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선생
곽정식 지음 / 자연경실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재미있는 제목이다. 책표지에는 벌레 '충'(蟲) 한자가 있고, 거기에 여러 곤충이 매달린 모습이다. 먼저 차례 구성을 보면서 여러 벌레의 생태를 자세히 보여주는 책이구나 싶었다. 올컬러 사진이나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면, 아이와 함께 봐도 좋을 책이 되리라 기대했다. 실제 펼쳐본 결과, 그림이라면 각 장의 시작 부분에 작게 그려진 흑백 그림자 혹은 아이콘 정도다. 이 책은 각 벌레의 생태뿐 아니라 저자의 추억, 우리의 일상,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배울 점을 담았다.

저자가 선별한 생물체 스물한 종의 공통점은 한자 이름에 벌레 '충' 자가 들어간 것

이다. 그는 직접 중국 도시 '곤명'의 자원곤충연구소에 전화해서 동양 철학과 곤충에 대한 해석론을 전파하려는 자신의 의도를 전하고 직접 그곳에 가서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곤충의 '곤'(昆)과 곤명의 '곤'(昆), 우연의 일치처럼 발견했지만 그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꼭 자문을 중국에 가서 구할 필요가 있었을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서양학자의 자연과학적 관찰과 구별되는 동양인의 관찰과 표현, 그 속에 숨어 있는 은유와 해학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저자의 직업이 곤충학자거나 그동안 공부하거나 해왔던 일이 그와 연관되는 줄 알았다. 그렇지는 않다. 저자는 곤충과 벌레로부터 배우고 깨우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어쩌면 자연과학적 묘사나 지식적인 접근은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자료가 많다. 이 책은 충선생의 지혜를 모은 것으로 특별하게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잠자리, 곧 청정(蜻蜓)을 살펴보자. 연약한 잠자리에게는 눈과 날개에서 오는 강인함이 있다. 잠자리의 비행 속도와 순발력은 포착한 먹이의 95퍼센트를 잡을 정도다. 잠자리를 통해 배운다. 결정하기 전에는 신중하게, 결정하고 나면 같은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우리 주변에서 외모나 행동이 얌전하고 온유해 보이지만 냉철한 판단과 뚝심을 가진 이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잠자리처럼 반전의 매력을 가졌다. 잠자리의 날개는 얇고 연약한데 까만색의 가는 시맥(翅脈)이 흐른다. 이곳을 따뜻하게 데워야 활동 에너지가 나오기에, 시맥이 상한 잠자리는 이내 죽고 만다. 우리에게도 각자 예민한 시맥이 흐른다. 나의 것, 타인의 것을 늘 살피고 보호해야 한다. 이 외에도 잠자리와 관련된 청점, 청령의 개념을 풀어주기도 한다.

이처럼 대상 하나에 대한 고찰이 다방면으로 이루어져서, 읽을거리가 많고 여러 생각을 해볼 여지를 준다. 사실 잠자리로 부르기 때문에 '청정'이나 '청렴'으로 부르는 게 낯설다. 그런데 한자 의미를 풀어봤을 때, 잠자리를 둘러싼 다른 맥락을 살펴볼 수 있어서 새롭다. '청점'은 한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거나, 일을 겉치레로 하고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것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라는데, 이 단어도 처음 접했다. 저자는 인생이 항상 진지하고 묵직하면 고되기에 생산적인 '청점'은 괜찮다고 보는 입장인데, 나는 그 대목을 읽으면서 오히려 반대의 생각을 하게 됐다. 한때의 방황이 삶을 어그러뜨릴 수 있기에 가급적 '청점'은 경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방황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으니까.

이 책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매미, 꿀벌, 나비, 귀뚜라미, 반딧불, 쇠똥구리, 사마귀, 땅강아지, 방아깨비, 개미, 거미, 지네뿐 아니라, 해충으로 알려진 모기, 파리, 바퀴, 메뚜기, 그리고 곤충은 아니지만 한자 '충'이 들어간 개구리, 두꺼비, 지렁이, 뱀을 다루고 있다. 제목만큼 내용도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의 폭넓은 인문학적 식견, 풍부한 상식도 만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작은 생명체들에 대한 저자의 배움과 존중의 자세를 마주할 수 있어서 좋았다.

