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돌이 쿵!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78
존 클라센 글.그림,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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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자 어디 갔을까?>를 비롯한 모자 시리즈, 그림작가 맥 바넷과 함께한 도형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존 클라센의 그림책 <하늘에서 돌이 쿵!>입니다. 제목부터 호기심과 위기감을 동시에 가지게 합니다. 단조로워 보이는 그림과 글의 구성인 듯하나 그 안에 생각거리를 담아내는 그림책 작가라고 생각해왔는데요, 이번 그림책에서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이 책에는 작가의 이전 작품에 나왔던 거북이, 아르마딜로, 뱀이 등장해서 반가움을 줍니다.


크게 5부로 나누어진 구성 중 '돌'을 살펴봅니다. 거북이가 한 송이 꽃 앞에 서 있습니다. 그 자리가 마음에 듭니다. 아르마딜로가 저만치 나타나자, 거북이는 같이 서 있자고 권하지요. 가까이 다가온 아르마딜로는 자리가 어떠냐는 거북의 질문에 느낌이 안 좋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작은 풀이 있는 다른 자리를 가리키며 그곳으로 가지요. 그러기를 두 번 반복하면서요. 아르마딜로가 서 있는 자리에 뱀이 나타나고 둘이 함께 그곳에 있습니다. 거북이는 여전히 꽃 앞에 있고요. 그러다가 거북이가 둘이 서 있는 곳으로 자리로 옮기게 됩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돌'은 여러 번 커다란 모습으로 나타나 독자에게 위압감과 긴장감을 줍니다.


꿈쩍하지 않을 듯했던 거북이가 어떻게 움직이게 되었는지 생각해봤어요. 멀리서는 잘 들리지 않는 아르마딜로의 말을 듣기 위해서였지요. 그가 떠나고 싶지 않은 자리에서 잠시 벗어나게 된 이유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타인과의 교감을 위해서가 아니었을까요. 그런 행동이 결과적으로 위태로운 상황을 모면하게 해주었고요. 이대로 머물고 싶은 자리란 더 이상 변화를 받아들이기 싫은 안주일 수도 있고, 타인과의 교류를 담 쌓은 자기만의 세상일 수도 있겠네요.


다음 이야기 '쿵!'에서는, 분명히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데 아르마딜로의 도움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거북이가 인상적입니다. 또한 거북이는 속마음과 다른 말을 하고 솔직하게 약함 혹은 부족함을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타인의 눈에는 너무 뻔히 잘 보이는데 애써 아니라고 하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이기도 해요. 누구나 강한 척, 아닌 척, 뭔가 있는 척 그렇게 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기는 하지요. 상대방을 속이려는 의도라기보다 스스로 바라는 자기 모습과 현실의 자신이 괴리될 때, 그래서 몹시 부끄럽고 한심하게 느껴질 때 그러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저의 경우는 그랬던 듯해요.


'미래를 상상하며' 에피소드에서는 거북과 아르마딜로가 함께 눈을 감고 미래를 상상하지요. 하나의 '큰 눈'이 등장해서 꽃을 해치는 모습을 보면 디스토피아일까요. 이어지는 '해넘이' 이야기에서는 아쉽게도 거북이만 해넘이 장면을 보지 못하는데요, 어떤 타이밍의 중요성을 떠올려봤어요. 세상 기준의 성공 기회를 말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가치를 붙드는 삶에 대해서요. '해넘이'에 대해 하루의 끝, 인생의 마무리, 편안한 여유 등 다양한 해석을 해볼 수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자리가 없어' 에피소드에서는 반복과 변화가 있어요. 앞서 나온 '큰 눈'이 다시 등장해서 긴장감을 줍니다. 그리고 거북이가 조금 달라졌다고 느꼈어요. 자신의 속마음을 아르마딜로와 뱀 앞에 그대로 드러냈거든요. 자기가 있을 곳이 없다고 지레짐작하고 떠났다가 다시 그들에게 다가갔는데요, 결과적으로 그런 행동 덕분에 위기를 모면하게 됩니다.


