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 말기의 비밀경찰 비즐러는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옴직한 냉혹한 자다. 윗선의 명령으로 그는 당시동독의 최고 극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연인인 여배우 크리스타의 일상을 도청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비즐러는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예술적 열정과 뜨거운 사랑에 감화된다. 종국에는 자기 신념을 바꾸고 직업을잃는 것까지 감수하며 이들을 위해 희생한다.‘ - P113

비즐러의 눈에는 그 고민과 갈등마저 무대 위 배우의 그것처럼 멋지고 아름답게 보였을 것이다. 드라이만과 크리스타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감시카메라로 훔쳐본 비즐러는그날 밤 휑하고 투박한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와, 성매매 여성과 비굴하고 초라한 섹스를 한다. 아마 그는 이때 아프게깨달았을 법하다. 욕망하는 대상을 모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바꿔 말해 자신은 결코 드라이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 P115

"포장해드릴까요?" 묻는 계산대 점원에게 비즐러가 아니오. 이건 나를 위한 것입니다"라고 답하는 마지막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나를 위한 것‘이라는 그 말이 이토록 윤리적일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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