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
이인애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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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인사말이 이렇게까지 슬프게 들릴 일인가 반갑습니다 우리는 같은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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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 말기의 비밀경찰 비즐러는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옴직한 냉혹한 자다. 윗선의 명령으로 그는 당시동독의 최고 극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연인인 여배우 크리스타의 일상을 도청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비즐러는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예술적 열정과 뜨거운 사랑에 감화된다. 종국에는 자기 신념을 바꾸고 직업을잃는 것까지 감수하며 이들을 위해 희생한다.‘ - P113

비즐러의 눈에는 그 고민과 갈등마저 무대 위 배우의 그것처럼 멋지고 아름답게 보였을 것이다. 드라이만과 크리스타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감시카메라로 훔쳐본 비즐러는그날 밤 휑하고 투박한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와, 성매매 여성과 비굴하고 초라한 섹스를 한다. 아마 그는 이때 아프게깨달았을 법하다. 욕망하는 대상을 모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바꿔 말해 자신은 결코 드라이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 P115

"포장해드릴까요?" 묻는 계산대 점원에게 비즐러가 아니오. 이건 나를 위한 것입니다"라고 답하는 마지막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나를 위한 것‘이라는 그 말이 이토록 윤리적일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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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여덟 번이던 술자리 또한 네 번으로, 두 번으로, 한 번으로 줄어갔다. 남준과 함께 사계절을 보내는 동안 저절로 많은친구들이 정리되었다. 주말이면 남준의 차를 타고 함께 남양주나양평, 파주에 있는 카페 같은 데를 다니며 커피를 마시고 서로의사진을 찍어주는 (그러나 절대 함께 사진을 찍지는 않는) 뜨뜻미지근한 연애가 이어졌다. - P85

성격이 곧 운명이다. - P88

-- 이걸 춤천지라고 부른대ヲヲヲヲヲヲヲヲヲヲヲヲ채팅방 사람들이 연신 웃어댔다. 나는 전혀 웃기지 않았다. 저무대 위 사람들이 구애를 위한 몸짓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다. 그것은 차라리 일주일 내내 구겨져 있던 이들이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추는 살풀이에 가까워 보였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창을 닫아버렸다. - P104

"혹시 격리 장소에 함께 사는 가족이 있나요?"
나는 잠시 주저하다, 없다고 대답했다. 함께 살던 사람이 있었으나, 가족은 아니었고, 심지어 지금은 함께하지 않으니 거짓은아니었다. 직원은 키트 속에 포함된 체온계로 매일 체온을 재서하루 두 번 앱에 기록해야 하며, 고열이 반나절 이상 지속되면 곧바로 연락을 하라고 강조했다. 나는 알겠다고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 P111

티타임이 끝나기 무섭게 나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 P125

지금까지 리나 이모를 리나, 라고 부르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한영이 유일했다.
리나 이모는 한영의 모든 것을 알았다. - P136

"저 사람 뭐가 그렇게 좋아?"
"그냥 무난해서."
"그게 뭐야. 티셔츠 고르는 것도 아니고." - P143

"그러겠지."
"있잖아 한스, 나 임신했대."
"뭐?" - P159

"저희 가족은요, 평생 동안 여기 신흥동에서 살았어요."
그녀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게 Y의 삶을 단칼에 규정했다.
"다 거짓말이에요." - P185

"저 사람들도 답답하겠지. 우리처럼."
내가 눈치 없이 말하자 순간 정적이 일었다. - P208

"누군 오고 싶어서 온 줄 아니? 그저께 꿈을 꿨다. 불구덩이 속에서 니가 울고 있더라. 손을 뻗어도 너무 멀어서 닿지가 않아 구할 수도 없었어. 깨보니 영 찝찝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마침 새집으로 이사도 했다고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불안해서 그냥 내려갈 수는 없더구나." - P238

일상을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이야기가 가닿기를 바란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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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에게 있어 글쓰기란 엉엉 우는 일과 비슷하다는생각을 한다. 이왕이면 온 힘을 다해 남김없이 잘 울고 싶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남은 일을 해낼 수 있도록. 그리고어디선가 혼자 우는 사람이 없는지도 돌아보고 싶다. 누구도 혼자 울지 않았으면 한다." ‘작가의 말’에서