파헤치고 분석하는 연구 대상인 '충'이 아니라, 고단한 삶 가운데 벗이자 스승 삼을 '충'에 대한 고찰이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책의 맺음말에는 저자가 얼마나 많은 관찰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독일 동물원, 아프리카 오지, 아라비아 사막, 나이아가라 공원, 중국 박물관 및 생태연구소 등이 언급된다. 저자는 본문에 빠진 충선생인 하루살이의 메시지를 대신 전해주며 이 책을 마무리한다. (그런데 각자 하루살이에게 받은 메시지는 다른 내용일 수도 있겠구나 싶다.)

 

인간은 '바쁘다, 한가하다, 빠르다, 느리다'라고 늘 '시간'을 가지고 말한다.

하루를 사는 우리 하루살이들(생물학적으로는 며칠까지도 살지만)에게

하루의 시간은 일생이다. 인간은 그 '일생'을 수만 번을 살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그리 쫓기고 사는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누리면서 사시라.

그러면 모든 것이 편하고 아름다울 것이다.(26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학교 분투기 - 내 교육을 방해한 건 학교 공부였다!
토니 와그너 지음, 허성심 옮김 / 한문화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저자인 토니 와그너는 20여 년간 하버드대학에서 교육과 리더십 활동을 해오고 있는 교육혁신가다. 제목과 책 뒤표지를 읽어보면 짐작할 수 있는데, 저자는 학창시절 학교 부적응자였다. 그렇다고 단순히, 학교를 싫어하던 사람이 교육 현장의 전문가가 된 사연이 궁금했던 것은 아니다. 얼핏 생각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조금만 깊이 성찰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싶기 때문이다.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제도적 시스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평범한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에 주목하는 모습과도 연관될 터이다. 이 책에 대한 나의 관심은 교육혁신가로서 서술하는 내용에 있었다. 또한 미국의 교육 상황을 고스란히 우리의 그것에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어떤 혜안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저자는 초등학교 6년 동안 학교에서 아웃사이더였고 읽기를 배우는 데도 더딘 아이였다. 점차 독서의 즐거움에 빠졌지만 수학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집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터라, 저자는 언덕 너머 숲속을 탐험하곤 했다. 라디오를 조립하면서 궁금한 점을 백과사전으로 찾아보았다. 이때 저자의 문제의식은 이렇다.

"왜 학교 수업 시간에는 우리가 흥미로워하는 주제를 다룬 책을 읽을 수 없는 것일까? ... 왜 학교는 이럴 수 없을까?"(25,31쪽)

중고등학교에 올라가서 교복을 입게 되었을 때, 저자는 넥타이가 올가미처럼 느껴져서 싫었다. 그가 시험공부를 하지 않은 이유는, "재미없는 단순 사실들을 암기하는 일"을 하기 싫어서다. 그는 종교 수업의 토론 방식을 좋아했고 그 과목만 성적이 좋았다. 그 결과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다. 다른 학교로 옮긴 후에도 국어를 빼고 전 과목을 싫어했다. 국어 교사는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을 던지곤 했다. 결과는 A학점이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국어 교사가 바뀌고, 기숙사 통금 시간에 늦었다는 이유로 교사로부터 "넌 지금까지 늘 개판이었고, 앞으로도 평생 개판으로 살 거야"라는 말을 듣고 다음날 집으로 돌아간다. 예상대로 퇴학. 다른 고등학교에서 역시 국어 교사의 영향으로 글쓰기를 재미있어 하게 되고, 졸업식에서 문예창작상도 받는다.

열 살 때 저자는 청소년 수련원 '모글리스'에서 8주간의 여름캠프를 경험했는데, 이 책에서 그 짧은 기간 동안 배웠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모글리스가 어떤 가치관으로 시작된 것인지 등을 서술한다. 저자는 학교의 선다형 시험 형태와 구별된 배움을 말한다.

"실패는 없었다. 오직 시행착오를 통한 배움만 있었다. (중략)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알고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이다."(109쪽)

저자는 대학 두 곳을 중퇴한 후 프렌즈 월드 대학에 들어가는데, 그곳은 정신과 의사이자 퀘이커교도인 조지 니클린의 발상으로 세워졌다. 이 대학의 성적표에는 학점이 아니라 학생의 발전 상황에 대한 지도 교수의 종합 의견이 기록되는데, 저자는 "지난 학기 동안 모든 연구에서 매우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그 대학에서 만난 코네마라와 결혼하고 논문이 통과되어 졸업도 하고 하버드 교육대학원에 합격한다.

