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는 얼마나 많은 별이 있을까요? - 에드윈 허블의 발견 똑똑한 책꽂이 26
이사벨 마리노프 지음, 데버라 마르세로 그림, 이강환 옮김 / 키다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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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이야기라면 무조건 좋다. 상상의 별이든 실제 별이든, 그림책으로 본다면 더욱 환상적인 소재가 별이 아닐까. 이번에는 실제 별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유명한 에드윈 허블의 전기를 바탕으로 했다. 이 책에는 반복적인 표현이 나온다.


하늘에는 얼마나 많은 별이 있을까?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 모든 것은 어디에서 왔을까?


어릴 때부터 별을 좋아했던 에드윈 허블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궁금해했던 내용이다. 이것은, 허블이 아홉 살 때 할아버지로부터 선물 받은 망원경으로 수많은 별들을 들여다보면서 마음속에 차오른 궁금증이기도 하다. 또한 허블이 천문학 책을 찾아 읽으면서 우리은하(1900년에 생각했던 모습)에서 태양계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하며 떠올린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이 표현은 1990년 '허블 우주 망원경'이 궤도로 발사되면서 함께 띄워 올린 질문들일 것이다.


에드윈 허블의 이야기를 통해, 어릴 때의 관심을 키우고 크게 펼쳐나간 모습을 보게 된다. 아버지의 반대로 다른 진로를 갈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 자기 꿈의 길로 다시 돌아온 모습도 인상적이다. 가장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살았던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아이들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어떤 꿈을 가진 것 자체보다, 그 꿈을 어떻게 붙들고 한걸음씩 현실로 만들어갔는지를 보는 게 더 중요하리라.


허블은 윌슨산 천문대의 후커 망원경으로 안드로메다성운을 관측하면서, 그 안에서 변광성(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하는 별)을 발견한다. 변광성과 지구 사이의 거리를 측정한 결과, 그 깜박이는 별은 우리은하 밖, 아주 멀리 있다는 것과 안드로메다성운이 실상 또 다른 은하였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 후 허블은 더 많은 은하들을 연구하고 모양에 따라 타원 은하, 나선 은하, 막대 나선 은하, 불규칙 은하 등으로 분류한다. 허블의 중요한 또 다른 발견은, 은하들이 서로 멀어진다는 것, 곧 우주의 팽창이다. 이 그림책을 통해 어린이 독자들은 허블의 두 가지 발견과 그 의미를 알게 된다. 우주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 그리고 우주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는 것.


글쓴이는 허블의 이야기를 통해 우주적인 관점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우리 세계의 너무나 많은 지도자들이 놓치고 있는 관점이죠. 행성 지구는 광활한 우주의 직물 안에서 작은 먼지의 극히 작은 일부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런 깨달음이 세속적인 문제들의 근원이 되는 좁은 관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글쓴이의 말' 중)


그린이가 사용한 푸른색과 검은색, 회색의 주된 배경은 편안함을 준다. 글쓴이의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게 된 것은, 글의 내용에 잔잔히 스며든 그림 덕분이다. 특히 중간에 양쪽으로 펼쳐져 4면을 이루는 장면은, 우주가 더 넓게 펼쳐지는 글의 내용과 부합한다. 전반적으로 검정 밤하늘에 빼곡하게 박힌, 크고 작은 하얀 점인 별들을 보는 것도 좋았다. 학창 시절 때였을까. 밤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정말 쏟아질 듯 많았던 별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가끔 아파트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을 보면서 반짝이는 별을 찾아보곤 하는데, 어쩌다 보게 되는 별은 하나, 많아야 둘이다. (지금 보니, 딱 하나가 반짝거린다.) 아쉽다.


