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당근이라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찬란이다. - P28
슬픔에 빠져 주위가 암담할 때 당근을 생각한다. 자신이 화려한 색을 지닌 것도 모른 채 땅속에 잠겨 있는 형광빛의 근채류 식물. 어쩌면 우리가 보는 세계가 이토록 캄캄한것은 마음 주위를 자전하는 빛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휘황과광채는 도리어 주위의 캄캄함을 일깨우기에. 그렇게 생각하면 우주로부터 지구로 파견 나온 스파이가 된 것 같다. - P27
물의 날개가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바라본다. 작고 붉은 종들이 가지 사이에 모여 흔들린다. 여름의 부름. - P36
붉은 물방울들이 높이 솟아오른다. 기다림을 통과한 색깔들은 준비가 되어 있다. 손끝의 액체들을 입술로 훑으면, 이종의 두 몸이 서로를 알아보는 신호로서의 감칠맛. - P39
선드라이 토마토를 만드는 일은 태양의 긴 여행을 뒤쫓는 방식들 중 하나라는 것. 열매와 빛이 만나는 곳에서 새로운 여름의 형식을 만들어내는일이라는 것을. - P42
수란을 터트리는 일은 아름답고, 은밀하고, 사랑스럽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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