이 책에는 당시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 마틴 루터 킹과 케네디 암살 사건 등 시대 상황, 프렌즈 월드 대학의 독특성, 하버드에 합격하게 된 사연 등도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하버드 교육대학원에서 어떤 수업과 실습이 이루어졌는지를 생생하게 전해주는데, 이 부분들도 꽤 흥미롭다. 또한 저자가 경험했던 대학, 대학원 수업을 돌아보며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대목도 나온다. 하버드대 교육학 석사 학위와 교원 자격증을 받은 25세의 기혼남, 저자는 고등학교 교사로서 정규직 일을 시작하게 된다.

저자는 교실 문화를 바꾸는 데서 더 나아가 미국 고등학교 문화를 바꾸는 데 어떤 역할을 맡을지 탐색하고자, 하버드대 교육학 박사과정을 밟고 학위를 받는다. 이후 그의 행보는 교육혁신가로서의 왕성한 활동이다. 그는 자신이 제도권 학교 교육에서 실패했던 이유를 "교사들이 자아와 주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책 전반에 걸쳐 교사의 역할에 대해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영향 받은 교사들, 그들의 교수법, 연구하며 참고한 여러 책들, 저자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 현장 등이 소개되어 있다. 이를 통해 저자의 박사논문 주제이자 내가 애초에 이 책에서 궁금했던 "학교는 어떻게 바뀌는가"의 단초를 얻을 수 있다. 다만 현재 미국의 교육 현장을 살피는 것은 또 다른 책의 몫이다. 교사의 말 한마디의 영향력, 교육 방향과 교수법의 중요성과 더불어, 학생으로서, 또 교사로서 맞닥뜨리는 저자의 "학교 분투기"는 궁극적으로 학교의 존재 의의를 묻고 있는 듯하다. 이것은 시대와 환경을 초월한 근본적인 질문일 터이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학창시절을 되짚어볼 수 있고(나는 초등 1학년 어느 날, 학교 가기 싫다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부모님은 "왜?"라고 묻지 않았고,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부모나 교사라면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제공해야 할지 여러 가지 생각을 뻗어볼 수 있다. "퇴학 전문 문제아가 세계적 교육혁신가가 되기까지"라는 책 소개 문구에서 받은 인상처럼 저자가 대단하구나 하고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의 내용, 가치의 맥락과는 별개의 의문이 남았다.

저자는 방과 후와 주말에 기타 연습과 글 쓸 시간을 마련했고,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도 가졌다. 가족끼리 당일 하이킹을 자주 갔고 1년에 몇 번씩 캠핑도 했다. 아이들이 크고 "며칠 집을 비우는 것이 아내에게 별로 부담스럽지 않게 되었을 때" 혼자 산행을 떠났다. 저자의 삶 전체가 열정으로 넘치는 듯 보이는데, 특히 교사가 된 이후에는 배움의 의욕과 잘 가르치려는 갈망, 거기에 쏟는 에너지가 상당하다. 기타와 글쓰기, 혼자만의 시간도 잘 관리한다. 그런데 같은 대학을 졸업했고 몬테소리 관련 논문도 썼던 아내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아내는 맨 뒤 '감사의 말' 하단에 짧게 언급되는데, 이름이 앞서 언급된 이름과 다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인회의 경찰을 생각한다 생각한다 시리즈
김인회 지음 / 준평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19로 인해 삶이 더 숨가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국민 대다수가 적폐청산으로 검찰개혁을 소망하던 때는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다. 문재인 정부 출범의 정체성이자 토대로 출발했던 권력기관 개혁은 어떤 모습으로 가시화된 것일까. 개혁 주체자들인 집권 여당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일련의 논란과 사건, 그리고 여러 정책들에 대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우울함까지 더해져 많이 갑갑한 심정이다. 그런 와중에 경찰을 생각하는 책이라니! 저자가 책을 낸 타이밍이 썩 좋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개혁을 주장하는 이 책이 나와야 하는 이유, 그것을 알고 싶었다.

