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우리는 오므라이스가 나오기만을 기다렸어.
(그렇게 우리는 집에 도착했다. 곧장 부엌으로 가 우리는 음식을 차리기 시작했다. 밤새 먹을 작정이었다.) - P94

엄마는 여행 계획을 짜는 게 취미였다. 엄마의 노트에는 스페인 남부 7박 8일 코스부터 중남미 20박 21일 코스까지 다양한 여행 일정표가 적혀 있었다. - P106

소설의 제목은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 <날씨의 아이>의 영어 제목 ‘Weatheringwith You‘에서 따왔다. - P130

. 그렇다고 해도 거기에서 그와 인선이 마주칠 확률은 얼마나 될까. 하지만 어젯밤 확인해본 대로라면 전갈자리와 천칭자리 별의 움직임이 나쁘지 않았다. 인선에게는 그 정도만으로도 우연을 기대할 만큼 미련이 남아 있었고 그것은 종종 자기암시로 이어졌다. - P139

아이들은 당연히 그를 싫어했다. 기욱은 예외였다. 그는 까다롭고 변덕스러운 음악 교사에게서 예술이 가진예민함과 괴팍함을 보았고 그의 폭력성까지도 자신이 막눈뜨게 된 클래식 음악의 권위에 포함시켰다. - P145

최대한 예의 바르게 대꾸했다. "아, 그럼 누구지휘가 좋은가요? 한번 들어보려고요." "나는 대체로 마음에 안 들어서 이렇게 악보로 들어요." 노인은 자신이 내뱉은 말의 뜻을 설명하듯 덧붙였다. "나이가 들면 소리를듣는 게 느려져서, 나한테 맞는 속도를 찾게 되는 거요.
시간을 이겨내는 사람은 없으니까." - P151

음악을 전공하고 또 직업으로 삼으면서 기욱에게는 이따금 그를 떠올리는 순간들이 있었다. 대학생 때 명왕성이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에서 떨어져 나가 왜행성이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은 것도 음악 교사의 말이 생각나서였다. 국제천문연맹의 결정에 따라 태양계의행성은 여덟 개가 되었고 홀스트의 행성은 다시 지구를뺀 모든 행성을 포함하는 곡이 되었다. 하지만 음악이 그런 과학자들의 분류에서 영향을 받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음악 교사의 말대로였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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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궁궐이야. - P15

우리 서로 죽었다고 생각하면서 살자. - P19

당분간 떠나 있을 예정입니다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누나, 급하면 전화할게 - P27

다른 사람들도 다 그래. 나도 그래.
그녀가 말했다. 그래서 정말 그래?라고 물었더니 정말 그렇다고 했다. 그러고는 내가 준 장미꽃을 들고 천부
천히 멀어졌다. - P29

우리 친구로 지내자. 다만 유인한 삶의내가 뭘 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그런 말이 왜 나오나. 내가 또 말이 없으니 그가 말했다. - P33

어떤 사람들은 인생을 포기했기 때문에 집에서 구더기가 나오는 줄 안다. 하지만 의외로 구더기는 의욕이 바닥났을 때가 아니라 다시 막 샘솟을 때 나오기도한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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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이 늦었지.
요즘은 글이 잘 써지지 않아.
특별히 걱정할 일은 아니야. - P88

이제 네 시디는 다 돌아갔고,
밤은 아까보다 더 깊어졌어.
네 목소리가 정적 속에 스며들어서,
이 정적이 어쩐지 따스하게 느껴진다. - P93

παθεῖνμαθεῖν
‘수난을 겪다‘는 뜻의 동사와 ‘배워 깨닫다‘는 뜻의 동사입니다.
거의 흡사하지요? 그러니까 지금 이 부분에서, 소크라테스는 일종의 언어유희로 두 가지 행위가 비슷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 P95

더 견딜 수 없을 만큼 피로해지기 위해 걷는다. 이제 돌아가야할 집의 정적을 느낄 수 없게 될 때까지, 검은 나무들과 검은 커튼과 검은 소파, 검은 레고 박스들에 눈길을 던질 힘이 남지 않을 때까지 걷는다. 격렬한 졸음에 취해, 씻지도 이불을 덮지도 않고 소파에 모로 누워 잠들 수 있을 때까지 걷는다. 설령 악몽을 꾸더라도 중간에 잠에서 깨지 않기 위해,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해 새벽까지 뜬눈으로 뒤척이지 않기 위해 걷는다. 그 생생한 새벽시간, 사금파리 같은 기억들을 끈덕지게 되불러 모으지 않기 위해 걷는다. - P101

