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작가의 삶 같은 건 코딱지만큼도 부럽지 않다고 복희는생각한다. 딸을 보며 하는 생각이다. 글쓰는 것도 싫고 유명한것도 싫기 때문이다. - P183

유명 작가의 삶 같은 건 코딱지만큼도 부럽지 않지만 복희는실감한다. 글쓰기의 세계가 얼마나 영롱한지를 오랫동안 그 곁에서 고구마 마탕이나 해주고 싶다고 복희는 생각한다. - P191

"네가 너무 아름다운 걸 써서 그래."
유명 작가의 삶 같은 건 코딱지만큼도 부럽지 않지만 복희는실감한다. 글쓰기의 세계가 얼마나 영롱한지를 오랫동안 그 곁에서 고구마 마탕이나 해주고 싶다고 복희는 생각한다. - P191

"복희씨 아니세요?"
"아니에요······ - P199

한편 남희는 담임선생님과 애매하게 정이 든 초등학생처럼어색한 포즈로 사람을 대한다. 웅이가 싫지는 않지만 그렇다고좋아 죽겠는 건 아니다. 그래도 가끔씩 웅이에게 무언가를 바란다. 이를테면 참치 같은 것 말이다. 그럴 때 숙희와 달리 남희는어눌하게 소리낸다. 영어에 서툰 자가 영어로 말하듯이. 자기로선 아는 어휘가 별로 없다는 듯이. 물론 남희가 어휘를 늘려야할 필요는 전혀 없다. 웅이가 남희의 언어를 배워야 할 뿐. 남희는 암컷 같지도 수컷 같지도 않다. 남희를 통해 웅이는 젠더 뉴트럴의 한 예시를 본다. - P203

남희가 더욱더 사나운 소리로 북어를 달라며 울고, 복희가 커피는 잊은 거냐며 재촉하고, 슬아는 초췌한 얼굴로 목말라 죽을 것같다고 신음한다.
웅이는 다시 서둘러 부엌으로 간다. 항문에 힘을 주고 간다.
이 집에서 가부장제는 알게 모르게 붕괴되고 있다. - P206

"브라자는 또 왜 해?"
"안 하면 가슴이 티 나잖아."
"해도 티 나거든? 어차피 티날 건데 굳이 왜 해? 그리고 가슴이 있으면 티 나는 게 당연하지 왜 가려?"
"안 하면 사람들 다 쳐다보거든?"
"그러든지 말든지. 만약 너무 쳐다보면 그 사람 잘못이거든?
그런 사람 피하려고 브라자를 하냐? 이렇게 불편한데?"
"넌 작아서 상관없겠지만 나는 안 하면 가슴이 너무 커 보이거든?"
"아니거든? 오히려 더 강조되거든?"
복희는 소리친다. "상관 말라고."
슬아가 마지막으로 알린다. "일 분 남았어." - P214

이런 상상을 해보기로 한다. 하루 두 편씩 글을 쓰는데 딱 세사람에게만 보여줄 수 있다면 어떨까. 세 명의 독자가 식탁에 모
"여앉아 글을 읽는다. 피식거릴 수도 눈가가 촉촉해질 수도 아무런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 읽기가 끝나면 독자는 식탁을 떠난다. 글쓴이는 혼자 남아 글을 치운다. 식탁 위에 놓였던 문장이언제까지 기억될까? 곧이어 다음 글이 차려져야 하고, 그런 노동이 하루에 두 번씩 꼬박꼬박 반복된다면 말이다. - P228

그러는 사이 복희는 집중해서 책을 마저 읽는다. 소설은 복희의 눈코입을 통과하며 거의 정확하게 이해받고 있다. 바로 이 사람을 독자로 만나기 위해 몇백 년을 살아남았다는 듯이, 소설은복희의 손 아래에서 영광을 누린다. - P234

"선생님은 먼저 선先에 날 생生이 합쳐진 말이잖아요. 먼저 태어나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죠.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이런 말을 했어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어떤 삶을 먼저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모두 선생님이 될 수 있다고요." " - P263

"근데 이런 걸 왜 나한테 물어보냐?"
그럼 전화기 너머에서 미란이가 대답한다.
"저는 애비가 없잖아요."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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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한 뒤로 나무는 점쟁이나 독심술사처럼 용해졌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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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여~!"
그 말에 슬아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웃고는 긴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70년간 어떤 일을 하며 살아왔는지 묻자존자와 병찬의 입에서 별별 사연이 강물처럼 흘러나왔다. 슬아의 책은 그것을 열심히 듣고 적은 결과다. 복희는 가방에서 책을 꺼낸 뒤존자에게 건넨다. - P103

슬아 뭐라고 하셨어요?
병찬 "밥사발에도 눈물이 있고 죽사발에도 웃음이 있으니,
죽을 먹어도 웃을 수 있다면 살겠다"라고 말하는 거야. 내가열아홉에 그 말을 듣고 감동을 받아버린겨.
슬아 결혼해보니까 어떠셨어요?
....
존자 해보니까, 안 한 것만 못하.…… - P105