"그래."
"그럼 이번 여름에?"
"콜."
그게 진영과 내가 세운 계획의 전부였고 그때까지만 해도 거의농담이었다. - P11

하지만 나는 지나가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하는 게 늘 두려웠다.
말하는 순간 다른 것이 되어버릴 것만 같았고 나로서는 변화를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았고 그 변화에 대해 누군가에게 다시 설명해야 하는 것도 자신이 없었다. 나는 내가 다 겪은 것, 감당한 것,
견뎌낸 것에 대해서만 다른 사람과 공유할 용기가 났다. - P25

우리가 해변에서 주운 쓸모없는 것들은 이제 모래바람에 파묻히고 없다. 물론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우리가 모아둔 방식으로는 더이상 없다. 우리는 커다란 비치 타월을 함께 뒤집어쓰고 해변을 떠난다. 천천히 아직 오지 않은 날 쪽으로. - P38

내가 식당을 연다는 소식을 들은 민구는 카톡으로 웬 헛소리냐는 표정을 짓는 듯한 개 이모티콘을 보냈다. 처음 봤을 때 민구와정말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사준 것이었다.
-선미 니는 요리 못하잖아.
민구는 연달아 카톡을 보냈다.
- 돈도 없고. - P161

"더럽겠지?"
혜수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뭐가?"
"이불 말이야. 도로변에 이렇게 펼쳐놔서 매연을 다 뒤집어쓸거 아냐."
"다 들리겠다." - P149

"내가 그렇게 티를 냈어?"
"너는 늘 네 슬픔이 가장 크지."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정은은 놀랐다. 안 그런 사람도 있나? 그런 의문 때문에, 자신의 것보다 다른 사람의 슬픔이 더 큰 사람도있나. 정은은 여러 번 따져본 끝에 어쩌면 혜수야말로 그런 사람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P135

"한국 사람이에요?"
유코가 일본어 억양이 섞인 한국말로 물었을 때는 이런 폭력적인 사람은 한국인뿐이라는 걸까 싶어 더더욱 민망해졌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코는 다짜고짜 자기가 한잔 살테니 밖에 나가서맥주를 마시자고 했다. 살짝 당황해하는 나를 보며 유코는 혼자서술을 마시러 가기가 싫어서 그런 거라고 덧붙였다. 나는 피로했지만 이런 것도 여행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유코를 따라나섰다. - P109

"올봄에 죽었거든요. 살아 있을 때 좋아하던 건데, 비싸서 못 샀어요. 곧 생일이라 납골당에 그거라도 갖다주려고요."
에구, 젊은 사람이 안됐네, 미안해라, 하며 다들 당황해하는 가운데 미라씨가 소리쳤다.
"생일 선물로 중고를 주는 사람이 어딨어!"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 P89

-또 먹으러 와.
뜻밖이었다. 그 문장을 물끄러미 보면서 나와 다시 만나고 싶다는 건가 의아해하는데 이어서 메시지가 왔다. - P69

공장에 도착하니 직원 셋이 나와 나를 맞아주었다. 육칠십대쯤으로 보이는 여자 둘과 그중 더 키가 큰 쪽의 며느리라는 필리핀여자였다. 숙모는 보이지 않았다. 키 큰 여자가 물었다.
"배달하러 온 거 맞지요?" - P49

고속버스에서 내려 올라탄 시 외곽행 시내버스에는 밤늦게 이곳에 도착한 나와 금요일 밤을 즐기다 귀가하는 듯 보이는 세 명의 동남아계 남자뿐이었다. 한참을 달리던 중 내 뒤에 앉은 한 명이 내 어깨를 툭툭 치길래 돌아봤더니 그가 술냄새를 풍기며 "누나, 우리집에 안 갈래?" 하고 말을 걸었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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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오래이 안을 걸어 다녀야이 흰빛의 마라톤을 무심히 지켜보아야나는 없어지고시인은 탄생하는가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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