별을 본다는 것은 소박한 쉼과 여유의 의미도 있겠지만, 글쓴이의 말대로 '우주적인 관점'을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겠다. 지구가 작은 먼지 가운데 작은 일부라면, 대한민국, 내가 사는 동네, 우리집, 그리고 나라는 존재는 얼마나 작은가. 내 안의 욕심, 내 삶의 무리수가 없는지 돌아본다. 동시에 광활한 우주에 압도되기보다 거대한 우주의 아름다움에 편안함을 느꼈다는 에드윈 허블의 마음도 공유하고 싶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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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올라간 백만 개의 굴 - 지구의 시간을 품은 지층과 화석 이야기 신나는 새싹 164
알렉스 노게스 지음, 마이렌 아시아인 로라 그림,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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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 우주를 다룬 그림책들을 보면 확 트인 시야, 풍선처럼 둥실 떠오르는 기분, 눈이 동그랗게 커지는 볼거리를 만난다. 읽고 나면 아이와 함께 나도 즐겁다. 땅속은 어떨까 싶어 관련된 그림책을 찾아본 적이 있다. 어두운 색감 위주로 표현된 땅속 세상에 마음까지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좀 다르게, 밝게 표현될 수는 없을까. 최근에 그런 그림책을 발견했다. <산으로 올라간 백만 개의 굴>이라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목. 지층과 화석 이야기를 정말 흥미롭고 다채롭게 풀어낸 책이다.


이제부터 작가와 산책을 시작한다. 그림책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작가는 독자에게 말을 건다. "주위를 둘러봐요. 무엇이 보이나요?" 동물, 사람, 구름을 보면서 숲으로 간다. 그러다가 바위산의 꼭대기에 도착한다. '노두'(바위가 흙으로 덮이지 않고 드러난 곳)에 굴 껍데기가 가득한데, 자그마치 백만 개나 있다. 여기서 작가는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많은 굴이 어떻게 산꼭대기에 있을까요?"


참신한 도입부가 끝나면, 작가는 자연스럽게 화석과 지층의 개념, 최초의 지질학자 이름, 지질 시대의 명칭들, 화석이 된 바다 동물들을 소개한다. 바위를 악보, 지층을 음표나 오선, 쉼표로 비유한 내용도 재미있다. 8500만 년이라는 시간은 놀랍다. 그 시간은 후기 백악기로, 굴은 그때부터 살아온 셈이다.


독자는 작가와 함께 산꼭대기에서 이야기를 듣는다. 이곳 산꼭대기가 8500만 년 전에는 따뜻한 바다였고, 바닷속 땅이 솟아올라 산이 되었다는 사실. 그래서 백만 개의 굴은 산꼭대기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바다의 움직임에 관한 내용으로 작가의 말이 마무리되면, 이제 독자만의 길을 떠날 차례다. 지구의 비밀을 찾아, 지구가 들려주는 노래를 들으러, 탐험의 세계로!


책 말미에 앞서 나온 용어 설명, 글작가와 그림작가 소개를 담았는데, 그들 모두 어릴 때 작지만 소중한 발견을 마음에 품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 아이는 지질학자가 되어 어린이 독자들이 재미있게 빠져드는 화석과 지층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다른 한 아이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땅속 세상을 다양한 색감과 풍경으로 보여주었다.


그림책 산책 후에도, 지질학의 전문 지식을 더 알고 싶어진다. 흥미롭게 전개된 이야기, 다채롭게 펼쳐진 그림 덕분이 아닐까. 물론 8500만 년을 살아온 굴의 존재감도 꽤 크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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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나는 특허청에서 일할 거야! job? 시리즈 38
강지선 지음, 이상일 그림, 김영동 감수 / 국일아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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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일아이 출판사의 Job 시리즈를 여러 권 가지고 있는데, 매번 아이와 함께 보는 나에게도 재미있고 유익하다. 이번에는 특허청 편으로, 내가 궁금한 내용이기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인 바다, 소리, 혜성이 특허청 견학을 간다고 하니, 따라가보자. 그전에 여러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정부대전청사에 위치한 특허청은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및 상표 등의 산업재산권을 관리하는 정부 기관이다. 이 책에 수록된 특허청 조직도를 보니, 업무 분야가 꽤 많이 세분화되어 있다.(정보 더하기 61쪽 참고) 특허란 뭔가를 발견했을 때 그것을 발견한 사람에게 주는 권리다. 특허권은 산업상 이용가치를 가진 발명 등에 대한 권리인 '산업재산권' 중 하나다. 비슷한 권리로는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이 있다. 그 외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용어인 '저작권'은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대한 권리로, 문학과 미술, 음악 등 문화예술 분야가 여기에 속한다. '신지식재산권'은 기존의 산업재산권으로는 보호가 어려운 새로운 분야의 권리로, 컴퓨터 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 등이 있다. 이렇게 산업재산권, 저작권, 신지식재산권을 통칭해 '지식재산권'이라 부른다. 이런 지식재산권을 획득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변리사'다.