저자는 2011년 검찰개혁의 필요성과 과제를, 2018년 법원개혁의 필요성과 과제를 정리한 책 두 권을 출간한 바 있다. 그리고 이 책으로 경찰개혁의 필요성과 과제를 정리한다. 저자에 따르면 검찰이 개혁되면 법원과 경찰도 자연스럽게 개혁되리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검찰개혁은 진행 중이고 법원개혁은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저자는 경찰이 독자적인 개혁과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널리 공유하고 싶어한다.

1장에서 저자는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의 현재를 짚어본다. 먼저 검찰개혁의 성과로 검경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들 수 있다. 형사공공변호인제도와 재정신청 확대, 검찰권의 자치 분권의 과제가 남아 있다. 국가정보원 개혁의 경우 지난해 12월 '국가정보원법'이 전면 개정되었다. 경찰개혁의 성과는 자치경찰제 도입, 국가수사본부 신설 및 책임수사 체제 구축, 대공수사권 이관, 정보경찰 개혁, 경찰대학 개혁 등이다. 경찰개혁위원회는 2017년 6월 출범해 1년간 활동했는데, 그 위원회의 권고안(97개 과제)은 경찰개혁의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저자에 따르면 자치경찰제, 형사공공변호인제도, 시민에 의한 민주적 외부통제기구 신설, 경찰의 노동기본권 보장, 경찰위원회 실질화, 경찰의 정보활동 개혁, 보안경찰 활동 개혁, 경찰대학 개혁 등은 시도되지 못했거나 불충분하게 이루어졌다.

이 책에서 기본 전제는 경찰개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정리다. 경찰개혁을 검찰개혁의 연장선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경찰의 문제를 곧 개혁의 출발점으로 볼 것인가. 저자는 두 관점의 장단점을 비교하면서 중도의 관점을 역설한다. 즉, 국가 권력기관 전체 개혁의 큰 그림 속에 그동안 경찰에게 요구된 개혁과제를 적절하게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이때 시민의 자유와 인권 보호가 핵심이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검찰개혁과 경찰개혁의 불균형에 있다. 경찰개혁이 상대적으로 더 적게 이루어져서 경찰권한에 대한 분산과 견제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경찰의 개혁의지와는 무관하게, 큰 틀에서 바라본 개혁의 불균형을 지적한다. 개혁의 불균형이 국가권력기관의 개혁지체로 이어진다는 관점이다.

검찰개혁과 경찰개혁은 왜 동시에 진행되지 못했을까. 경찰개혁의 필요성은 왜 간과되고 있을까. 이 책에서 저자의 문제의식, 경찰개혁의 중요성을 언급한 내용만으로도, 이 책이 왜 지금 나와야 했는지 알겠다. 이 책 자체가, 문재인 정부가 현재 상태로 권력기관 개혁을 끝내서는 안 된다는 강한 목소리로 읽힌다.

2장에서 저자는 경찰을 보는 다섯 개의 창으로 역사, 제도, 정치, 사회, 신뢰로 나누어 서술한다. 미군정기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는 경찰의 모습부터 집회, 시위와 관련한 경찰의 인식까지 전방위적으로 다룬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3장과 4장에서 각각 경찰개혁의 3대 원칙과 5대 과제를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서술해 나간다. 앞서 1장에서 언급한 개혁 항목들의 미비점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저자가 5장에서 제시한 개혁 토대는 민족주의, 민주주의, 세계주의인데, 이는 경찰개혁뿐 아니라 권력기관 개혁과 나아가 사회개혁의 동력이 된다.

경찰개혁의 소홀함이 국가권력기관 전체, 사회 전반의 개혁지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저자의 통찰이 강하게 남는 책이다. 우리나라 경찰개혁과 관련해 종합적인 이해와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한 책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너를 존중해 - 사회성 마음의 힘 2
소피아 힐 지음, 안드레우 이나스 그림, 윤승진 옮김 / 상수리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일한 출판사의 '마음의 힘' 시리즈 중 '자존감' 편을 유익하게 보았다. 그래서 다음 책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만나게 되어 너무 좋다. 이번에는 '사회성' 편이다. 글작가는 스페인 심리학자이고, 그림작가는 스페인 미술 전공자다. 인간관계에서 기본 덕목은 '존중'이 아닐까. 그래서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할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성을 주제로 다룬 이 책이 <나는 너를 존중해>라는 제목을 붙인 것은 참 적절해 보인다.

