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른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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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나이에도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걸 #어린이라는세계 를 읽으며 알았다. 나의 무지와 무례를 자각하는 고통이 이내 희망의 의지가 되었던 건 당연히 사려 깊은 관찰자이자 대책 없는 애호가인 #김소영 작가님 덕이다.

4년 만에 김소영 작가의 신작 #어떤어른 이 출간 되었다. 전작이 제목부터 가이드의 뉘앙스를 품고 있었다면 이번 책은 제목부터 독자에게 질문을 건네는 책이다. 그러니까 어쩌면 이건 꼼꼼히 오래 생각하고 답해야 할 설문지와도 같다. 어린이라는 세계를 건너 어떤 어른인 나에게 오는 길에는 매일의 일상이 있기 마련이다. 작가는 이 범상하고 신비로운 일상을 쓰는 이와 읽는 이 사이의 징검다리로 사용한다. 그 다채롭고 친근하며 맛있고 손이 많이 가는 (마치 #잡채 처럼) 일상의 기록들을 읽으며 나는 또 적당한 때에 호되게 혼이 났고 난데 없이 애틋해졌으며 오밤 중에 주먹을 꽉 쥐거나 지하철 안에서 주책맞게 웃기도 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고심 끝에 내린 답들이 정답일리 없겠지만 언제라도 또 이러한 시험에 들고 싶다. 오답을 잔뜩 썼다해도, 번거롭고 면구스럽다해도 여전히 고민에 반응하는 어른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천진난만하고 어메이징하며 여도러블한 어린이의 부분도 너무 갖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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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산책로 자체도 그렇게 조용하지만은 않다.
먼저, 이것은 매우 좋은 발견인데, 새소리가 제법 시끄럽다. - P238

그런데도 ‘시끄럽다‘는 이유로 야단을 맞거나 눈총을 받는 건 어린이들이다. 그때의 ‘시끄럽다‘가 혹시 어른들이대화를 나누는 데 방해가 되어 시끄럽다는 뜻은 아닐까? - P243

어린이가 소음을 내면 ‘나도 한때 저랬지‘ 하며 ‘
그러이 이해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누구든 잡채에 대해서는 좀 큰 소리로 말하면 좋겠다. - P246

그래서 나는 알게 되었다. 어린이한테는 ‘무심히‘ 하면안 된다고. ‘별 뜻 없이‘ 하면 안 된다고. 어린이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게 아니다. 특별 대우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어린이가 있다는 걸 안 이상, 상대가 어린이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 P252

세상에 어린이가 얼마나 많은데. 그래서 내 결론은 우리가무심해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어린이한테도 어른끼리도어린이끼리도. - P254

산책길에 어린이가 보이면 나는 스스로 사복 경호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개는 덩달아 경호견이 된다. 그러면좀 멋있는 것 같다. - P254

, ‘쉽게 쓸 수 있으면 쉽게 쓴다‘는 내 글쓰기 원칙이 옳다는 걸 확인하는 듯해 뿌듯하다. - P259

쉬운 말이 좋다. 쉽게 쓸 수 있으면 쉽게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한 명이라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글이 좋은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느라 작가가 고생하더라도,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읽고 ‘해석‘하는 대신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데 힘을 쓰는 게 좋다고 믿는다. 그렇게 쓰려고 노력한다. - P261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날 때까지, 나는 어린이 출입 제한 구역에 대해서만큼은 복잡하게 말하고 싶다. - P266

그런 말을 사용하기 전에도 우리는 어린이와 함께 잘 사 먹고잘 놀고 잘 구경했다. 사회의 면면이 달라져 제재가 필요해지더라도, 한 가지 사실만은 잊지 않으면 좋겠다. 어린이의출입을 제한해야 할 때는 오직 어린이를 보호해야 할 때뿐이다. - P268

1인 1주문 부탁드립니다.
(어르신 및 어린이는 예외) - P274

나는 어린이 앞에서, 청중 앞에서, 무엇보다 글에, 되도록 속어를 쓰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이번만은 예외로 해야겠다. 그때의 사장님 말씀을 그대로 옮겨야 하니까.
"애기가 가오가 있지." - P277

애기가 가오가 있지. ‘아기가 체면이 있지‘라고 순화해야겠지만. 이 말이 너무 멋지지 않은가? 애기가 가오가 있지. - P277

"못된 어린이는 정말 못됐다."
나 자신에게 소스라치게 놀랐다. - P280

그런데 우리가 잘 아는 어린이는 자기 자신, 딱 한 명이다. 그것도 자의적으로 정리된 기억이다. 그것만으로 어린이를 이해하기란불가능하다. - P285

