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잘하고 싶은데 맑은아이 8
이미현 지음, 김이조 그림 / 맑은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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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림책들이 있어요. 오늘 아이와 함께 읽은 그림책도 그랬습니다. 피아노를 너무 잘 치고 싶은데 매일 같은 곡, 동일한 손가락 연습을 하는 것을 꽤나 지루하게 느꼈던 제 모습이 슬그머니 생각났어요. 그림책 속 주인공 구리구리를 보면서요. 제목 <나도 잘하고 싶은데>는 바로 그 아이의 속마음이지요. 무슨 사연일까요?


어느 날 구리구리가 개굴개굴, 크게 울어요. 숲속 친구들이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생쥐처럼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서래요. 그리고 두더지처럼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해서고요, 토끼처럼 어려운 퍼즐을 다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네요. 그러면서 그림이나 자전거, 퍼즐을 잘 못했던 이유도 덧붙이지요. 그림을 그리다가 연날리기를 했고, 자전거를 타다가 꽃밭에서 꽃물을 들였으며, 퍼즐을 맞추다가 모래놀이를 했기 때문이었어요. 친구들은 구리구리에게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해 보라고 말해줍니다.


드디어 구리구리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게 됩니다. 그게 무엇이었는지 그림책으로 확인해볼 수 있어요. 아무튼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는 것은 아니고요, 구리구리는 좋아하지만 그만하고 싶은 마음, 계속 해야지 하는 마음과 갈등하지요. 결말은 흐뭇하게 마무리됩니다.


이 그림책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누군가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잘하고 싶은데' 하는 마음이 들 때, 어떻게 하면 될지 알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유아,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는 어른들도 어릴 때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볼 수 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저는 산만해 보이는 듯한 구리구리 모습이 자연스럽게 다가왔어요. 아이 때는 좀 이래도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연날리기, 꽃물 들이기, 모래놀이를 즐겁게 했잖아요. 자유롭게 아이 스스로 그때그때 마음이 끌리는 놀이를 찾아 할 수 있는 시기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아서요. 그렇다고 지나치게 산만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참 어렵기는 해요. 아무튼 구리구리가 스스로 격려했던 말로, 그림책 소개를 마칩니다.


'할 수 있어! 힘을 내자!'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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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극장에 놀러 오세요
구사나리 지음, 송지현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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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덕분에 그림책 세상을 알게 된 이후, 언젠가부터 제가 보고 싶은 그림책을 검색하게 되더라고요. 대체로 저도 아이도 모두 즐거운 독서이지만 때때로 아이만을 위한 그림책이 유독 눈에 띌 때가 있어요. <꿈 극장에 놀러 오세요>도 그랬습니다. 책 표지와 대략의 줄거리를 보자마자 영유아들에게 딱 알맞는 책이겠구나 싶었지요. 지금부터, 귀여운 그림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볼게요.


미래가 잠이 들면, 꿈 극장이 열려요. 관객들은 미래 방에 있는 친구들입니다. 퍼즐 한 조각, 곰 인형, 슬리퍼 한 짝, 풍선 한 개, 연필 두 자루이지요. 가위바위보를 해서 꿈 극장을 구경하는 자리 순서를 정한답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슬리퍼가 큰 역할을 하지요. 연필 둘이 건네는 말도 미래에게 영향을 주는 듯하고요. 나머지 친구들도 어떤 역할이 있지 않나, 유심히 살펴봤는데요, 모두 아기자기한 소품 역할이라고 보면 됩니다.


꿈에서 날마다 신나게 놀던 미래 공주 앞에 괴물이 나타납니다. 괴물 때문에 왕궁이 흐트러지자, 미래 공주는 심술쟁이 괴물이 싫다고 소리치는데요, 그 말에 괴물은 펑펑 울면서 주변을 눈물바다로 만들어 버리지요. 위기에 빠진 미래 공주는 급기야 꿈 밖으로 나오게 되는데요...


꿈 이야기는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요? 저와 함께 그림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난 후, 아이는 제일 재미있었던 장면으로 특정 페이지를 펼치더라고요. 바로 꿈 이야기에서 미래가 괴물과 친구 되기로 한 장면이었지요. 꿈의 결말이 꽤 마음에 든 모양이에요. 아마 커다란 괴물이 전혀 무섭게 보이지 않아서 더 웃게 되었을 거예요.


