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 이사를 하던 날, 나의 집에 와서 책 정리를 같이 해주었던 M이모. 무슨 책이 이렇게까지 많니, 작가는 다 이러니,라고 말했던 이모 이삿짐을 나르는 직원분들을 위해 생수를 사러 갔을 때 나와 함께 언덕을 내려가 동네 슈퍼의위치를 알려주었던 이모 - P19

친구들은 대부분 우리 동네와 쉽게 사랑에 빠졌고, 내가 사는 동네와 집을 좋아하는 나는 그때마다 기뻤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금까지 나는 한국인 친구들은 누구도 집에 초대하지 못했다. 그것은 옆집에 사는 아저씨가 - P17

장소의 기억, 기억의 장소 - P9

서울의 중심가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데도 어쩌다 대중교통이 끊겨 택시를 타고 귀가하면 오랫동안 택시업에종사한 기사들조차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다고 말하는이 동네는 한국전쟁 이후 서울로 모여든 가난한 사람들이성곽 아래에 무허가 주택을 지으면서 형성되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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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만 좋아하셨가니? 여자도 좋아하셨제. 자네는 몰랐제?"
동식씨가 나를 보며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내가 모르는 아버지를 저는 다 안다는 투였다. 남자들끼리 공유하는 비밀이야 불 보듯 환했다. - P69

황사장은 내 곁으로 다가와 주변을 훑어보고는 얼굴을귓가에 바싹 붙였다. 이 동네 사람들은 몸의 거리로 친밀감을 표현하는 모양이었다. 하기는 동물도 그렇긴 하다.
그 거리를 내가 허용하지 않고 살아왔을 뿐이다. 빨갱이나 그 자식들은 알아서 보통 사람들이 친밀하다고 허용하는 거리를 넘어서 있어야 했다. 그래야 누군가 빨갱이의지인이라는 이유로 피해를 당하지 않을 테니까. - P75

큰집 마당에 홀로 서서 나는 예감했다. 오빠와 나의 시간들이 끝났다는 것을.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데 이상하게미안하고 무참했다. 나는 조심스레 내 발자국을 그대로밟으며 큰집을 나왔다. 순백의 마당에 더는 무슨 자국이라도 남기면 안 될 것 같았다. - P80

조금 전 통곡하던 사촌들은 어느새 자기들끼리 시끌벅적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다. 활기찬 담소와 통곡 사이에디쯤에서 서성이며, 나는 깨죽이 담긴 쟁반을 든 채 우두커니 그들을 바라보았다. 꿈결처럼 모든 것이 낯설었다. - P98

그래놓고는 꼭 한마디 덧붙였다.
하기사 그 시절에 똑똑흐다 싶으면 죄 뽈갱이였응게."
"똑똑한 사람만 빨갱이였가니. 게나 고동이나 죄 갱이였제." - P117

"그때게… 막냉이삼춘이 손만 번쩍 안 들었으면 할배가 안 죽었을랑가…………"
큰언니가 옷고름으로 눈물을 찍으며 중얼거렸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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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문학과지성 시인선 572
진은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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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래된 상처처럼 서로를 바라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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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의 탄생 소설의 첫 만남 25
정이현 지음, 불키드 그림 / 창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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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정확하고 필요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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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날 무렵 9월에 그는 손수건으로 부엌 유리창에 붙어 있던 말벌 몇 마리를 잡아서 이미 달궈져있던 스토브의 불판 위에 던졌다. 말벌들은 몸부림을치며 타 죽었다. - P84

어느 날 그가 이렇게 말했다. 책, 음악, 그런 건 너한테나 좋은 거다. 내가 살아가는 데는 필요 없어." - P75

일요일에는 가게 문을 닫고 숲속을 산책하거나 달걀이 들어가지 않은 푸딩을 가지고 피크닉을 갔다. - P43

시처럼 쓴 추억도 환희에 찬 조롱도 없을 것이다.
단조로운 글이 자연스럽게 내게 온다. 내가 부모님께중요한 소식을 말하기 위해 썼던 글과 같은 글이.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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