시험 전날 안부를 전하면서 일부러 무심한 투로 "시험잘 보고, 끝나고 어디 가서 놀지 말고 집에 가!"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랬더니 "선생님, 항상 보고 싶어요. 끝나고좋은 마음으로 연락드릴게요"라는 답이 왔다. 걱정하는나를 안심시키는 다정한 말이었다. 나는 이제야 겨우 어른이 되겠다고 결심하고 있는데, 그때 그 어린이는 벌써 이렇게 어른이 되었구나.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에서 용기를 얻는 연말이다. - P287

"선생님, ‘동심 파괴‘ 하셨네요." - P289

"그럼 우리나라도 중학교 1학년까지는 어린이로 해주면좋겠어요. 저도 이제 막 어린이가 끝나가지고 아직 모르는게 많거든요." - P293

"저는 세월호에서 희생된 학생들과 동갑이에요. 그때 소식을 알면서도 선생님들이 하래서 그냥 공부를 한 게 두고두고 마음에 남아요. 이제 저는 어른이 되었는데 그 친구들은 아니잖아요. 과연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생각을많이 해요. 그 뒤로 세상이 달라진 것 같지도 않고, 저도그때 공부하라고 하던 선생님들이랑 똑같은 어른이 된 것같아요." - P302

"죽을 때까지 몇 번이나 할지도 모르는데 그냥 해줘!"
할머니는 원장님이 염색약을 바르는 동안에도 엄청난기세로 말씀을 이어갔다.
"나는 인제 하고 싶은 거 다 해. 수박도 한 통씩 먹어. 복숭아는 일곱 개. 포도는 입이 시릴 때까지. 아주 잇몸이 시릴 때까지. 내가 90살까지는 살아야지 했는데 이제 12년밖에 안 남았어." - P308

날마다 보는 험악한 뉴스만큼, 험악한 뉴스에 무감해지는 나 자신에게 겁이 난다. 그럴 때 친절해지기로 한 번 더마음을 다진다. 누군가에게 친절을 주려면 상황 파악도 잘해야 되고, 용기도 내야 한다.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낼 수 있는 용기는 여기까지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소중히 여기려고 한다.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는 게 ‘친절함‘이라면 나는 그에 걸맞은 판단력도, 용기도 갖고 있을테니까. 언제까지나 다정하고 용감한 어른이 되고 싶다. 그게 나의 장래희망이다.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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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귀 기울이면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P119

놀이터에 혼자 앉아 있는 어리고 건방진 신 - P122

나는 내가 신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았다 - P122

드디어 피크닉을 했다. - P129

당신은 혼자 따듯한 우엉차를 끓여 마시고가만히 앉아차가 몸으로 퍼져나가는 경로를 느껴보는 것을 좋아하고그런 당신이 유일하다곤 생각해본 적 없죠그러니 당신과 같은 인간이 나타난대도 놀랄 것도 없지만 - P131

때로 나는 나 혼자만 봐야 하는 시도 쓴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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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여기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고등학교에 갈 거예요.
그러자 엄마가 대답했다. 그건 차차 생각해보자꾸나. 나는 엄마의 조금 부른 배를 보며 이번만큼은 이들이 절대로 내 삶의결정권자가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P110

"맞짱 떴을 때 말이야."
"응."
"난 네가 이겼다고 생각 안 해."
"나도."
"그럼?" - P109

"나는...... 걸레가・・・・・・ 아니다.....
"우리는 시궁창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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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궁창에.... 살고 있다."
"시궁창에는 더러운 쥐들뿐이다."
"시궁창에는...... 더러운...... 쥐들뿐이다." - P105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윤다혜가 들고 있던 담뱃갑을뺏어 내 가방 안에 쑤셔넣었다. 야. 귀한 건데. 윤다혜는 그렇게만 말하고 내게서 담배를 다시 가져가지 않았다. - P109

"웃기지도 않아. 은총이니 뭐니, 그건 다 거짓말이었어. 널겁주려고 그랬던 거야." - P105

"뭐가 문젠데."
미정이 물었다.
"네가 내 인생을 망쳤어." - P104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었지만, 나는 늘 그렇듯 무망했다. 언젠가 죽음을 앞둔 할머니가 손주들을 쪼르르 세워두고얘기한 적이 있었다. 얘들아, 무망한 게 제일로 무섭다. - P113

