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사실 산책로 자체도 그렇게 조용하지만은 않다. 먼저, 이것은 매우 좋은 발견인데, 새소리가 제법 시끄럽다. - P238
그런데도 ‘시끄럽다‘는 이유로 야단을 맞거나 눈총을 받는 건 어린이들이다. 그때의 ‘시끄럽다‘가 혹시 어른들이대화를 나누는 데 방해가 되어 시끄럽다는 뜻은 아닐까? - P243
어린이가 소음을 내면 ‘나도 한때 저랬지‘ 하며 ‘ 그러이 이해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누구든 잡채에 대해서는 좀 큰 소리로 말하면 좋겠다. - P246
그래서 나는 알게 되었다. 어린이한테는 ‘무심히‘ 하면안 된다고. ‘별 뜻 없이‘ 하면 안 된다고. 어린이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게 아니다. 특별 대우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어린이가 있다는 걸 안 이상, 상대가 어린이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 P252
세상에 어린이가 얼마나 많은데. 그래서 내 결론은 우리가무심해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어린이한테도 어른끼리도어린이끼리도. - P254
산책길에 어린이가 보이면 나는 스스로 사복 경호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개는 덩달아 경호견이 된다. 그러면좀 멋있는 것 같다. - P254
, ‘쉽게 쓸 수 있으면 쉽게 쓴다‘는 내 글쓰기 원칙이 옳다는 걸 확인하는 듯해 뿌듯하다. - P259
쉬운 말이 좋다. 쉽게 쓸 수 있으면 쉽게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한 명이라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글이 좋은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느라 작가가 고생하더라도,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읽고 ‘해석‘하는 대신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데 힘을 쓰는 게 좋다고 믿는다. 그렇게 쓰려고 노력한다. - P261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날 때까지, 나는 어린이 출입 제한 구역에 대해서만큼은 복잡하게 말하고 싶다. - P266
그런 말을 사용하기 전에도 우리는 어린이와 함께 잘 사 먹고잘 놀고 잘 구경했다. 사회의 면면이 달라져 제재가 필요해지더라도, 한 가지 사실만은 잊지 않으면 좋겠다. 어린이의출입을 제한해야 할 때는 오직 어린이를 보호해야 할 때뿐이다. - P268
1인 1주문 부탁드립니다. (어르신 및 어린이는 예외) - P274
나는 어린이 앞에서, 청중 앞에서, 무엇보다 글에, 되도록 속어를 쓰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이번만은 예외로 해야겠다. 그때의 사장님 말씀을 그대로 옮겨야 하니까. "애기가 가오가 있지." - P277
애기가 가오가 있지. ‘아기가 체면이 있지‘라고 순화해야겠지만. 이 말이 너무 멋지지 않은가? 애기가 가오가 있지. - P277
"못된 어린이는 정말 못됐다." 나 자신에게 소스라치게 놀랐다. - P280
그런데 우리가 잘 아는 어린이는 자기 자신, 딱 한 명이다. 그것도 자의적으로 정리된 기억이다. 그것만으로 어린이를 이해하기란불가능하다. - P285
시험 전날 안부를 전하면서 일부러 무심한 투로 "시험잘 보고, 끝나고 어디 가서 놀지 말고 집에 가!"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랬더니 "선생님, 항상 보고 싶어요. 끝나고좋은 마음으로 연락드릴게요"라는 답이 왔다. 걱정하는나를 안심시키는 다정한 말이었다. 나는 이제야 겨우 어른이 되겠다고 결심하고 있는데, 그때 그 어린이는 벌써 이렇게 어른이 되었구나.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에서 용기를 얻는 연말이다. - P287
"선생님, ‘동심 파괴‘ 하셨네요." - P289
"그럼 우리나라도 중학교 1학년까지는 어린이로 해주면좋겠어요. 저도 이제 막 어린이가 끝나가지고 아직 모르는게 많거든요." - P293
"저는 세월호에서 희생된 학생들과 동갑이에요. 그때 소식을 알면서도 선생님들이 하래서 그냥 공부를 한 게 두고두고 마음에 남아요. 이제 저는 어른이 되었는데 그 친구들은 아니잖아요. 과연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생각을많이 해요. 그 뒤로 세상이 달라진 것 같지도 않고, 저도그때 공부하라고 하던 선생님들이랑 똑같은 어른이 된 것같아요." - P302
"죽을 때까지 몇 번이나 할지도 모르는데 그냥 해줘!" 할머니는 원장님이 염색약을 바르는 동안에도 엄청난기세로 말씀을 이어갔다. "나는 인제 하고 싶은 거 다 해. 수박도 한 통씩 먹어. 복숭아는 일곱 개. 포도는 입이 시릴 때까지. 아주 잇몸이 시릴 때까지. 내가 90살까지는 살아야지 했는데 이제 12년밖에 안 남았어." - P308
날마다 보는 험악한 뉴스만큼, 험악한 뉴스에 무감해지는 나 자신에게 겁이 난다. 그럴 때 친절해지기로 한 번 더마음을 다진다. 누군가에게 친절을 주려면 상황 파악도 잘해야 되고, 용기도 내야 한다.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낼 수 있는 용기는 여기까지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소중히 여기려고 한다.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는 게 ‘친절함‘이라면 나는 그에 걸맞은 판단력도, 용기도 갖고 있을테니까. 언제까지나 다정하고 용감한 어른이 되고 싶다. 그게 나의 장래희망이다.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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