이 책은 사회성이 무엇인지, 그 개념과 필요성을 언급한 후 '사회적 기술'에 대해 서술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말하기 전에 '내가 가진 힘' 곧 권리를 열 가지로 제시한 내용이다. (열 가지 중 "나는 실수할 권리가 있다"는 항목이 새롭게 다가왔다.) 다른 사람을 존중한다는 것은 반대로 나도 다른 사람에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를 전제하는 셈이다.

저자는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크게 두려움, 무례함, 대담함으로 구분하고 각 특징을 상세히 적고 있다. 세 가지를 엄격하게 분리해서 가지고 있지는 않겠지만, 대체로 각자 비중이 많은 방식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아이들에게도 적용시켜볼 수 있겠다. 우리가 지향하고 배워나갈 부분은 대담한 사람의 사회적 기술이다. 저자는 이를 세부적으로 청각, 시각, 말하기 기술(신체 언어 포함)로 설명한다. 신체 언어의 중요성을 깨닫는 활동 두 가지를 비롯해, 대담해지기 위한 작은 도전들의 사례를 재미있게 확인해볼 수도 있다.

너무 단순하거나 복잡하지 않게, 그러면서 핵심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의도한 책이다. 이 책에 나온 '샌드위치 기술'을 소개해본다. 이 대화 기술은 긍정적인 내용으로 대화를 시작한 다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솔직하게 말하며, 긍정적인 내용으로 대화를 마치는 방법이다.

부모님이 치킨을 먹자고 하시네요.

"치킨은 정말 맛있어요!"

"그렇지만 오늘 먹고 싶은 건 탕수육이에요."

"치킨은 다음에 먹어도 될까요?"

자녀의 대화 방식은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지 않을까 싶다. 지식적인 측면이 아니라 일상 대화에서 위와 같은 샌드위치 기술, 나아가 이 책에서 언급한 '대담한 사람의 사회적 기술'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게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에서 '존중'과 사회성을 가르치기 원한다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서워? 안 무서워! 토이북 보물창고 13
레슬리 패트리셀리 지음,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레슬리 패트리셀리의 '우리 아가와 함께 볼 책'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이 나왔다. 사실 저자의 책을 이번에 처음 만나보았다. 보드북은 자연 세밀화 세트를 구비해 놓았을 뿐, 아이에게 더 화려하고 다양한 그림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으로 매번 일반 그림책을 구매하곤 했었다. 그러다가 무서움에 대한 내용을 아이와 함께 읽어보고 싶어서, 또한 최근에 아이가 부쩍 아기 그림이나 사진을 많이 좋아하기에, 이 책의 제목과 표지를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으로 보드북을 펼쳐보게 되었다.

표지를 보고, 함께 등장한 강아지가 주인공 아기의 애착인형이구나 짐작했다. 전반적으로 이 책에서 강아지는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아기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서 전해주는, 또 다른 아기의 모습이다. 이런저런 무서움이 많은 강아지를, 아기는 형제자매처럼 때로는 부모님처럼 돌봐준다. 그런 과정에서, 아기는 자신의 무서움을 마주하고 점차 무서운 상황들에 괜찮아지는 법을 배워갈 것이다. 한편, 그림책 속에서 아기는 강아지를 잃어버리게 되는데...

이 책은 마지막 페이지에 무서움을 주는 것들, 무서움을 쫓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도 다섯 가지씩 그림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귀여운 아기와 강아지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무서움에 대해, 또한 무서움을 쫓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겠구나 싶다. 내용 중간에 아기가 "난 너무 무서워요!"라고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부분이 개인적으로 의미 있게 다가왔다.

갓난아기 때부터 보여주어도 좋을 책이지만, 오히려 무서움이 하나둘씩 생겨나는 영유아 아이들과 함께 본다면 더 좋을 책 같다. 이 책으로, 무서움은 당연한 감정이라는 것부터 받아들이면서, 예전에 무서워했던 것들이 지금은 무섭지 않게 된 경우를 떠올릴 수도 있고, 지금 무서운 것들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엄마가 아기 머리에 뽀뽀해주는 모습 그대로, 아기가 강아지 머리에 뽀뽀해주는 장면, 아기가 강아지와 함께 담요를 감싸고 뒤집어쓴 장면 모두 너무 예쁘다. 같은 저자의 앞선 시리즈도 찾아 읽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