자신에 관한 긴 글을 듣자 오랜 서러움이 조금은 남의 일처럼느껴졌다. 슬아의 해설과 함께 어떤 시간이 보기 좋게 떠나갔다.
이야기가 된다는 건 멀어지는 것이구나. 존자는 앉은 채로 어렴풋이 깨달았다. 실바람 같은 자유가 존자의 가슴에 깃들었다. 멀어져야만 얻게 되는 자유였다. 고정된 기억들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 P109

"나도 삼십대 땐 로즈 시절이었어~"
슬아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정한다.
"리즈 시절이겠지......"
복희는 헷갈리는 얼굴로 생각에 잠긴다.
"그게 그거 아닌가?"
"전혀 달라. - P111

"로즈 시절이네." - P117

‘슬아 사장님은 언제 놀아요?"
철이가 묻고 복희가 디저트를 준비하며 대답한다.
"나도 그게 궁금해." - P125

1. 마감을 지켰고 글도 좋은 원고2. 마감은 늦었지만 글이 좋은 원고3. 마감은 지켰지만 글이 별로인 원고4. 마감도 늦었고 글도 별로인 원고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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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당근이라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찬란이다. - P28

슬픔에 빠져 주위가 암담할 때 당근을 생각한다. 자신이 화려한 색을 지닌 것도 모른 채 땅속에 잠겨 있는 형광빛의 근채류 식물. 어쩌면 우리가 보는 세계가 이토록 캄캄한것은 마음 주위를 자전하는 빛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휘황과광채는 도리어 주위의 캄캄함을 일깨우기에. 그렇게 생각하면 우주로부터 지구로 파견 나온 스파이가 된 것 같다. - P27

물의 날개가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바라본다.
작고 붉은 종들이 가지 사이에 모여 흔들린다.
여름의 부름. - P36

붉은 물방울들이 높이 솟아오른다.
기다림을 통과한 색깔들은 준비가 되어 있다.
손끝의 액체들을 입술로 훑으면,
이종의 두 몸이 서로를 알아보는 신호로서의 감칠맛. - P39

선드라이 토마토를 만드는 일은 태양의 긴 여행을 뒤쫓는 방식들 중 하나라는 것. 열매와 빛이 만나는 곳에서 새로운 여름의 형식을 만들어내는일이라는 것을. - P42

수란을 터트리는 일은 아름답고, 은밀하고, 사랑스럽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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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떠났다.
정하가 나무 사진을 보며 말했다.
"나무는 전설 속 동물이었던 것 같아."
아, 그렇구나.
우리는 전설 속 동물과행복한 꿈을 꾸다 깨어났구나.

끊임없이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나무는 멀리 간 게 아니라, 내마음속으로 옮겨온 거다, 외출할 때 혼자 두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좋아, 마음속에서 내 눈물을 먹으면 안 되니 울면 안 돼, 등등. 덕분에 목숨처럼 사랑한 반려동물과 헤어졌지만, 펫로스 증후군이 없었다. - P7

낯선 도시, 낯선 집에 온 강아지의 마음이 얼마나 불안했을까. 그때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강아지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걸 몰랐다. 사실 새 식구를 만난 기쁨보다 정하와 약속을 지켰다는 안도감과 앞으로 이 개를 어떻게 키우나 하는 암담함이 더 컸다. - P27

그동안 본의아니게 굶긴 것을 가슴 아파하며 나무에게 사료도 많이주고, 배변 훈련도 시키지 않고, 엄마라는 호칭도 허락해주었다. 정하가 "나무야, 엄마가~"라고 하면 "내가 왜 개 엄마야" 하고 거부했는데. 호적에 올릴 순 없지만, 이제 어엿한 둘째 딸로 인정하기로 했다. - P39

그런데 안기는 건 달랐다. 밖에 나가면 꼭 나한테만 안겼다. 그건지금 생각해도 불가사의하다. 그렇게 좋아하는 이모도, 정하도 안으려고 하면 미친 듯이 이단옆차기를 해서 물리치고 내게로 왔다. 아마도 생후 45일째부터 키워서 나를 친엄마라고 생각한 것 같다. 아, 나는 친엄마가 아닌데. 나무야, 네게도 막장 드라마처럼 출생의 비밀이있단다. - P53

그런데 안기는 건 달랐다. 밖에 나가면 꼭 나한테만 안겼다. 그건지금 생각해도 불가사의하다. 그렇게 좋아하는 이모도, 정하도 안으려고 하면 미친 듯이 이단옆차기를 해서 물리치고 내게로 왔다. 아마도 생후 45일째부터 키워서 나를 친엄마라고 생각한 것 같다. 아, 나는 친엄마가 아닌데. 나무야, 네게도 막장 드라마처럼 출생의 비밀이있단다. - P53

노는 것 다 알아요.
산책이나 하러 가자고요. - P58

못 찾으면 낑낑거리고 울면서 이 방 저방 찾으러 뛰어다닌다. 그런 아이를 상대로 매번 숨을 곳을 연구하는 나. 개하고 너무 진지하게 숨바꼭질하는 것 같다. 운동도 되고 재미있기도 하지만, 무라카미하루키 에세이를 번역하다 말고 개하고 숨바꼭질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이게 고급 인력이 할 짓인가 싶습니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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