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의 조건」은 미국에 사는 어느 백인 모녀의 이야기다. - P42

꼬마 콜리는 경악했으며 이내 깨달았다.
우리 모두가 순서대로 죽지는 않는다는 것을. 심지어 어떤경우에는, 딸이 엄마보다 먼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 P43

"보면, 엄마는 항상 자기 자신과 경쟁하고 있는 거 같아. 나는어제의 나를 이길 거야. 그런데 사실, 요즘 사람들이 다들그렇지 않아?" - P46

한참 뒤에 깨달은 거긴 하지만, 그때 콜리 엄마가 한 말은 참으로아름다웠다.
"여긴 해 떴잖아. 괜찮아." - P47

"하루는 아빠가 이러는 거야. 조깅할 때 총은 왜 안 가지고다니는 거냐고. 내가 그랬지. 첫째, 총은 무겁잖아. 둘째,
총이잖아."
"음, 그럼 총을 아예 양손에 들고 다니면 어떨까? 덤벨처럼?" - P50

"나왔어."
콜리의 시카고 시절에 엄마는 불쑥 전화를 걸어와서 이렇게말하곤 했다. - P52

문득 콜리는 자기 가슴 위로 손을 가져와 작게 토닥이는 시늉을했다. "괜찮아, 엄마도 잘 해냈잖아." 그러면서 그녀는 글썽거렸고,
"미안해" 하고 웃으며 후드를 잡아 당겨와서 두 뺨 위에 흘러내리고있던 눈물을 슥슥 닦아 냈다. - P57

콜리의 말이 옳다. 시간은 정말 이상하다. 시간은 절대로 당신‘ 손에잡히지 않지만 늘 곁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죽음 같은 것이다. 혹은,
죽은 엄마 같은 것이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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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리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블루다. 흑진주처럼 까맣게윤이 나는 콜리의 피부에 너무 잘 어울리는 로열블루. 한두 주에 한번 우리가 만날 때마다 콜리는 늘 짙은 파란색 헤드폰을 끼고 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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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만나는 것은 거의가 스쳐 지나가는 시선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모든 시선에 이름표가 달려 있다. - P43

젖먹이를 아기용 욕조에서 꺼내 타월에 싸고, 꼼꼼하게닦아서 옷을 입히는 듯한 매끄러운 손놀림에 게이코는 시선을빼앗겼다. 얼마나 군더더기 없는 아름다운 움직임인가. - P45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날이 저물어서 부엌 유리창에 비친 강가의 나무들이 점점 어둠에 빈틈없이 잠기기 시작하고 대신 백열등에 비친 네 사람의 얼굴이 유리창에 떠오르고 있었다. - P46

"거들까요?"라고 해보았지만, 데라토미노는 "아뇨, 오늘은손님이니까"라고 말했다. ‘오늘은‘이라는 말이 게이코의 귀에남았다. - P47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각각의 리얼한 광경이 냄새와 습도,
기온과 바람, 진동까지 수반하면서 눈앞에 떠오른다. 그것이 바로 지금 움직이고 있다. - P50

문에 이고요함의 이유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면 아직 괜찮다. 나가려고 하면 가즈히코가 붙들까?
게이코는 문에 등을 돌린 채 시야 안에 의식을 표류시키고 있을 뿐이었다. 욕실의 수증기처럼. - P63

가즈히코가 소리 없이 웃는다. 그 숨결이 게이코의 쇄골을 쓰다듬는다. - P70

"홍차를 마시고 나면 오두막으로 안내할까?"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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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자포자기하는 나약한 자의식을드러내는 다큐멘터리들도 많다. 나는 그 다큐멘터리들이훨씬 더 귀하다고 생각한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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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말할 때도 미연은 사람을 계속 보는 버릇이 있다.
그럴 때 그녀의 눈빛은 뭐랄까, 마치 아파트 엘리베이터 같은곳에서 잠시 마주치는, 왜인지 모르게 떨리고 있는 아이의눈빛 같다. - P9

"응.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다 그런 거 같아.
아픔이 있는데, 그 아픔이 정말로 커. 근데 정말로 큰그 아픔이 티가 안나. 또 통곡해서 울지도 않아." - P15

나중에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노아는 그런 자신의 행동 양식을
‘액팅아웃‘이라고 부른다는 걸 알게 됐다. 노아는 ‘액팅 아웃‘이란
‘억압된 감정들이 행동으로 분출되는 방식의 해소‘이며, 자신의경우에는 그게 난잡한 성 행동이 된 거라고 설명했다. - P25

‘하여튼 엄청 예쁜 아이구나‘라고 노아는 생각하면서, 소녀를 향해달리기 시작한다. 밤색 말의 털처럼 윤이 나는 노아의 긴 머리칼이바람에 나부낀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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