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이 늦었지.
요즘은 글이 잘 써지지 않아.
특별히 걱정할 일은 아니야. - P88

이제 네 시디는 다 돌아갔고,
밤은 아까보다 더 깊어졌어.
네 목소리가 정적 속에 스며들어서,
이 정적이 어쩐지 따스하게 느껴진다. - P93

παθεῖνμαθεῖν
‘수난을 겪다‘는 뜻의 동사와 ‘배워 깨닫다‘는 뜻의 동사입니다.
거의 흡사하지요? 그러니까 지금 이 부분에서, 소크라테스는 일종의 언어유희로 두 가지 행위가 비슷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 P95

더 견딜 수 없을 만큼 피로해지기 위해 걷는다. 이제 돌아가야할 집의 정적을 느낄 수 없게 될 때까지, 검은 나무들과 검은 커튼과 검은 소파, 검은 레고 박스들에 눈길을 던질 힘이 남지 않을 때까지 걷는다. 격렬한 졸음에 취해, 씻지도 이불을 덮지도 않고 소파에 모로 누워 잠들 수 있을 때까지 걷는다. 설령 악몽을 꾸더라도 중간에 잠에서 깨지 않기 위해,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해 새벽까지 뜬눈으로 뒤척이지 않기 위해 걷는다. 그 생생한 새벽시간, 사금파리 같은 기억들을 끈덕지게 되불러 모으지 않기 위해 걷는다. - P101

펄펄 내리는 눈의 슬픔.
응?
그게 엄마 이름이야.
그녀는 얼른 대답하지 못하고 아이의 말간 눈을 들여다보았다. - P113

그 이마에 힘을 주어 주름을 더 깊게 하며 너는 나에게 말했지.
고백하자면 말이야. 내가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책을 내게되면, 그게 꼭 점자로 제작되었으면 좋겠어. 누군가가 손가락으로더듬어서, 끝까지 한 줄 한 줄 더듬어서 그 책을 읽어주면 좋겠어.
그건 정말...... 뭐랄까, 정말 그 사람과 접촉하는 거잖아. 그렇지않아?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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