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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학교 분투기 - 내 교육을 방해한 건 학교 공부였다!
토니 와그너 지음, 허성심 옮김 / 한문화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저자인 토니 와그너는 20여 년간 하버드대학에서 교육과 리더십 활동을 해오고 있는 교육혁신가다. 제목과 책 뒤표지를 읽어보면 짐작할 수 있는데, 저자는 학창시절 학교 부적응자였다. 그렇다고 단순히, 학교를 싫어하던 사람이 교육 현장의 전문가가 된 사연이 궁금했던 것은 아니다. 얼핏 생각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조금만 깊이 성찰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싶기 때문이다.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제도적 시스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평범한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에 주목하는 모습과도 연관될 터이다. 이 책에 대한 나의 관심은 교육혁신가로서 서술하는 내용에 있었다. 또한 미국의 교육 상황을 고스란히 우리의 그것에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어떤 혜안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저자는 초등학교 6년 동안 학교에서 아웃사이더였고 읽기를 배우는 데도 더딘 아이였다. 점차 독서의 즐거움에 빠졌지만 수학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집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터라, 저자는 언덕 너머 숲속을 탐험하곤 했다. 라디오를 조립하면서 궁금한 점을 백과사전으로 찾아보았다. 이때 저자의 문제의식은 이렇다.
"왜 학교 수업 시간에는 우리가 흥미로워하는 주제를 다룬 책을 읽을 수 없는 것일까? ... 왜 학교는 이럴 수 없을까?"(25,31쪽)
중고등학교에 올라가서 교복을 입게 되었을 때, 저자는 넥타이가 올가미처럼 느껴져서 싫었다. 그가 시험공부를 하지 않은 이유는, "재미없는 단순 사실들을 암기하는 일"을 하기 싫어서다. 그는 종교 수업의 토론 방식을 좋아했고 그 과목만 성적이 좋았다. 그 결과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다. 다른 학교로 옮긴 후에도 국어를 빼고 전 과목을 싫어했다. 국어 교사는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을 던지곤 했다. 결과는 A학점이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국어 교사가 바뀌고, 기숙사 통금 시간에 늦었다는 이유로 교사로부터 "넌 지금까지 늘 개판이었고, 앞으로도 평생 개판으로 살 거야"라는 말을 듣고 다음날 집으로 돌아간다. 예상대로 퇴학. 다른 고등학교에서 역시 국어 교사의 영향으로 글쓰기를 재미있어 하게 되고, 졸업식에서 문예창작상도 받는다.
열 살 때 저자는 청소년 수련원 '모글리스'에서 8주간의 여름캠프를 경험했는데, 이 책에서 그 짧은 기간 동안 배웠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모글리스가 어떤 가치관으로 시작된 것인지 등을 서술한다. 저자는 학교의 선다형 시험 형태와 구별된 배움을 말한다.
"실패는 없었다. 오직 시행착오를 통한 배움만 있었다. (중략)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알고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이다."(109쪽)
저자는 대학 두 곳을 중퇴한 후 프렌즈 월드 대학에 들어가는데, 그곳은 정신과 의사이자 퀘이커교도인 조지 니클린의 발상으로 세워졌다. 이 대학의 성적표에는 학점이 아니라 학생의 발전 상황에 대한 지도 교수의 종합 의견이 기록되는데, 저자는 "지난 학기 동안 모든 연구에서 매우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그 대학에서 만난 코네마라와 결혼하고 논문이 통과되어 졸업도 하고 하버드 교육대학원에 합격한다.
이 책에는 당시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 마틴 루터 킹과 케네디 암살 사건 등 시대 상황, 프렌즈 월드 대학의 독특성, 하버드에 합격하게 된 사연 등도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하버드 교육대학원에서 어떤 수업과 실습이 이루어졌는지를 생생하게 전해주는데, 이 부분들도 꽤 흥미롭다. 또한 저자가 경험했던 대학, 대학원 수업을 돌아보며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대목도 나온다. 하버드대 교육학 석사 학위와 교원 자격증을 받은 25세의 기혼남, 저자는 고등학교 교사로서 정규직 일을 시작하게 된다.
저자는 교실 문화를 바꾸는 데서 더 나아가 미국 고등학교 문화를 바꾸는 데 어떤 역할을 맡을지 탐색하고자, 하버드대 교육학 박사과정을 밟고 학위를 받는다. 이후 그의 행보는 교육혁신가로서의 왕성한 활동이다. 그는 자신이 제도권 학교 교육에서 실패했던 이유를 "교사들이 자아와 주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책 전반에 걸쳐 교사의 역할에 대해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영향 받은 교사들, 그들의 교수법, 연구하며 참고한 여러 책들, 저자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 현장 등이 소개되어 있다. 이를 통해 저자의 박사논문 주제이자 내가 애초에 이 책에서 궁금했던 "학교는 어떻게 바뀌는가"의 단초를 얻을 수 있다. 다만 현재 미국의 교육 현장을 살피는 것은 또 다른 책의 몫이다. 교사의 말 한마디의 영향력, 교육 방향과 교수법의 중요성과 더불어, 학생으로서, 또 교사로서 맞닥뜨리는 저자의 "학교 분투기"는 궁극적으로 학교의 존재 의의를 묻고 있는 듯하다. 이것은 시대와 환경을 초월한 근본적인 질문일 터이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학창시절을 되짚어볼 수 있고(나는 초등 1학년 어느 날, 학교 가기 싫다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부모님은 "왜?"라고 묻지 않았고,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부모나 교사라면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제공해야 할지 여러 가지 생각을 뻗어볼 수 있다. "퇴학 전문 문제아가 세계적 교육혁신가가 되기까지"라는 책 소개 문구에서 받은 인상처럼 저자가 대단하구나 하고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의 내용, 가치의 맥락과는 별개의 의문이 남았다.
저자는 방과 후와 주말에 기타 연습과 글 쓸 시간을 마련했고,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도 가졌다. 가족끼리 당일 하이킹을 자주 갔고 1년에 몇 번씩 캠핑도 했다. 아이들이 크고 "며칠 집을 비우는 것이 아내에게 별로 부담스럽지 않게 되었을 때" 혼자 산행을 떠났다. 저자의 삶 전체가 열정으로 넘치는 듯 보이는데, 특히 교사가 된 이후에는 배움의 의욕과 잘 가르치려는 갈망, 거기에 쏟는 에너지가 상당하다. 기타와 글쓰기, 혼자만의 시간도 잘 관리한다. 그런데 같은 대학을 졸업했고 몬테소리 관련 논문도 썼던 아내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아내는 맨 뒤 '감사의 말' 하단에 짧게 언급되는데, 이름이 앞서 언급된 이름과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