펄펄 내리는 눈의 슬픔.
응?
그게 엄마 이름이야.
그녀는 얼른 대답하지 못하고 아이의 말간 눈을 들여다보았다. - P113

그 이마에 힘을 주어 주름을 더 깊게 하며 너는 나에게 말했지.
고백하자면 말이야. 내가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책을 내게되면, 그게 꼭 점자로 제작되었으면 좋겠어. 누군가가 손가락으로더듬어서, 끝까지 한 줄 한 줄 더듬어서 그 책을 읽어주면 좋겠어.
그건 정말...... 뭐랄까, 정말 그 사람과 접촉하는 거잖아. 그렇지않아?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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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아름다운 것이다.
아름다움은 어려운 것이다.
아름다움은 고결한 것이다. - P77

목소리가 다정히, 최소한의 공간으로 흘러나와 번졌다.
입술에 악물린 자국이 없었다.
눈에 핏물이 고여 있지 않았다. - P76

상상할 수 있겠니.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그런 침묵을 본 건 처음이었어.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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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라고 자신의 묘비명을 써달라고 보르헤스는 유언했다. 일본계 혼혈인 비서였던 아름답고 젊은 마리아고타마에게. 그녀는 87세의 보르헤스와 결혼해 마지막 석 달을 함께 지냈다. 그가 소년 시절을 보냈으며 이제 묻히고 싶어했던 도시 제네바에서 그의 임종을 지켰다. - P9

젊지도, 특별히 아름답지도 않은 여자다. 총명한 눈빛을 가졌지만, 자꾸만 눈꺼풀이 경련하기 때문에 그것을 알아보기 어렵다.
마치 세상으로부터 검은 옷 속으로 피신하려는 듯 어깨와 등은 비스듬히 굽었고, 손톱들은 지독할 만큼 바싹 깎여 있다. 왼쪽 손목에는 머리칼을 묶는 흑자주색 벨벳 밴드가 둘러져 있는데, 여자의몸에 걸쳐진 것들 중 유일하게 색채를 가진 것이다. - P12

공포는 아직 희미했다. 고통은 침묵의 뱃속에서 뜨거운 회로를드러내기 전에 망설이고 있었다. 철자와 음운, 헐거운 의미가 만나는 곳에 희열과 죄가 함께, 폭약의 심지처럼 천천히 타들어가고있었다. - P20

다른 어떤 단어와도 결합되어 구사되기를 기다리지 않는, 극도로 자족적인 언어.
돌이킬 수 없이 인과와 태도를 결정한 뒤에야 마침내 입술을 뗄수 있는 언어. - P24

말하자면, 플라톤이 구사한 희랍어는 마치 막 떨어지려 하는 단단한 열매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의 세대 이후 고대 희랍어는 급격하게 저물어갑니다. 언어와 함께 희랍 국가들 역시 쇠망을 맞게되지요. 그런 점에서, 플라톤은 언어뿐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의 석양 앞에 서 있었던 셈입니다. - P33

나를 용서하겠습니까.
용서할 수 없다면, 내가 용서를 구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겠습니까. - P41

동기가 어떻든, 희랍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얼마간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걸음걸이와 말의 속력이 대체로 느리고, 감정을잘 드러내지 않습니다(아마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일 테지요). - P42

문득 눈이 시어 눈물이 흐를 때가 있는데, 단순히 생리적이었던 눈물이 어째서인지 멈추지 않을때면 조용히 차도를 등지고 서서 그것이 지나가기를 기다립니다. - P45

당신의 목소리는 아마 그 생나무들의 감촉과 냄새를 닮은 어떤것일 거라고, 막연히 그때 나는 생각했습니다. - P51

멈추시오.
TaDE.
멈추지 마시오.
μὴ παῦε나에게 물어보시오.
아무것도 나에게 묻지 마시오.
αἴτει με.
μὴαἴτει μηδέν με.
다른 방법으로 하시오. 결코 다른 방법으로 하지 마시오.
μὴ αἴτει οὐδὲν αὐτόνἄλλως ποιήσης.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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