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독한 붓

명랑
천운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8월

천운영의 전작 <바늘>을 무척이나 인상 깊게 읽은 독자로 그녀의 두 번째 소설집<명랑>은 기분 좋게도 소포모어 징크스를 두려워 하지 않는 걸출한 신예의 행보를 더욱 긍정하게 만드는 책이다. 여자 김영하라고 불리울 정도로 개성있는 이야기꾼인 천운영의 <명랑>은 그녀의 등장을 반기게 했던 장점들과 더불어 고스란히 단점들까지 함께 가지고 간 작가로서의 고집과 고집쟁이로서의 욕심을 동시에 안고 있는 작품집이다.

그녀가 장편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잠시 궁금했던 적이 있는데 이건 그냥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녀는 단편의 호흡에 적합한 작가가 아닐까 그래서 장편이 나오면 어떤 방식으로든 조금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몸에 그림을 그리고 그려진 그림이 상처처럼 흔적을 남기는 독특한 이미지의 소설 <바늘>이 그러했듯이 이 번 작품집에서도 전작에 등장했던 무섭고 독하고 특이하고 괴이한 여성 캐릭터들이 당당히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있다. 사실 그녀의 소설을 처음 읽고 무척이나 재미있고 흥미로웠지만 글자를 대하면서 두렵다,무섭다 라고 느꼈을 만큼 그녀가 만들어낸 이야기들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강하고 거칠었다. 그녀의 소설들을 몇 줄 시놉시스로만 풀어낸다면 아마 호러영화나 잔혹 스릴러 영화의 줄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일상적이지 않는 캐릭터들의 아주 일상적인 상황의 전개는 영화적일만큼 강력한 비쥬얼을 선사했으며 일단 각인된 비쥬얼 이미지들은 그의 책을 읽는 내내 머리 속을 맴맴 돌았다.

전작에서 가장 강렬했던 이야기가 소의 내장을 먹는 할머니의 이야기 <숨>이 이었다면 이 번 작품집에서 오랫동안 나를 괴롭힌 이야기는 타이틀 <명랑>이다. 반어법처럼 경쾌하게 읽히는 명랑 이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사실 명랑은 명랑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다. 부조리극인 동시에 여성 소설이고 게다가 비극이기까지 하다. 여자 셋이 모여사는 교외의 음식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심리 난투극이자 천운영 특유의 영화같이 속도감있는 전개와 날렵한 묘사가 근사한 이야기다. 약으로 추억하는 할머니의 일상과 일상을 닭똥같은 땀방울로 버텨내는 중년 여성과 일상의 지루함을 흘려보내는 젊은 딸의 일상이 포개어진 이 이야기는 이야기꾼이자 여류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제대로 구축하고 있는 천운영의 매력과 개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녀의 독한 붓은 문단마다 생채기를 내는데 알싸하게 긁히면서도 쾌감이 있다. 다른 작품들 <세번째 유방>이라든가 <멍게 뒷 맛>에서고 자극적인 소재를 인간적으로 표현하는데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야기 꾼이자 소설을 쓰는 여성으로서의 당당함이 반갑고 기특하다.(감히 내가 이런 표현을,.,,.)

누구와도 닮지 않은 작가 천운영의 보폭이 확실한 걸음걸이에 지지를 보낸다.

그녀의 독한 붓

명랑
천운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8월

천운영의 전작 <바늘>을 무척이나 인상 깊게 읽은 독자로 그녀의 두 번째 소설집<명랑>은 기분 좋게도 소포모어 징크스를 두려워 하지 않는 걸출한 신예의 행보를 더욱 긍정하게 만드는 책이다. 여자 김영하라고 불리울 정도로 개성있는 이야기꾼인 천운영의 <명랑>은 그녀의 등장을 반기게 했던 장점들과 더불어 고스란히 단점들까지 함께 가지고 간 작가로서의 고집과 고집쟁이로서의 욕심을 동시에 안고 있는 작품집이다.

그녀가 장편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잠시 궁금했던 적이 있는데 이건 그냥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녀는 단편의 호흡에 적합한 작가가 아닐까 그래서 장편이 나오면 어떤 방식으로든 조금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몸에 그림을 그리고 그려진 그림이 상처처럼 흔적을 남기는 독특한 이미지의 소설 <바늘>이 그러했듯이 이 번 작품집에서도 전작에 등장했던 무섭고 독하고 특이하고 괴이한 여성 캐릭터들이 당당히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있다. 사실 그녀의 소설을 처음 읽고 무척이나 재미있고 흥미로웠지만 글자를 대하면서 두렵다,무섭다 라고 느꼈을 만큼 그녀가 만들어낸 이야기들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강하고 거칠었다. 그녀의 소설들을 몇 줄 시놉시스로만 풀어낸다면 아마 호러영화나 잔혹 스릴러 영화의 줄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일상적이지 않는 캐릭터들의 아주 일상적인 상황의 전개는 영화적일만큼 강력한 비쥬얼을 선사했으며 일단 각인된 비쥬얼 이미지들은 그의 책을 읽는 내내 머리 속을 맴맴 돌았다.