보호자인 바다 삼촌과 함께 세 아이들은 특허청에 도착했다. 아이들의 궁금증 폭발! 먼저, 특허권의 등록 여부를 판단하는 일을 맡은 특허심사관에게, 아이들이 질문한다.


"저랑 바다가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발명을 하면 어떻게 돼요?"(73쪽)

"특허를 출원하면 기술이 공개가 되나요? 내 소중한 아이디어인데요?"(75쪽)

"신규성, 진보성,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있는 발명이라면 뭐든지 특허가 될 수 있나요?"(84쪽)


책 내용을 통해 위의 답변들을 찾아볼 수 있고, 선출원주의(발명한 사람보다 출원한 사람에게 먼저 권리가 주어진다는 의미)라는 개념, 심사 절차 및 특허의 조건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아이들은 특허사업화담당관의 관리자를 만난다. 그곳은 혁신적인 아이디어 실현을 위해 2년간 한시적으로 신설된 벤처형 조직으로, 우수한 특허를 보유한 창업기업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이 보유한 우수 지식재산의 제품화 및 투자유치를 지원한다. 또한 아이들은 아이디어거래담당관의 관리자도 만난다. 그곳은 소비자가 기업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기업은 그에 따른 일정한 보상을 하는 '아이디어거래'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곳이다.


특허청 견학을 마치고 돌아온 바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았다. 부모님의 식당 상표와 메뉴를 비슷하게 만들어 팔고 있는 곳 때문이다. 부모님이 상표권을 출원하지 못했다고 하니, 모방한 식당 측에서 먼저 상표권을 출원했다면 상표를 빼앗기고 만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바다는 변리사인 혜성 엄마의 도움으로 대책을 강구하게 되는데...


특허청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파악하는 것부터 생소했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낯선 용어 탓이다. 그래도 세 아이들 덕분에 궁금증이 많이 해소됐다. 책 속에서 대부분 꾸벅꾸벅 졸기만 하던 바다 삼촌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알게 됐다. 세 아이들의 대화와 더불어, 바다 삼촌 캐릭터는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는 정보를 계속 읽어나갈 수 있는 재미의 요소였다. 이 책이 에피소드로 다룬 부분은 '지식재산권' 가운데 '산업재산권', 그중에서 특허권, 상표권에 대한 것이었다. 관심이 있다면, 다른 개념들도 하나씩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책 말미의 워크북을 통해 앞서 나온 내용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 "내가 만약 특허를 낸다면?"이라는 질문도 들어 있다. 이번 책은 아이들에게 특허가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 특허의 전제가 발명과 아이디어라는 것을 일깨운다. '포스트잇'이 접착제의 실패에서 새롭게 발견된 발명품이듯이, 아이디어를 내보는 과정에서 섣불리 실패를 단정하지 말 일이다. 이 또한 이번 학습만화가 아이들에게, 함께 보는 어른들에게 주는 교훈일 것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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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 인사이트 - 문화 콘텐츠의 보고
박종성 지음 / 렛츠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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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문학 작품을 지리적 공간과 역사적 맥락 속에서 살펴보는 책이 출간됐다. 영문학 교수인 저자의 <영문학 인사이트>다. 영문학을 통해 영국의 문학과 문화를 조망하고, 인간과 사회를 통시적으로 바라보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런던 기행, 옥스퍼드 및 케임브리지 기행, 비틀스의 고향 리버풀을 비롯한 잉글랜드 주요 도시 기행, 스코틀랜드 기행, 그리고 아일랜드 기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와 함께 영국 여행을 떠나보면서, 영문학 산책을 해볼 수 있는 책이라 기대감이 들었다.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이자 기독교 변증가인 C.S. 루이스를 좋아해서, 그가 언급된 항목부터 찾아봤다. 같은 옥스퍼드 대학 교수이자 <반지의 제왕>의 작가인 J.R.R. 톨킨과 함께한 문학 토론 모임 '잉클링스'(암시와 아이디어를 찾는 사람이라는 뜻), 아내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 <섀도우랜드>, 사별로 인한 심정을 기록한 책 <헤아려 본 슬픔>, 프로이트와 리처드 도킨스의 무신론적 견해와 대비되는 종교적 믿음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다.