이번 그림책은 작가의 전작들에 비해 더욱 해석의 여지가 많아 보입니다. 각 이야기마다 개별적인 의미 부여를 해볼 수 있어요. 그러면서 전체 이야기를 연속선상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 매개체는 물론 '돌'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묵직한 소재인 셈이지요. 온전히 그림만 감상할 수 있도록 글 부분과 분리된 구성도 보기 좋습니다. 작가 특유의 색감 처리도 안정감과 차분함을 더합니다. 문득 커다란 게 떨어지는 다른 그림책이 생각났어요. 다다 히로시의 <사과가 쿵!>이 한바탕 웃음으로 끝난다면, 존 클라센의 <하늘에서 돌이 쿵!>은 아이와 이야깃거리를 남겨줍니다. 아마 아이가 성장하면서, 이야깃거리의 내용과 폭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당연히,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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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언제 먹는가로 결정된다 - 암, 당뇨병, 골격계 질환, 스트레스를 개선하는 ‘When Way’ 식단법
마이클 로이젠.마이클 크러페인.테드 스파이커 지음, 공지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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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아니라 '언제'가 중요하다고?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든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 책에서는 '무엇'만큼 '언제'도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다만 지금까지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서 그 음식을 먹는 타이밍이 간과되었던 사실을 지적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3인으로, 각각 내과 의사 겸 마취과 전문의, 예방의학과 전문의, 건강과 피트니스에 관한 글을 써온 대학 교수다. 이들이 본론을 서술하기 전에 제시한 기본 원칙 세 가지가 있다.


음식은 약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미각에 기회를 주자.


저자들은 의료적 개입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 음식이 가장 우선적인 질병 예방 방법이자 에너지 공급원이라는 차원으로, "음식은 약"이라고 말한다. 언제 먹을지에 대한 타이밍 부분은 이 책의 핵심이 될 것이다. 건강한 식습관이란 밋밋한 음식을 맛보는 지루함이 아니라 오히려 미각을 발달시키고 맛의 즐거움을 알아간다는 정의가 마음에 와닿았다. 이 책에 나오는 '언제'란 하루 중 먹는 시간대를 의미하는 동시에, 암 위험 혹은 스트레스 받을 때처럼 특정 상황에서 무엇을 먹을지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기본 원칙을 전제로, 이 책은 독자들이 31일 실천플랜을 만들어가도록 구성되었다. 추천 혹은 제한 음식도 나와 있다.


일주기 생체리듬과 연관해 우리에게는 음식시계가 있다. 동일한 음식을 먹어도 아침보다 저녁에 혈당이 더 높아진다. 일찍 먹을수록 마이크로바이옴(내장에 존재하는 박테리아들)과 건강에 좋다. 이 책은 해가 떠 있는 동안만 먹을 것, 하루 필요 열량의 대부분을 오후 2시 이전에 섭취할 것 등을 제시한다. 또한 인생의 난관, 직장생활, 여가생활, 질병 등 일곱 섹션으로 나누어 35가지의 특정 상황을 보여준다. 각 상황별 최고 음식, 도움이 되는 음식, 피할 음식, '바꾸기 코너'를 통한 대안을 정리해준다.


구체적인 상황 예시 가운데 '스트레스가 쌓이고 짜증날 때'를 보자. 분노, 긴장, 좌절감 등 강렬한 감정을 완화시키는 방법은 낮 동안 속을 든든하게 해두는 것이다. 배고픔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또한 자신만의 비상대응체계를 만들어두는 것이다. 가령 아삭한 채소 한 봉지, 단백질이 가득한 건강한 곡물바를 준비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가장 좋은 음식은 병아리콩 오븐구이, 도움이 되는 음식은 버터가 첨가되지 않은 팝콘이고, 최악의 음식은 설탕이 듬뿍 들어간 디저트다. '바꾸기 코너'에서는 분노를 진정시키는 음식을 소개하는데, '냉장고에 있는 아무거나' 먹던 습관을 버리고 좋아하는 채소가 들어간 샐러드를 항상 준비할 것을 제안한다. 도넛과 과자 대신 대안이 될 만한 음식도 소개하는 식이다.


서구 식단에 기초한 조언이기는 하지만, 흰 쌀밥, 붉은 고기 및 가공육, 탄산음료, 정제당에 대한 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기존 건강 서적과 동일한 맥락이다. 자연산 연어, 다크 초콜릿, 대두, 지중해식 식단, 올리브 오일 등을 상황별 도움이 되는 추천 음식으로 제시한 것도 낯익은 정보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은,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음식 정보를 '언제' 먹을지에 대한 타이밍의 중요성과 결합한 데 있다. 그리고 31일 실천플랜이 점진적이고 세부적이어서 차근차근 식단 교체를 해볼 수 있게 의도한 것이다. 가령, 16-19일차에는 무엇을 먹는가에 집중할 시기로, 16일차에는 주어진 질문을 답해보며 자기점검을 해보게 된다. (각 질문에는 먹지 않음 혹은 여러 회차가 제시되어 있다.)


*피해야 할 음식

가공식품을 얼마나 자주 먹는가?

단순당(설탕, 흰 밀가루가 들어간 식품)을 얼마나 자주 먹는가?

