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베강가에 자리 잡은 도시 함부르크에는 악마의 다리(Teufelsbrück)라고 불리는 아주 작은 항구가 있다. 옛날사람들은 엘베강 위에 가을 폭풍을 견뎌낼 정도로 튼튼한다리를 지을 수가 없었다. - P55

밤의 전화 방은 공원에 막 도착한 우주선일지도모른다. 달나라 사람들이 여기 사람의 사는 모습을 정탐하러 달나라 여학생 한 명을 지구에 보냈고 그 학생은 막 첫번째 보고를 하는 중인 것이다. 학생은 이 공원에 관해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까? 도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벌써 그렇게 할 이야기가 많은지? - P52

요즘 들어 점점 더 마음에 드는 독일어 단어 중의 하나가
"방*이다. 이 단어 덕분에 나는 내 몸 안에 있는 많은 작은살아 있는 방들을 상상해볼 수 있다. - P51

그 외에도 이 문방구의 왕국에서 내 마음에 든것은 스테이플러 심 제거기다. 이 멋진 이름은 내가 외국어에 대해 갖고 있는 동경을 몸으로 보여준다. - P48

나는 나에게 언어를 선물해준, 독일어로 여성 명사인 타자기를 말엄마라고 부른다. 사실 이 타자기로는 타자기 안과 그 몸 위에 지니고 있는 부호들만 쓸 수 있었다. - P46

나는 내 영혼을 보지도 못하고 내 영혼과 이야기를할 수도 없겠지만, 내가 겪고 쓰는 모든 것은 영혼의 삶과부합한다. 나는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내 영혼은항상 어딘가 떠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 P57

뱃사람보다 더 멀리 여행하고 가장 나이 많은 농부보다 같은 장소에 더 오래 산 사람들이 있다. 바로 죽은사람들이다. 그래서 죽은 사람들보다 더 재미난 이야기꾼은 없다.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무엇보다 들을 수조차 없다는 것은 정말 문제다.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이것은 문학의가장 어려운 과제 가운데 하나로, 문화마다 상이한 방식으로 해결한다. - P59

* "브레첼(Brezel)"이라는 단어를 "B"와 "Rezel"로 나눈 언어유희. "레첼(Rezel)"은 수수께끼를 뜻하는 독일어 단어 "레첼 (Rätsel)"과 닮았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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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부장 한 사람이 중증의 당뇨병 진단을 받고 나서 사흘을울었다고 고백했다. 체구도 크고 평소 성격도 괄괄한 사람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당장 위중한 병도 아니고, 병원에서 정해주는 식단표대로 먹으며 평소처럼 살면 되는 일인데왜 그러는지 처음에는 몰랐다. - P228

불행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내게 가르쳐준 주리였다. 인간을 보고배운다는 것은 언제라도 흥미가 있는 일이었다. 인간만큼 다양한변주를 허락하는 주제가 또 어디 있으랴. - P229

"그 사람은 내가 그렇게 맛있어 했던 스파게티를 어디서 먹었는지 기억하지 못해. 니네 이모부는 사진들이 나란히 붙어있는 앨범만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대지." - P231

그러나 내 어머니보다 이모를 더 사랑하는 이유도 바로 그 낭만성에 있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사랑을 시작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미워하게 된다는, 인간이란 존재의 한없는 모순....... - P232

"와, 그렇게 멋진 어머니가 두 분이다 이 말이잖아. 근사하고 상냥한 어머니가 둘씩이나, 안진진 정말 횡재했구나. 생각할수록 나까지 신나는 일인데?" - P236

"그래. 열일곱 개. 떨이해준 거야. 청년의 애인이 기다리고 있대.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했으니까 지금 두 사람만이 알고 있는 약속장소에서 틀림없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래. 그래서 내가 그랬지. 어서 달려가 애인을 만나라고." - P238

