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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회의 경찰을 생각한다 ㅣ 생각한다 시리즈
김인회 지음 / 준평 / 2021년 4월
평점 :
코로나19로 인해 삶이 더 숨가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국민 대다수가 적폐청산으로 검찰개혁을 소망하던 때는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다. 문재인 정부 출범의 정체성이자 토대로 출발했던 권력기관 개혁은 어떤 모습으로 가시화된 것일까. 개혁 주체자들인 집권 여당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일련의 논란과 사건, 그리고 여러 정책들에 대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우울함까지 더해져 많이 갑갑한 심정이다. 그런 와중에 경찰을 생각하는 책이라니! 저자가 책을 낸 타이밍이 썩 좋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개혁을 주장하는 이 책이 나와야 하는 이유, 그것을 알고 싶었다.
저자는 2011년 검찰개혁의 필요성과 과제를, 2018년 법원개혁의 필요성과 과제를 정리한 책 두 권을 출간한 바 있다. 그리고 이 책으로 경찰개혁의 필요성과 과제를 정리한다. 저자에 따르면 검찰이 개혁되면 법원과 경찰도 자연스럽게 개혁되리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검찰개혁은 진행 중이고 법원개혁은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저자는 경찰이 독자적인 개혁과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널리 공유하고 싶어한다.
1장에서 저자는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의 현재를 짚어본다. 먼저 검찰개혁의 성과로 검경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들 수 있다. 형사공공변호인제도와 재정신청 확대, 검찰권의 자치 분권의 과제가 남아 있다. 국가정보원 개혁의 경우 지난해 12월 '국가정보원법'이 전면 개정되었다. 경찰개혁의 성과는 자치경찰제 도입, 국가수사본부 신설 및 책임수사 체제 구축, 대공수사권 이관, 정보경찰 개혁, 경찰대학 개혁 등이다. 경찰개혁위원회는 2017년 6월 출범해 1년간 활동했는데, 그 위원회의 권고안(97개 과제)은 경찰개혁의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저자에 따르면 자치경찰제, 형사공공변호인제도, 시민에 의한 민주적 외부통제기구 신설, 경찰의 노동기본권 보장, 경찰위원회 실질화, 경찰의 정보활동 개혁, 보안경찰 활동 개혁, 경찰대학 개혁 등은 시도되지 못했거나 불충분하게 이루어졌다.
이 책에서 기본 전제는 경찰개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정리다. 경찰개혁을 검찰개혁의 연장선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경찰의 문제를 곧 개혁의 출발점으로 볼 것인가. 저자는 두 관점의 장단점을 비교하면서 중도의 관점을 역설한다. 즉, 국가 권력기관 전체 개혁의 큰 그림 속에 그동안 경찰에게 요구된 개혁과제를 적절하게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이때 시민의 자유와 인권 보호가 핵심이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검찰개혁과 경찰개혁의 불균형에 있다. 경찰개혁이 상대적으로 더 적게 이루어져서 경찰권한에 대한 분산과 견제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경찰의 개혁의지와는 무관하게, 큰 틀에서 바라본 개혁의 불균형을 지적한다. 개혁의 불균형이 국가권력기관의 개혁지체로 이어진다는 관점이다.
검찰개혁과 경찰개혁은 왜 동시에 진행되지 못했을까. 경찰개혁의 필요성은 왜 간과되고 있을까. 이 책에서 저자의 문제의식, 경찰개혁의 중요성을 언급한 내용만으로도, 이 책이 왜 지금 나와야 했는지 알겠다. 이 책 자체가, 문재인 정부가 현재 상태로 권력기관 개혁을 끝내서는 안 된다는 강한 목소리로 읽힌다.
2장에서 저자는 경찰을 보는 다섯 개의 창으로 역사, 제도, 정치, 사회, 신뢰로 나누어 서술한다. 미군정기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는 경찰의 모습부터 집회, 시위와 관련한 경찰의 인식까지 전방위적으로 다룬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3장과 4장에서 각각 경찰개혁의 3대 원칙과 5대 과제를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서술해 나간다. 앞서 1장에서 언급한 개혁 항목들의 미비점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저자가 5장에서 제시한 개혁 토대는 민족주의, 민주주의, 세계주의인데, 이는 경찰개혁뿐 아니라 권력기관 개혁과 나아가 사회개혁의 동력이 된다.
경찰개혁의 소홀함이 국가권력기관 전체, 사회 전반의 개혁지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저자의 통찰이 강하게 남는 책이다. 우리나라 경찰개혁과 관련해 종합적인 이해와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한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