튀긴 음식을 얼마나 자주 먹는가?

가공육, 붉은 고기 또는 돼지고기를 얼마나 자주 먹는가?


*웬웨이(When Way) 음식

하루에 몇 회 분량의 채소를 먹는가?

하루에 몇 회 분량의 통곡물을 먹는가?

견과류 또는 씨앗류를 얼마나 자주 먹는가?

식물성 단백질, 생선, 껍데기 없는 닭고기나 칠면조고기 등의 단백질을 얼마나 자주 먹는가?


피해야 할 음식의 경우 해당 답변이 '먹지 않음'이면 좋고, 웬웨이 음식의 경우 보기에 제시된 회차가 많을수록 좋다. 피해야 할 음식 목록을 몰라서 먹게 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음식에 대한 선호와 취향, 편리성 때문일 것이다. 나의 경우는 대안을 준비하는 게 막막하거나 귀찮은 이유도 있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내 기준의 안도감일 수도 있겠다. 이 책을 보면서, 그 기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음식의 중요성을 안다고 하면서 실제로 중요하게 다루어오지 않은 내 안의 모순도 발견해본다.


이 책은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것뿐 아니라 '언제' 먹을지에 대한 내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건강 서적이다. 하루에 어떤 음식을 어느 시간대에 어떻게 먹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다. 또한 여러 섹션에 따른 35가지의 상황별 음식이 제시되어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해당 분야를 찾아 곧장 적용해볼 수 있는 음식 지침서이기도 하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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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음악지식사전
가나북스 편집부 지음 / 가나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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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퀴즈를 풀어보실래요? (정답은 리뷰 마지막에 있습니다.) 먼저 세 고개 퀴즈입니다.


한 고개! 멘델스존이 지은 관현악 모음이에요.

두 고개!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고 만들었어요.

세 고개! '결혼 행진곡'이 유명해요.


다음은 음악지식 퀴즈입니다.


원래는 연주 기교를 익히기 위해 연습용으로 만든 곡을 말해요. 점차 예술성이 뛰어난 독립된 곡으로 만들어졌지요. 쇼팽을 비롯해 리스트, 슈만, 드뷔시 등이 많이 작곡했어요. 이 음악의 형식은 다음 중 무엇일까요?

1) 폴로네즈 2) 에튀드 3) 뮤지컬


부록으로 위와 같은 퀴즈를 실어놓은 책이 나왔습니다.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음악 이론서를 드디어 찾았어요. <153 음악지식사전>입니다. (그런데 제목에 왜 153이 붙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려고 하는데, 음악의 기초 지식을 좀 더 재미있게 접근하면 좋겠구나 싶었지요. 막상 펼쳐보니, 다양한 악기, 음악의 역사, 유명한 음악가 및 작품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라 더욱 좋았어요. 243쪽 분량의 양장본, 4도 컬러, 풍부한 그림자료가 눈에 띕니다.


음표, 악보 기호, 박자 등 음악의 기초를 설명하는 초반부에는 동물들이 많이 등장해서 직접 말하는 방식이에요. 가령, 장음계와 단음계를 설명할 때 나오는 고양이는, "장음계는 3-4음과 7-8음 사이가 반음이에요." 하고 말하면서 즐거운 표정인 반면, "단음계는 2-3음과 5-6음 사이가 반음이에요." 하고 말하면서 우는 표정이지요. 장조 곡이 밝고 단조 곡은 어두운 느낌이라는 것을 고양이 표정만으로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빠르기말이나 셈여림표를 나타낼 때 동물들로 그 특징을 구분해주는 그림도 재미있어요.


개괄적인 음악지식을 알 수 있는 책입니다. 책 내용 가운데 기악곡의 연주 형태를 보면, 여러 악장으로 된 곡, 하나의 악장으로 된 곡, 춤곡의 세 분류 아래 교향곡, 협주곡, 랩소디, 녹턴, 유머레스크, 아라베스크, 푸가, 미뉴에트, 사라반드 등의 개념이 실제 악보나 그림자료와 함께 서술되어 있어요. 오케스트라의 역사와 악기들, 특히 배치 부분은 펼친 양면 그림으로 되어 있어 시각적으로 한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서양 악기뿐 아니라 국악기의 종류도 자세히 나와 있어서 유익합니다. 국악의 장단과 음계, 성악곡(시조와 가곡, 판소리와 창극, 민요 등), 기악곡(수제천, 대취타와 취타, 제례악, 풍물놀이와 사물놀이, 시나위, 산조 등)을 서술한 대목에서는 각 공연 장면이 사진자료로 실려 있어서 이해를 돕지요.