진진아, 나, 이 선물, 죽을 때까지 영원히, 영원히 보물처럼 간직할 거야. 꼭 그렇게 할 거야....... - P240

"그만 울어요. 이제 와서 울면 뭐해."
동생의 여자였으므로 반은 올리고 반은 낮추는 말투를 사용하는 나.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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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하, 웃었고 이모는 호호, 웃었다. 우리는 비밀암호로 상대를 확인한 병사들처럼 안심하고 팔짱을 꼈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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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결혼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제발 부탁이니, 누구도 비난하지 말기를 바란다. 여자 나이 스물다섯에 할 수 있는 결단이 꼭결혼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모를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 P217

미리 말하지만 이것은 나에게만 해당하는 특별사유일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다 통용되는 앞서의 세 가지 사랑 메모와는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것으로 사랑을 가려냈다. - P218

그래도, 사랑의 유지와 아무 상관이 없다 하더라도, 보다 나은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이 욕망을 멈출 수가 없다. 이것이 사랑이다. 김장우와 함께 떠났던 서해바다에서 나는 그것을 깨달았다. 그장렬한 비애,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누추한 나는 너무나 부끄러운 존재였다. 부끄러움을 누더기처럼 걸치고 그토록이나 오래 기다려온 사랑 앞으로 걸어 나가고 싶지 않다. 저 바다가푸른 눈 뜨고 지켜보는 앞에서는 더욱. - P219

그렇게 해서 진모는 늦어도 다음 겨울이면 집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어머니도 법률책을 떼고 다시 일본어 공부로 돌아왔다. 진모 때문에 어머니가 일껏 익혔던 "모오 소로소로 아끼데스네 (벌써 가을입니다)"는 써먹을 수가 없게 되었고 대신
"모오 소로소로 후유데스네 (벌써 겨울입니다)"가 도입되어야 했다. - P226

단조로운 삶은 역시 단조로운 행복만을 약속한다. - P228

갑자기 이모부는 왜냐고 눈을 크게 뜨는 이모.
"아니, 이모부랑 같이 간 것 아니에요? 그때가 언제더라? 결혼20주년 기념으로 두 분이 유럽여행 가셨잖아요."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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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데나 장우씨 좋은 곳이면 나도 좋아요." - P190

그러나 다시 붉은 황토밭들이 나타나고 육지의 마을들이 차례차례 스쳐갔다. 나는 바다를 잊을 수 없어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
세상의 모든 잊을 수 없는 것들은 언제나 뒤에 남겨져 있었다. 그래서, 그래서 과거를 버릴 수 없는 것인지도 - P191

세속의 도시가 우리에게 가르친 것은 침대는 정신보다육체를 더 많이 요구하는 침구라는 것이었다. 특히 숙박업소의 침대는 더욱 그랬다. - P192

나영규에게는 없는 것, 그것이 확실히 김장우에게는 있었다. - P194

어쩌면 김장우도 충분히 주위의 시선을 고려한 뒤에 내 이마에 손을 얹었을 것이라고도 짐작했다. 사랑해, 라고 말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나는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한참 그렇게 앉아있었다. 나는 밖을 보고, 그는 나를 보고. - P198

돌아와서 모텔 옆 나이트클럽에서 양주를 마셨던 것은 어렴풋이 기억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또 김장우의 빈약한 지갑을 걱정했던 모양이었다.
"소주로! 소주로 마셔요. 섞어 먹으면 안 좋아...………."
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김장우가 알려주었다. - P202

아, 나는 전율했다. 그것은 아버지의 대사였다. 아버지가 처음으로 난동을 부리던 그날 밤, 아버지가 말했었다. 당신은 나를 가두는 간수 같았어, 당신은 몰라, 그 절망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 P205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하는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보장하는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 P208

유행가는 한때 유행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을 시작한사람들에게 대물림되는 우리의 유산이다. - P209

나영규라는 남자, 이토록 못나게 생긴 나 같은 여자를 사랑하겠다고 마음을 먹다니, 고맙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고마움도 사랑이라면.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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