이와 함께 톨킨의 삶과 문학, 38개 칼리지가 있는 옥스퍼드 대학, 옥스퍼드 시가지를 조감할 수 있는 카팍스 탑, 건물 돌에 글씨를 새기는 석공이지만 옥스퍼드(토마스 하디의 소설 <익명의 주드>에서는 크라이스트민스터라는 허구적 지명으로 나온다.) 진학을 꿈꾸는 청년 주드 이야기 등 다양한 읽을거리를 만나게 된다. 마치 나무의 가지 하나(C.S. 루이스)에 주목했다가 다른 가지들도 살피고 나무 한 그루(옥스퍼드 및 케임브리지 기행) 전체를 알게 되는 식이다.


나무를 알고 다시 원래의 가지로 돌아왔을 때, 즉 한 사람의 작가와 작품을 시대 배경과 역사, 특정 장소, 연관된 사람들, 관련 영화나 음악 등과 아울러 이해할 때, 얼마나 풍성해지는 느낌인지... 이 책은 이렇듯 독자가 알고 있는 사전지식 혹은 관심 영역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더 많은 문학 정보를 얻고 문화 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 책은 문학 탐방의 성격을 가진다. 저자와 함께, 화창한 여름날 아침 템스강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워즈워스가 1802년 런던 모습을 그린 시('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지은 시')를 떠올릴 수 있다. 이번에는 런던 중심부 북쪽, 고든 스퀘어 가든의 한적한 모서리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청동 동상을 마주한다. 저자는 울프의 에세이 <자기만의 방>의 주요 문장을 언급하며 그 속에 담긴 분노와 체념을 전한다. 뒤이어 딜런 토마스, 실비아 플라스, 윌리엄 블레이크, 존 키츠의 삶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들의 시를 음미한다. 또한 소설가 조지 엘리엇의 묘지를 둘러보며 "메멘토 모리"를 읊조린다.


이제 잉글랜드 주요 도시로 떠나볼까. '영국 속 작은 로마'로 불리는 바스는 제인 오스틴 소설의 무대다. 여성이 썼다는 이유로 작품이 배척받을까 봐 익명으로 작품을 출간해야 했던 시대상도 엿본다. 스트랫퍼드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고향으로, 저자는 작품 속 명대사도 소개한다. 잠시 멈추어, "인간사에 때가 있다"로 시작하는 <줄리어스 시저> 4막 2장의 한 구절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스코틀랜드 기행에서는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글을 쓰기 시작한 에든버러, 아일랜드 기행에서는 제임스 조이스의 < 더블린 사람들>로 유명한 더블린이 인상적이었다. 작가들의 흔적, 말, 작품, 묘비명까지, 저자는 영문학 탐방을 통해 독자들을 현존하지만 동시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세계로 안내해준다. 이 책에서 다룬 작품들을 하나씩 찾아 읽고 싶어진다. 언젠가 영국 여행을 하게 된다면, 이 책은 문학 탐방을 위한 가이드북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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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사회 - 공정이라는 허구를 깨는 9가지 질문
이진우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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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년 전에 있었던 '조국 사태'는 당사자와 가족의 법적 다툼이 남아 있는 것과 별개로, 우리 사회에 많은 논란과 의미의 파장을 안겨주었다. 무엇보다 그로 인해 우리에게 '공정'이라는 화두를 던져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나에게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공정한 사회로 나아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일까. 덧붙여, 공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 한 조각도 남았다. 우리 사회를 철학적 사유로 들여다보는 책이 출간되었다고 해서 읽고 싶었다. <불공정사회>라는 책 제목과 지난 30년간 정치철학을 가르쳐온 저자 이진우. 어쩌면 이 책에서 앞선 의문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정치철학의 본질적 질문에서 시작하면서, '왜 우리 사회는 이래야만 하는가?', '불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정의는 과연 가능한가?' 하는 질문을 중심으로 실제 수업한 내용을 기반으로 했다. 공정을 간절히 외치는 사회는 불공정사회이고, 공정은 언제나 정의 실현을 방해하는 요소를 전제하기에 허구다. 이것이 저자가 논의를 펼치기 전에 명시한 내용이다. 공정은 정의로운 사회로 가는 통로지만 불공정이 만연하다면 정의로운 사회는 정치적 허구일 뿐이다. (그런데 '허구' 대신 '구호'로 대체해도 말이 되는 듯하다.)