이 책으로 아이들은 악기에 대한 정보를 즐겁게 배울 수 있겠어요. 딩동댕 원숭이와 함께 건반악기 박물관을 가보면, 그랜드 피아노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고 파이프오르간, 첼레스타, 신시사이저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어요. 삘릴리 고양이의 목관악기 가게로 가볼까요? 플루트, 오보에(더 낮은 코르앙글레), 클라리넷(기본형보다 낮은 베이스 클라리넷), 리코더, 팬파이프을 만나게 됩니다. 둥둥 딱따구리의 타악기 연주단을 찾아가보면, 큰북부터 핸드벨까지 여러 동물들이 연주하는 그림을 볼 수 있고, 실로폰과 마림바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답니다. 딩가딩가 생쥐의 현악기 콘서트에서는 바이올린의 구조를 비롯해 여러 현악기의 차이와 특징을 배우고, 빰빠라 곰의 금관악기 축제에서는 트럼펫과 트롬본, 호른, 그리고 튜바의 특징을 배웁니다. 덩더꿍 거북의 국악기 나들이에서는 가야금, 거문고, 해금, 대금의 세계를 만날 수 있어요.


그 외에도 비발디부터 윤이상에 이르는 세계적인 음악가, 플라멩코와 탱고 등 세계 곳곳의 음악 지도, 100여 편의 추천 음악 리스트가 알차게 실려 있습니다. 부록으로 음악 동화, 판소리, 음악가, 서양 음악과 국악 이론 등의 퀴즈를 풀어볼 수 있어요.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소프라노 조수미 님, 신델라 님의 말처럼, 이 책은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 음악에 관심 있는 모두를 위한 필독서라 할 만합니다.


*리뷰 서두의 음악 퀴즈 정답은 각각 '한여름 밤의 꿈', '2) 에튀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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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곰 웅진 세계그림책 220
리처드 존스 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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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상상이 넘치는 그림책을 만났다. 아이는 정원에서 북극곰을 발견했다. 아이 손바닥에 올라갈 정도로 아주 작은 곰이다. 아이가 자기 손에 올린 곰을 바라보는 장면이 너무 귀엽고 예쁘다. 곰은 인형이 아니다. 당연하게도 계속 성장한다. 그림책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곰은 쑥쑥 자란다. 책 속에서 작가는 곰이 자라는 정도를 실감 나게 그리고 있다. 아이는 곰을 주머니에 넣다가 모자로 옮겼고, 가방 속에 눕히다가 어깨에 태웠으며, 곰과 나란히 섰다가 곰의 등에 올라탔다.


곰의 몸은 커졌지만 아이에게는 여전히 작은 곰이다. 그래서 아이가 곰과 헤어질 때, 이렇게 말한 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안녕, 나의 작은 곰. 잘 있어. 곧 다시 만나자."


이 그림책을 보면서 자유롭게 상상을 펼칠 수 있고, 표지 속 아이처럼 커다란 백곰에게 폭 안긴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아이와 작은 곰이 함께 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길에 동행할 수도 있다. 책을 덮고 나면, 작은 곰은 독자들에게 별처럼 반짝이는 상징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환경적으로 잘 보호해야 할 북극곰 자체일 수도 있다. 나는 자녀이자 보물, 돌봄의 대상이자 소중한 존재를 떠올렸다.


그림책에서 아이가 곰에게 건네는 말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제법 의젓하고 기특하다. 간결하지만 그 안에 분명한 뜻, 배려와 책임이 깃들어 있다. 안전하게 돌보고 지켜주면서 곰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도록 돕는 것, 그리고 때가 되면 곰을 떠나보내야 하는 것이겠지.


그림책에서 인상적인 것은 시간이었다. 작가는 천지창조처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간 벌어진 일을 다룬다. 그동안 성장이 있었고 변화가 있었으며 만남과 헤어짐, 출발과 돌아감, 밝음과 어두움이 있었다. 삶의 모습이다. 곰의 성장처럼 시간의 흐름 따라 변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저 멈추어 있고 싶고 붙들고 싶을 때가 있다. 어차피 흐른다면 잘 흘러가야 할 테지. 목적지를 향해 유유히 가야겠지.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이야기, 부드러운 그림체와 색감이 가득한 책, 함께 보는 어른도 마음 편안해지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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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이네 사계절 자연미술놀이 - 놀이 중심, 아이 중심! 아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엄마표 미술 바른 교육 시리즈 17
차진아(라온맘) 지음 / 서사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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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아빠표 놀이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는 요즘, 아이와 비슷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책마다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뭔가 새로운 내용이 없을까. 내가 배우고 적용해볼 내용이 있을까. 먼저 책 소개와 차례 구성을 보면서 해당 책을 선택할지 말지 결정하게 되는데, <라온이네 사계절 자연미술놀이>는 소개된 놀이의 완성품이 집안 곳곳에 장식해도 좋을 작품처럼 보였다. 화사하고 예쁜 이미지가 시선을 끌었고, 3-5세를 세분화해 각 나이별 사계절 놀이를 담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정말 궁금한 놀이책이었다.


