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아가야.
이모도 그럴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 - P125

봉봉이 나를 더 잘 따르기도 했지만 나는동생이 그런 선택을 한 결정적인 이유는 직장에 매일 출근할 수밖에 없는 동생 내외와 함께 지내는 것보다 프리랜서라 집에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더 많은 나와 지내는 것이 봉봉의 삶을 위해 더 좋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는사실을 안다. 어떤 커다란 사랑은, 상대를 위해 보내주는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동생을 통해 배웠다. - P101

어느 날이었다. 이웃에 사는 언니가 나에게 유기견을 키워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어머니가 홀로 사시는게 외로워 유기견을 입양하셨는데 막상 키워보니 힘에 부쳐 파양하려 하신다는 것이다. 이미 한차례 파양된 적 있다 - P1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 직업적 습관이 되어버렸지만가급적 판단만큼은 내리지 말자고 다짐하며 글을 써왔다.
판단은 작가의 책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세상을 관찰할수록, 절대적이거나 확실한 것은 없었다. 흑백을 대신하는헤아릴 수 없을 만큼 두터운 회색 스펙트럼이 있다는 것만이 진실에 가까웠다. - P117

"그런 장난감 병정 같은 옷을 입고 창피하지 않아?"
들어오는 차도 나가는 손님도 거의 보이지 않는 자정무렵, 귓가에 수없이 감돌던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동주는 순간 다리 힘이 풀렸다. - P154

수화기 너머로 코웃음 치는 소리가 들렸다.
"젊은 놈이 그렇게 건강 챙기는 거 난 아주 재수어………. 내가 문자로 주소 찍어 보낼 테니까 얼른 씻고 나와 - P16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제저녁엔 이불을 씹었다. 이건 속임수가 아니다. 단지 입안에뭘 넣고 싶었던 것뿐이다. 잠이 드는 순간에도 계속 씹고 있었던것 같다. 도도가 그걸 알고 날 협박했다. 자길 기숙학교에 데려가주지 않으면 엄마한테 이르겠다는 거다. 날 안 데려가면, 제일 맛있는 것들을 전부 다 갖다 놓고 형 앞에서 막 먹을 거야. 우린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 P81

바질을 넣은 토마토소스, 지난 8월에 아줌마가 그걸 만들 땐 나도 도왔다. 꼬마 도련님, 병조림은 너무 오래 두고 먹으면 안 돼요.
한 달 반이나 두 달, 그 이상은 안 돼. 오래되면 바질이 기름을 변질시켜서 역한 냄새가 나거든(그때 이미 아줌마는 말할 때 약간헐떡였던 게 사실이다). 난 울었다. - P83

3. 15-19 (1939-1943)그렇게 되면 어른들이 스스로를 책임지라고 충고할 때도,
거짓말할 위험 없이 그러마 하고 약속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게임에 이기려면 정확히 63번 칸에 도달해야 한다. 63보다 큰 숫자가 나온 경우엔 넘치는 수만큼 뒤로 다시 출발해야 한다. - P105

거위 놀이의 결승전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루아르의 형이 됭케르크에서 전사했다. 그는 형을 유난히도 좋아했었다. 우리가 총각딱지를 떼려면 더 나은 시절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 P1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종,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 내 어린 시절에 관해 너희들에게 한 번도 얘기해준 적이 없으니, 넌 내 고난의 시작에 대해서도 별로 아는 게 없으리라는 그렇지? 아버지의 죽음, 노기등등한엄마, 옷장 속에 버려진 어린 몸, 그리고 어느새 학자나 된 듯 무게를 잡으며 글을 쓰기 시작한 열세 살짜리 남자아이. 이제 네게도몇 마디 들려줘야 할 때가 온 것 같구나. - P58

그래서 엄마는 어떻게든 날 변화시켜보려고 유아 보이스카우트에 가입시켰다. 나중엔 정식 보이스카우트 단원이 되었지. 야외 활동과 ‘몸의 정신!‘이야말로 (엄마는 이 말을 진심으로 강조했었다) 내게 결정적인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 거지. 그건 절대적인 신념이었다. 그러나그곳은 고환을 하나밖에 못 가졌던 아이가 경험을 쌓을 만한 그런환경은 아니었단다. - P63

두려워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무슨 일이당할 수 있는 거야! 그렇다 해도 신중할 필요는 있지. 아빠가말했었다. 신중함이란 지성을 갖춘 용기란다. - P67

티조는 나 어렸을 때와는 영 딴판이다. 운동신경이 대단히 발달해 있다. 그 나이의 애들은 보통 동글동글하고 오동통한 법인데,
녀석은 그렇지 않다. 걔는 신경과 근육과 힘줄로만 이루어진 거미같다. 전혀 움직임이 없다가도 한순간에 극도로 민첩해진다. 느린동작은 절대 없다. - P69

물웅덩이에서 발가벗고 있는 내 모습을 비올레트 아줌마가 봤다. 오디를 따는 바람에 손과 팔이 살인자처럼 새빨개져서 몸을씻고 있던 중이었다. 아줌마가 날 물끄러미 바라봤다. 도련님, 분수 옆에 풀이 돋았네! (털이 나는 것에 관해선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 법인데, 아줌마는 기어코 얘길 한다.) 겨드랑이에도 돋았니? 난팔을 쳐들고 아줌마가 직접 확인하게 했다. 아줌마도 이젠 내 몸에 관해 잘 모른다. 날 씻겨주지 않은 지도 벌써 3년이다되어간다. 우릴 가장 잘 알던 사람도 우리가 커버리면 더 이상은 우릴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모든 게 비밀이 되어버린다. 그러다가 죽는순간엔 다시 모든 게 다 드러난다. 아빠를 마지막으로 씻겨드린건 비올레트 아줌마였다. - P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고 대개 교훈들은 실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가 행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실수, 너무 상한 사람 곁을 지키고 말 것을 암시하고 있기도 했다. 정말 그럴까? 여러번 의심했지만 영화를 보고 할머니와 돌아오던 그 한낮의 일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는 믿었다. 예술학교 학생으로 영화를 전공하게 되었으니까. 비록 휴학 중일지라도 말이다. - P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