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우리는 사랑하는 대상을 인식하는가? 우리 안에 난데없는 정적이 깃들고, 심장에 비수가 꽂힌 듯 출혈이 이어질 때이다. - P40

객관적인 눈으로 차분히 행하는 독서가 완벽한 독서는 아니다. 그런 독서가 핵심에 이르는 독서는 아니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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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는 선생으로 살아가면서 종종 그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볼이 빨갛고 내성적인 누군가의 빈틈을 알아보게 해준, 얼굴 까맣고 내성적인 다른 누군가의 동일한 빈틈. 그럴 때마다 생각하게 된다. 비록 학생들에게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 모델이나 근사한 멘토가 되어주지는 못할지라도 내가 지닌 모종의 빈틈 덕분에 타인의 그것을 세심하게
알아차리고 보듬어줄 수는 있을 거라고. 그리하여 싱그럽고 화사하고 당찬 젊음의 틈새에 숨어든, ‘수줍어 인사 못하고’, ‘소심해서 예의 없는’ 몇 안 되는 얼굴들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보고 다독일 것이라고. "내가 너야. 그래서 나는 알아본단다"라며 말이다

공부하고 가르치며 밥 벌어먹게 되기까지, 돌이켜보면 먹고살 길이 실제로 끊긴 적은 없었다. 그래서 막연한 배짱 같은 것을 가졌더랬다. - P15

선량한 이웃이 무심코 던진 말과 시선에 상처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 손을 보태고 싶었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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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난 두더지를 잡으러 갈 거야녀석들의 매끈하고 부드러운 몸뚱이를가시나무에 걸쳐놓을 거야농부들이 내 결과물을 볼 수 있고반짝이는 까마귀들이 게걸스레 먹을 수 있게.

나는 정원사다. 나는 오랜 시간 정원과 농장에서 두더지를 잡아왔고, 이제 더는 그 일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두더지잡이는 내게 풍족한 생활을 가져다준 전통적 기술이지만, 인제 나는 늙었고, 사냥을 하고 덫을 놓고 죽이는 일에 지쳤으며, 그것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은 모두배웠다. - P15

나는 진실을 추적하고 그것과 함께 놀면서, 과연 진실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기억은 좀처럼 시간 순서대로 찾아오는 법이 없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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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영원히기억할 수 있을까 - P69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와 4성급 이상의 호텔 중에서, 당신은 어느 쪽을 선호하나요? 한 끼 식사 예산은? 선호하는 교통수단은? 스케줄은 빡빡하게, 아니면 헐렁하게 인터넷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여행 동행인 성향 체크리스트엔 요런 질문이 가득하다.
가서 괜히 머리채 잡고 싸우지 말고, 출발하기 전에 미리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그렇겠지? 참으로 솔깃하다. 하나하나읽다 보면 희한하게 과몰입되어 입에서 불을 뿜으며 체크하게 된다. - P76

체크인을 마치고 카드키를 받아 두근두근 문을 열고 들어간다. 방은 밝고 깨끗하다. 에어컨과 히터가 빵빵하고, 침대 위 이불과베개 모두 푹신하다. 집에선 쓰기 힘든 새하얀 시트다. 딱 좋다. 그런데 그 좋은 기분이 어째 1시간 이상 지속되질 않는다. 갑갑하고 답답해 밖에 나가고 싶다. 그치만 호캉스인데, 이 안에서 놀아야지. 이게 얼마짜리야. 텔레비전을 틀고 전 채널을 꽉 훑는다. 땀은 나지 않았지만 괜히 샤워를 하고 가운을 입는다. 역시 나가고 싶다. 로비의 바에서 뭐든 한 잔하거나 애프터눈 티 세트를 먹기도하고 수영장에도 가보지만, 방으로 돌아오면 역시나 답답하다. - P80

그러고보니 좋은 리뷰야말로 ‘21세기의 정‘이겠다. - P81

때론 꽃을 사들고 오는데, 요게 또 기분이 상당히 괜찮다. 여행지의 꽃집에 들른다는 사실만으로도 왠지 로맨틱한 느낌이다. 꽃다발이나 작은 화분 같은 걸 사서 동네 사람인 양 기분 좋게 돌아다니다. 음료수병이나 머그잔에 요리조리 꽂아본다. 혼자 여행하다 집에 돌아왔는데 꽃이 반겨주면 그게 뭐라고 되게 반갑다. - P82

터키 아저씨 : 저 한국에서 4년 일했어요!
강남역에 있는 터키 식당에서! - P86

강사: 저거 내가 쓴 거야.
나 : 너무 멋있다. 시 같은 거야?.
강사 : 밤 10시 이후엔 조용히 하고, 쓰레기 아무 데나 버리지 말라는 뜻이야.
나 : (말을 돌리며)저쪽에 있는 작은 캘리그라피도 이쁘다.
강사 : 저건 화장실 간판이고.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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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처음엔 이 소통이 정말 어려웠다. 노트를 들고 공장을 찾았을 때 나를 ‘고객‘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나를그들의 고객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인식시키는 것, 그게 첫 번째 관문이었다. - P26

1. 나 몰라라 발뺌 유형2. 잘못은 인정하지만 내 잘못은 아니다 유형3. 그렇게 깐깐하게 굴 거면 다른 데 알아봐라 유형4. 뭐든 내 잘못이다. 빠르게 다시 해 주겠다 유형 - P27

작업 ‘지시서‘가 아닌 작업 의뢰서‘라고 바꿔 쓰는 일, 일 때문에 전화했어도 꼭 안부부터 묻는 일, 공장에 갈 땐 작은 주전부리라도 사 가는 일, 물건을 받고 감사하다고 전화하는 일, 특히 물건이 신속하게 잘 나왔을 때는 "사장님 짱!"이라며 호들갑을 떠는일이 내가 할 수 있는 그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다. - P28

5) 표지 보호를 위한 비닐 커버가 필수로 씌워져 있지 않고 선택 가능한 : 비닐 커버가 처음부터 씌워진 채 판매되는 다이어리가 대부분이다. 나는다이어리에 자연스럽게 손때가 묻는 것을 선호하는 데다가 특유의 비닐 느낌이 싫어서 다이어리를 사면 늘 커버를 빼는데, 그럴 때마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불필요한 쓰레기가 생겨서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비닐 커버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 P32

정리하고 나니 심플해졌다. ‘우리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도 함께 채울 것. 그리고 음료를 판매할 수 있는 작은 카페를 운영할 것.‘ 1층은 카페와 쇼룸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2층은 우리의 작업실로, 옥상은 손님들이 맘껏 올라가 숲을 보며 여행 온 기분으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하고 ‘도심 속 오아시스‘라는 콘셉트를 잡아 공사에 참고할 자료를 찾았다. 쏟아지는 레퍼런스 사이에서 지쳐 갈 때쯤 하와이의 한 핑크색 호텔 사진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선 핑크색을 과감하게 쓴 공간을 만난 적이 없었다. 핑크색을 여유롭고 편안하고, 자유롭고,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색으로 사용해 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분홍과 숲의 초록색이 만나면 정말 아름답겠다는 상상을 하면서.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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