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웃었다. 근데, 그렇게 피해 갈 사람들 다 피해 가면 유지가 돼요? 가게 주인이 손님 가려 가면서 받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뭐에 - P26

나는 한 번도 어머니의 결과물이나 전리품이라고 나 자신을생각한 적이 없었다. 객관적으로 보기에 나는 노모에게 반항하고 거역한 후레자식일지 몰랐다. 하지만 내가 어머니에게 느낀건 미성숙한 자식의 어리석은 반항심이 아니었다. 배신감과 이질감이었다. 어머니와 고향 친구는 그걸 몰랐지만 준연은 그게뭔지 알고 있었다. - P37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웃었다. 그렇게 힘들고 고달픈데 싫어지지 않는 것, 그래서 더 징글징글한 게 대체 뭘까. 나는 준연이 그저 딱했다. 빠져나올 수 없는 덫에 걸린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준연은 단지 사랑하고 있을 뿐이었고 그런 게 사랑이라는걸 나는 많은 잘못을 저지른 후에, 마지막에야 알 수 있었다.
시작은 준연이 6년 만에 어머니에게서 받은 연락이었다. 봄이 지나간, 초여름이었다. - P39

나는 준연을 쳐다봤다. 준연이 그 시간을 위해 산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 P47

나는 고개를 저었다. 돈이라는 건 내 주머니에 있어야 돈이에요. 아무리 많든 적든. 그리고 돈이 있어야 분별도 생기죠.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아닌지. 준연 씨 명석한 사람이니 잘 알 거고 나도 집에서 받은 거 하나 없이 시작해서 그게뭔지 알아요. - P53

나는 병을 들었다. 마시기 전엔 하찮고 남루해 보이던 모든것이, 볼펜과 매직 자국마저 새록새록 사랑스러웠다. 대체 어떤사람이에요? 이걸 만든 친구는. - P59

우리가 나란히 의자를 놓고 위스키를 마시던 서향창 앞에 처음 보는 여자가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흰 셔츠에 정장 바지 차림이었고 머리는 바짝 당겨 묶은 모습이었다. 창에서는 환한 여름 햇살이 쏟아졌다. 여자는 발판을 디딘 무릎 위에기타를 걸쳐 안은 채 선율을 연주하고 있었다. - P63

하진은 싱긋 웃으며 손을 들어보였다. 좀 험하죠? 타투 같은다
거예요.
나는 또 얼간이처럼 웃기나 했다. 꿀이라도 발라 놓은 것처럼 쳐다보고 있던 내 무례한 시선에 비해 너무 세련된 대꾸라서 받을 말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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