다 - P96

공원 무럭무럭 지상의 공원들이 자라나는 밤. 닿을 수 없는그 모든 것들을 두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 P102

바쁘시죠,
내가 먼저 묻는 건기꺼이 외로움을 선택하고 싶어서 - P131

밝은새벽에도 움직이면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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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다른 것이 되어이렇게 추운 날에모든 밤의 바깥에서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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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무수했다.
나를 모래처럼 수북하게 쌓아두고 끝까지 세어보았다.
혼자가 아니라는 말은 얼마나 오래 혼자였던 것일까.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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