이 책에서는 아홉 가지 질문이 나온다. 그중 우리 사회 '공정'과 관련해, 현실 정치 상황을 언급하면서 논의를 펼친 항목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먼저 "합법적인 것은 반드시 정당한가?"(첫 번째 질문)에서, 저자는 '추미애-윤석열 사건'을 두 프레임 '검찰 개혁'과 '법치 파괴'의 대립 양상으로 보고, 여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에 대해 '입법 독재'를 거론한다. 그런데 저자의 논의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행사 자체가 공정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는 전혀 없다는 점에서, 더 섬세한 논의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저자는 경찰법, 국정원법 개정안 등이 합리적 토의나 논의 없이 처리됐다는 데 문제를 제기했는데, 여러 반대 논리를 경청하면서 가장 최선의 길을 모색해가는 과정이 순조로울 수는 없는가. 현실 정치에서 '여야 합의'란 요원한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능력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가?"(두 번째 질문)에서, 저자는 '조국 사태'를, 능력주의의 민낯을 보여준 사건이라 진단한다. 능력이 부와 권력과 명예의 수단이 될 때, 능력주의(엘리트 집단이 특권을 보존, 유지하는 이데올로기)는 도덕적 자원을 잃는다. 저자는 차별을 없애는 것만이 공정이 아니라 "기회가 공정이고, 기회를 늘리는 것이 공정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삶을 합리적으로 기대하고 전망할 기회를 늘리는 것만이 공정이다."(75쪽)라고 강조한다. 앞선 논의의 연장선으로 "뛰어난 사람은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가?"(세 번째 질문)에서, 저자는 학벌사회, 시험 인생의 문제에 대해 다룬다.


이 외에 "내 것은 정말 나의 것인가?"(네 번째 질문)에서, 저자는 부의 세습이 정당한지, '정당한 부'란 불가능한지 묻고, "부는 집중되어야 생산적인가?"(다섯 번째 질문)에서, 양극화된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난 '잉여 존재'를 만들어내는 사회를 문제 삼는다. "경쟁은 효과적인 분배 방식인가?"(여섯 번째 질문) 항목은 시장에 의한 불평등의 심화 현상을 다룬다. "연대는 언제 연고주의로 변질되는가?"(일곱 번째 질문) 항목은 연고주의가 지배하는 한, 공정사회를 실현할 수 없다는 맥락이다. 세분화된 질문인데, 실상 부의 축적과 분배, 집단주의의 문제를 다룬 내용들이다.


"정의는 이념 갈등에 중립적인가?"(여덟 번째 질문)에서, 저자는 상호 관용이 필요한 정치를 강조하면서 '좌파 포퓰리즘'의 문제점으로 적폐 세력, 친일파, 반민족주의자 등의 새로운 적을 만든다는 점을 지적한다. "신뢰는 더는 사회적 덕성이 아닌가?"(아홉 번째 질문)에서, 가족주의 부활과 민주주의 쇠퇴를 언급하면서, 집단의 소속과 정체성에 많은 기반을 둘수록 불신 사회를 초래하고 집단주의를 가져온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각 질문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면서, 여러 철학자, 정치학자, 사회학자 등을 소환한다. 법치주의의 위기와 관련해서는 칸트와 카를 슈미트를, 능력주의와 학벌사회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이클 샌델, 존 롤스, 마이클 왈저를, 소유와 양극화의 주제를 다루면서 로버트 노직, 존 로크, 카를 마르크스를 언급한다. 또한 사회적 병리 징후인 자살률(뒤르켐), 경쟁의 제거가 아닌 건강한 경쟁(니체), 상호 신뢰가 바탕이 된 국가(홉스) 등의 개념을 서술한다. 한국 사회를 조망하는 기사나 통계 등도 참고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아홉 가지 질문에 대한 저자의 생각, 언급된 사상가들의 주장을 따라가면서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갈 수 있다. 독자들은 불공정사회라는 인정이 전제된 상황에서, 그럼 어떻게 공정사회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해보게 된다. 어쩌면 이 책의 질문들, 저자가 던지는 의문들 자체가 의미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적어도 이 책은 공정사회에 대한 논의가 각 분야별로 더욱 확장되고 세밀해지는 계기로 작동될 것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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