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 인사이트 - 문화 콘텐츠의 보고
박종성 지음 / 렛츠북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작가와 문학 작품을 지리적 공간과 역사적 맥락 속에서 살펴보는 책이 출간됐다. 영문학 교수인 저자의 <영문학 인사이트>다. 영문학을 통해 영국의 문학과 문화를 조망하고, 인간과 사회를 통시적으로 바라보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런던 기행, 옥스퍼드 및 케임브리지 기행, 비틀스의 고향 리버풀을 비롯한 잉글랜드 주요 도시 기행, 스코틀랜드 기행, 그리고 아일랜드 기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와 함께 영국 여행을 떠나보면서, 영문학 산책을 해볼 수 있는 책이라 기대감이 들었다.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이자 기독교 변증가인 C.S. 루이스를 좋아해서, 그가 언급된 항목부터 찾아봤다. 같은 옥스퍼드 대학 교수이자 <반지의 제왕>의 작가인 J.R.R. 톨킨과 함께한 문학 토론 모임 '잉클링스'(암시와 아이디어를 찾는 사람이라는 뜻), 아내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 <섀도우랜드>, 사별로 인한 심정을 기록한 책 <헤아려 본 슬픔>, 프로이트와 리처드 도킨스의 무신론적 견해와 대비되는 종교적 믿음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다.


이와 함께 톨킨의 삶과 문학, 38개 칼리지가 있는 옥스퍼드 대학, 옥스퍼드 시가지를 조감할 수 있는 카팍스 탑, 건물 돌에 글씨를 새기는 석공이지만 옥스퍼드(토마스 하디의 소설 <익명의 주드>에서는 크라이스트민스터라는 허구적 지명으로 나온다.) 진학을 꿈꾸는 청년 주드 이야기 등 다양한 읽을거리를 만나게 된다. 마치 나무의 가지 하나(C.S. 루이스)에 주목했다가 다른 가지들도 살피고 나무 한 그루(옥스퍼드 및 케임브리지 기행) 전체를 알게 되는 식이다.


나무를 알고 다시 원래의 가지로 돌아왔을 때, 즉 한 사람의 작가와 작품을 시대 배경과 역사, 특정 장소, 연관된 사람들, 관련 영화나 음악 등과 아울러 이해할 때, 얼마나 풍성해지는 느낌인지... 이 책은 이렇듯 독자가 알고 있는 사전지식 혹은 관심 영역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더 많은 문학 정보를 얻고 문화 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 책은 문학 탐방의 성격을 가진다. 저자와 함께, 화창한 여름날 아침 템스강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워즈워스가 1802년 런던 모습을 그린 시('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지은 시')를 떠올릴 수 있다. 이번에는 런던 중심부 북쪽, 고든 스퀘어 가든의 한적한 모서리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청동 동상을 마주한다. 저자는 울프의 에세이 <자기만의 방>의 주요 문장을 언급하며 그 속에 담긴 분노와 체념을 전한다. 뒤이어 딜런 토마스, 실비아 플라스, 윌리엄 블레이크, 존 키츠의 삶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들의 시를 음미한다. 또한 소설가 조지 엘리엇의 묘지를 둘러보며 "메멘토 모리"를 읊조린다.


이제 잉글랜드 주요 도시로 떠나볼까. '영국 속 작은 로마'로 불리는 바스는 제인 오스틴 소설의 무대다. 여성이 썼다는 이유로 작품이 배척받을까 봐 익명으로 작품을 출간해야 했던 시대상도 엿본다. 스트랫퍼드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고향으로, 저자는 작품 속 명대사도 소개한다. 잠시 멈추어, "인간사에 때가 있다"로 시작하는 <줄리어스 시저> 4막 2장의 한 구절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스코틀랜드 기행에서는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글을 쓰기 시작한 에든버러, 아일랜드 기행에서는 제임스 조이스의 < 더블린 사람들>로 유명한 더블린이 인상적이었다. 작가들의 흔적, 말, 작품, 묘비명까지, 저자는 영문학 탐방을 통해 독자들을 현존하지만 동시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세계로 안내해준다. 이 책에서 다룬 작품들을 하나씩 찾아 읽고 싶어진다. 언젠가 영국 여행을 하게 된다면, 이 책은 문학 탐방을 위한 가이드북이 될 듯하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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