전작에서 가장 강렬했던 이야기가 소의 내장을 먹는 할머니의 이야기 <숨>이 이었다면 이 번 작품집에서 오랫동안 나를 괴롭힌 이야기는 타이틀 <명랑>이다. 반어법처럼 경쾌하게 읽히는 명랑 이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사실 명랑은 명랑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다. 부조리극인 동시에 여성 소설이고 게다가 비극이기까지 하다. 여자 셋이 모여사는 교외의 음식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심리 난투극이자 천운영 특유의 영화같이 속도감있는 전개와 날렵한 묘사가 근사한 이야기다. 약으로 추억하는 할머니의 일상과 일상을 닭똥같은 땀방울로 버텨내는 중년 여성과 일상의 지루함을 흘려보내는 젊은 딸의 일상이 포개어진 이 이야기는 이야기꾼이자 여류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제대로 구축하고 있는 천운영의 매력과 개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녀의 독한 붓은 문단마다 생채기를 내는데 알싸하게 긁히면서도 쾌감이 있다. 다른 작품들 <세번째 유방>이라든가 <멍게 뒷 맛>에서고 자극적인 소재를 인간적으로 표현하는데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야기 꾼이자 소설을 쓰는 여성으로서의 당당함이 반갑고 기특하다.(감히 내가 이런 표현을,.,,.)

누구와도 닮지 않은 작가 천운영의 보폭이 확실한 걸음걸이에 지지를 보낸다.

달콤한 키스 뿐만이 아니었더라.

클림트, 황금빛 유혹 ㅣ 다빈치 art 9
신성림 지음 / 다빈치 / 2002년 7월

클림트가 대세다. 얼마 전 까지 구스타프 클림트라는 작가는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반 고흐의 오랜 위상을 누르고 수많은 인터넷 이미지들과 아트 상품으로 '팔리곤 했다." 20대 여성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그의 화려한 작업들은 고급스러우면서도 독특한 이미지로 많은 이들의 장식적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이바지했다.

지금은 요시토모 나라의 독특한 팬시함에 선두를 내주기 했지만 여전히 젊은 층에게 클림트는 사랑받는 작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의 황금빛 유혹을 소장하고 있다.

이 책은 오스트리아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행적을 낱낱이 쫓는 평전 형식의 책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작업들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클림트에게 궁금한 몇 가지 것들에 가깝다. 대표작인 '키스'를 비롯해서 꽤 많이 알려진 '유디트'라든가 '다나에'같은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그의 그림만큼이나 화려했던 여성 편력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그의 작품 세계와 일상을 동시에 바라보는 시각을 취하고 있다.

장식적인 그림 스타일과 현란한 색채감각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기 전 그의 작품세계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피카소의 작업들을 보는 것처럼 이질적인 스타일을 보여준다. 저자는 그의 일상에 대해서 단호한 코멘트를 내히지 않으며 그의 작업들을 소개한다. 어떤 예술가를 주관적인 시선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오히여 저자가 취한 시원스런 편집을 통해 그의 작업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이 책의 형식이 오히려 더 긍정적이다. 재미있는 점은 대부분의 예술가들의 사생활이 드라미틱한 로맨스로 소개되는데 반해 이 책에서 클림트의 연애사를 다루는 시선은 다분히 건조하다는 것이다.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작업과 일상의 정보를 전달하는 문체는 조금 지루한 듯 하지만 나쁘지 않다. 그의 수많은 여인들을 담아내는 가쉽의 형식을 취한 책들에 비하면 건강하기까지 하다.

클림트가 어떤 작가인가 궁금한 그의 소극적 팬들에게 이 책은 적어도 달콤한 키스의 이미지로만 재단되어진 예술가의 생애에 대해 가감없이 솔직한 글이다. 다행스럽게도 현란한 이미지의 매혹과 사적인 감상을 위주로 쓰여진 책이 아니라는 점이 반갑다.

그의 그림들이 시원하게 자리를 잡은 편집의 판형과 선명한 자료들을 볼 수 있는 재질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