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 시간에 어린이들과 요구르트를 마셨다. 우리는 빨대를 쓰지 않고 덮개를 뜯어내고 마시기로 했다. 잘 뜯어지지 않아서 애를 먹는 어린이도 있었지만, 그래도 열두 살답게 어찌어찌 해결했다. 다들 조그만 통 조그만 구멍에 입을 대고 달짝지근한 요구르트를 홀짝, 또는 호로록 소리를내며 마셨다. 한 어린이가 말했다.

삶의 새로운 장을 시작하거나 덮어왔고 어느 부분은 영원히 달라졌으며 도저히 나아지지 않는 대목도 있지만 나는나로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살아가는 한 인생의 어느 부분도 단절되지 않기 때문이다. - P6

나에게 없는 것을 어린이에게 줄 수 없으니, 나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 그럴 때면 나도 어른을 찾게 된다. - P7

이 세상이, 내 미래가 어떻게 되든 나도 끝까지 나아지는 어른이 되고 싶다. 이 책을 읽는분들도 같은 마음이면 좋겠다. - P8

"그래, 그땐 내가 지네. 여러분은 160살이고 나는 78살이니까. 뭐야, 나 아기잖아?" - P19

‘안녕하세요‘ 안 한 사람 누구야? 선생님하고 눈 안마주친 사람 누구야?" - P29

어린이들이 떠난 교실을 정리하다가 문득 둘러보면 교실이 너무 조용하다. 어떻게 이 공간에 그 많은 움직임과 소리와 열기가 있었을까.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무대를 정리하는 스태프의 기분이 이럴까? 폭포처럼 쏟아지는 어린이들의 힘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 소나기가 그친 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고요한 거리에 서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P33

언젠가 어린이 인생에서 나는 퇴장한 배우가 될 것이다.
언제 등장해서 무슨 역할을 했는지 기억하기 어려운 작은역할을 받은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최선을 다해 ‘독서교실 선생님‘ 역할을 할 생각이다. 그 야심으로 오늘도수업을 준비한다. 나는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쉰다. - P35

말수가 적은 어린이는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오해도 종종 받는다. 그런데 자신을 꼭 말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것은아니다. 그림이나 연주도 표현의 도구가 된다. 어떤 어린이는 무언가가 표현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 P40

결과적으로 현준이의 4학년은 친구들과 몇 번 놀지도,
만나지도 못하고 지나가버렸다. 현준이가 5학년이 되면서가장 바라는 건 여름에 친구들이랑 수영장에 가서 노는것이다. 친구 사귀는 데 심드렁한 윤아도, 친구 문제로 골치 아파했던 예나도, 새해 소원은 코로나19가 끝나서 친구들과 마음껏 노는 것이다. - P46

그런데 같은 동에 5~6세 되어 보이는 어린이가 두 명이나 이사 온 바람에 그 댁들과는 아는 사이였으면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부침개도 드리고. - P59

로운이 대답에 나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제가 하는 거예요. 선생님이랑 저랑 처음 만나서 서로를 잘 모르잖아요. 여기는 제가 생각한 게 쓰여 있으니까,
이걸 보시면 저에 대해서 좀 알게 되실 것 같았어요." - P63

어린이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 중에 내가 제일 많이 웃었던 것은 이것이다.
"잘 생각해봐."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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