내가 내보이는 모든 모양새에 무심함이 묻어나야 한다. 그게 어른들의 세계에 잠입하는 방식이다. - P113

하지만 그건 미정의 잘못이 아니다. 나도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아주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믿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최악의 길을 걸어온 나머지 최악이 된 사람일 뿐이었다. 나는 이혁주의 미니홈피에서 미정이 단 댓글을찾아 미정의 홈피에 파도를 타고 들어갔다. 미정의 미니홈피에서는 내가 가장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발라드 노래가 배경으로 흘러나왔다. 미정의 미니미는 한 손을 허리에 짚고 화려한원피스를 입은 채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도토리 좀 썼네.
그런 생각을 하며 담배를 다시 피워 물었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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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감이 없는 나지만, 한눈에 알아보는 학년이 있다. 바로 중학교 1학년이다. - P138

공부 부담이 커지는 건 말할것도 없다. 잘 적응한다고 해서 힘이 들지 않는 게 아니다.
어른도 괜찮아 보이려고 무리할 때가 있다. 어린이는 더 자주 그런다. 얼마큼 감당할 수 있는지 자기도 잘 모르니까. - P139

"아름다운 건 우리보다 오래 남아요." - P142

"영화관, 한동안 궁금했던 것을 알아냈을 때의 기분, 편지, 글을 쓰다가 최근에 알게 된 단어를 썼을 때의 기분, 꽃잎들이 붙은 모습, 새를 보는 것, 유리창에 붙은 빗방울, 질병이 없는 세상, 비행기 날개......."
청소년들이 써주었다. 이런 낭만적인 아름다움이라니. - P144

"우리 국어 선생님이 6, 7월이 제일 위험하대요. 날씨가너무 좋은데 창가에서 누가 책을 읽고 있다. 그러면 백 퍼센트 반한대요." - P150

읽는 사람들은 읽는 세계 안에서 서로 알고 지낸다. 정치가 책을 미워하고 사회가 책을 소외시키고 경제가 책을의심해도, 독자는 계속 생겨난다. 브레히트는 "암울한 시대에도 노래를 부를 것인가? 그래도 노래 부를 것이다. 암울한 시대에 대해"라고 했다. 우리는 계속 읽을 것이다. 우리 세계에 대한 책을. - P151

그믐밤 반딧불은부서진 달 조각 - P155

"아하! 그래서 부서진 달 조각이라고 한 거네요?"
"예쁘다."
"느낌이 좋아요." - P154

그러니까 시는시여 네가 좋다너와 함께 있으면나는 나를 안을 수 있으니까.
진은영 「그러니까 시는」 중에서 - P156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선생님은 날마다 ‘가까이에서 보는‘ 의미 있는 어른이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위상은 어쩌다 마주친 (허세에 찬) 작가와는 전혀 다르고, 소방관이나과학자와도 다르다. 그러니 선생님을 위해서만이 아니라아이들과 사회를 위해서 그분들에게 안정과 인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그게 잘되고 있는 걸까? - P161

"나는 신앙이 있다. 너희는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누구든 신념은 있어야 한다" - P168

우리가 그날 느낀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저 ‘감수성예민한 아이들‘의 한때였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세월이 오래 흐르고 생각해보니 우리가 느낀 건 예술에 대한 경외감이었다. 너무 아름다우면 감동을 받을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적어도 나는 두려울 만큼 놀랐다. - P177

"열일곱 살이면 어린 거 아니야. 네 인생 네가 살면 되는거지." - P182

질문은 이랬다.
"배우님이 생각하기에 ‘배우‘라는 직업의 제일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산뜻하고 또렷한 답이 돌아왔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를 영화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요." - P186

어린이들과 ‘일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로 했다. 독서교실근처에서 시작했다. 우선 내가 있다. 어떤 어린이는 "선생님도 일을 해요?" 하고 깜짝 놀랐다. (아니 그럼 내가 노는 것같으냐!) 미용실 원장님, 피아노 선생님, 약사 선생님, 반찬가게 사장님, 경비 아저씨, 학원 버스 선생님...... - P194

흔히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할 줄도 안다고 한다.
나는 그 말에 줄곧 의심을 품어왔다. 사랑을 잘하는 사람은, 사랑을 해본 사람 아닐까? 누군가의 팬이었던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사랑의 진짜 기쁨은 사랑을 주는 데 있다는 걸. 그 기쁨은 사랑을 받을 기회가 없던 사람도 얼마든지누릴 수 있다. - P199

"차별하게 내버려두는 거는 이제 좀 구리잖아." - P204

그래서 내 생각이 옳을 수도, 그를 수도, 옳기도 하고 그르기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깜짝 놀랐다. 내가알 속에 있는 줄도 몰랐는데 갑자기 껍데기가 깨진 느낌이랄까. - P208

그러나 개는 습도와 산책의 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아침이니까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밖에 나가는 순간 나는 그대로 집에 돌아가고 싶다. 나는 원래 사우나도못 하는 사람이다. 분명히 개도 그럴 텐데 어째서 아닌 척하는 걸까.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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