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것이 바로 우울의 빛깔이다!" - P44
우울이 찾아왔을 때의 증상은 엇비슷하나 이유는 굉장히 다양하다. 하나의 증상으로 단정 지어 말할 수 있는것이 아니다. 우울증 때문에 병원에 다니는 사람도, 약을처방받는 사람도, 더 슬프고 비극적인 이야기를 찾아 책을 읽는 사람도, 무기력하게 자신을 잠그며 살아가는 사람도 각자 다른 우울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은 그 사람의인생 전반에 걸쳐, 여러 순간이 모여 생긴 것일 테다. - P45
사랑이 우리에게 주는 혼란은, 우리를 다시 정확하게 데려다놓기 위한 일종의 유인이다. - P53
고등학생 때는 글쓰기에 흥미를 느껴 뒤늦게 전국 백일장을 찾아다녔다. 시제 몇 개가 주어지고, 제한 시간 안에 시를 써야 했다. 수상 공식은 간단했다. 시에서 부모님은 실직하거나 어딘가 아파야 한다, 고물상 노인이나 새벽시장의 부지런함,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고민을 가진 건강한 나, 학교라는 갑갑한 둘레, 이주노동자들의 고충이나 단칸방, 반지하의 고립된 삶 같은 것을 다루면 되었다. - P71
이르게 만난 제철 과일이 주는 나의 찡그림을, 알맞게익어서 내게 주는 미소를, 끝물에 생기를 다 잃고 내게 주는 텁텁함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살아 있다는 것을 아주 잠깐 실감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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