이 책은 자연미술놀이를 표방한다. 왜 그런가 했더니, 책 속에 자연을 활용한 것들이 꽤 많다. 여러 나뭇잎을 주워 나무 그림을 꾸미거나 색칠하고 고슴도치도 만들며 나뭇잎 리스나 위빙을 만들 수 있다. 꽃 누르미 바람개비를 만들거나 낙엽 투명액자, 단풍잎이 장식된 나비 날개를 만들 수도 있다. 앞으로 가을이 무르익으면 낙엽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될 텐데, 아이와 함께한 산책길에 낙엽을 담을 바구니를 준비해서 나가면 좋겠다.


이 책이 화사하고 예뻐 보였던 이유는 아무래도 색색의 향연인 물감 사용 때문인 듯하다. 대부분의 활동에 색소 혹은 물감이 사용된다. 서두에서 키즈 전용 물감, 다양한 형태의 물감을 비롯한 여러 미술 재료를 소개하고 있으니, 이를 참고해볼 수 있다. 도화지, 돌멩이, 달걀판 등을 물감으로 꾸미는 것부터, 둥근 화장솜이나 키친타월을 이용해 꽃을 만들어 여러 색깔로 물들이는 작업이 나와 있다. 패브릭 물감을 이용한 손수건과 티셔츠 염색도 재미있는 활동이 될 듯한데, 아이의 작아진 옷을 이용해볼 수 있겠다. 이렇듯 물감을 기본 재료 삼아, 우리 주변에서 흔히 쓰고 있거나 쉽게 버려지는 것들을 활용해서 어엿한 미술 작품을 완성해낼 수 있다. 앞으로 달걀 껍질은 미술놀이 후에 버리기로!


책 내용 중에 재료를 많이 구비해줘야 할 활동이 있다면, 스몰월드다. 이 책에는 역할놀이를 통한 상상력을 키워주는 다양한 스몰월드가 꾸며져 있다. 그 종류는 새 둥지, 벌집, 개미, 거미, 개구리, 판다, 하늘, 바다, 강, 어항, 농장, 텃밭, 과수원, 공항, 도시, 사계절 및 크리스마스 풍경과 핼러윈, 공사장과 중장비, 소방, 화산, 사막, 북극, 공룡알, 세렝게티, 사파리, 지구, 달, 우주, 요정의 샘, 세계지도 등 겹치는 제목 아래 다른 구성의 스몰월드도 여럿 눈에 띈다. 여러 종류의 스몰월드를 직접 만져보고 부모와 함께 꾸며보는 것은 아이들에게 정말 즐거운 체험이 될 듯하다. 아이에게 처음 책을 자유롭게 펼쳐보도록 하면서, 어떤 것을 만들어보고 싶냐고 물었을 때, 아이가 손꼽은 페이지들은 모두 스몰월드 활동이었다. 풍성하게 꾸며진 형태가 눈에 확 들어온 모양이다. 가장 먼저 코코아 가루를 이용한 공사장부터 만들어보자.


저자는 엄마로서 아이와의 놀이를 꾸준히 SNS에 올렸고, 몇 년 동안의 결과물이 책으로 엮어진 셈이다. 그래서인지 책 곳곳에는 특정 활동에 대한 아이의 반응도 작게 적혀 있기도 하다. 재료 사용에 대한 팁, 도안자료나 놀이영상을 담은 QR코드도 실어놓았다. 부모를 비롯한 3-5세 아이의 주양육자와 교사라면, 이 책으로 아이와 함께 자연과 생활 주변의 재료를 활용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미술놀이를 해볼 수 있다. 아이에게는 소근육 발달과 촉감 놀이에 더해 창의력이 뿜뿜 솟아나는 시간이 될 듯하다. 이 책에 나온 내용 그대로, 조금 변형해서, 완전히 새롭게 꾸며봐도 좋겠다.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로 나도 즐거운 시간! 이 책은 그 즐거움에 살짝 예쁨을 얹었다. 크리스마스에는 이 책을 활용해 장식품을 꾸며보면 좋겠다고, 미리 겨울놀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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