꿈은 현실의 반영이라고 하는데요, 이 그림책에서 꿈 이야기가 어떻게 현실 이야기로 이어지는지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미래 공주는 미래 자신이고요, 심술쟁이면서 울보인 괴물의 정체도 그림책 끝부분에 나오지요.


미래가 괴물과 친구 되는 결말처럼, 그렇게 모든 게 명쾌하고 흐뭇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됐어요. 현실 속 복잡한 문제들이 먼저 꿈에서 해결되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기를 소망하면서요. 아이들이 예쁜 꿈만 꾸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취학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 좋은 그림책이었습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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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 이어령 산문집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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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많은 책들이 출간되고 있는데요, 이 책은 2010년 초판의 개정판입니다. 이번에는 날카로운 식견과 창의적인 발상, 전방위적인 지식, 한국인에 대한 고찰 등을 담은 책들과 결이 다른 '산문집'이에요. 제목에서 충분히 짐작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어떤 문장으로 형상화되어 있을지 기대하며 펼쳐보았습니다. 본문의 첫 대목부터 마음이 오래 머물게 됩니다.


나의 서재에는 수천수만 권의 책이 꽂혀 있다.

그러나 언제나 나에게 있어 진짜 책은 딱 한 권이다.

이 한 권의 책, 원형의 책, 영원히 다 읽지 못하는 책.

그것이 나의 어머니이다.(19쪽)


산문집에 수록된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중 '책'에 대한 내용입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담긴 근원적인 책 한 권이, 선생님의 삶 가운데 60년간 수천수만의 책이 되고, 수십 권의 글을 쓰게 했다고 해요. 다른 은유 가운데 '금계랍'이라는 낯선 용어도 알게 되었네요.


어머니와의 '나들이'는 선생님이 떠나는 법과 돌아오는 법을 배운 시공간이고, 먹을 양식이 담겨 있던 '뒤주'는 묵직하고 당당하게 집안을 지키는 어머니이며, 넓고 깊은 '바다'는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과 은혜입니다. 당시 귀했던 '귤'은 어머니의 사랑과 선생님의 그리움을 담은 가슴 아픈 과일이 되었어요. 제목과 동일한 이 여섯 가지 비유 내용이 깊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오르페우스의 언어'에서는 상징적인 표현이 나오는데요, 낙타의 혹과 선인장 안의 샘이란 외부의 신기루와 대비되는 것으로 내부에 있는 신화의 도시입니다. 그중 상충되는 것을 하나로 융합케 하는 결합의 언어는 오르페우스의 피리이지요. 특히 다음 내용을 곱씹게 되더라고요.


아무리 세속의 조건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하더라도 나는 꿈 문학 속에서 늘 추락하리라. 나의 지식으로부터 재력으로부터 명성이나 박수 소리로부터 자진해서 추락하는 꿈을 꾸어야만 내 신장은 멈추지 않고 커갈 수 있을 것이다. 사막의 신기루에 속지 않기 위해서.(66쪽)


기꺼이 추락하는 꿈을 꾼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에요. 선생님은 위 글의 내용처럼 사셨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자신의 지식, 명성에 매이거나 그런 신기루에 사로잡히지 않은 채, 끊임없이 사유를 넓히고 글의 지경을 확장해 가시면서요. 사람들이 걸려 넘어지기 쉬운 것들을 지적한 내용 같기도 해요.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수용하지 않으려는 태도, 사람들의 찬사와 추켜세움에 스스로 발전 가능성을 차단해버리는 어리석음 등에 대해서요.


"여섯 살 때의 우수는 포대기 속에 있었다."로 시작되는 '우수의 이력서'는 쓸쓸한 분위기의 글입니다. "겨울은 그렇게 사라져간다. 하나의 연이 날아오르듯이."라는 구절이 두드러졌던 '겨울에 잃어버린 것들'도 마찬가지 느낌이고요. 잃어버린 꿈, 덧없이 흘러버린 세월, 언젠가 사라져버릴 삶에 대한 감상으로 이끄는 글 같아요. 개인의 체험과 사유가 개별성을 넘어 공통성을 지향하는 지점도 있습니다. 고향, 탄생, 어머니와 아버지의 세계 등에 대한 글이 그랬어요.


성경 속 노아의 방주에 대한 글은 생각의 여지를 안겨줍니다. 선생님은 노아를 구제받은 행복자가 아니라 가장 불행한 의인이라고 명명하지요. 이웃들이 모두 침몰하는 것을 목격해야 했으니까요. '방주'가 꽤 많은 뜻을 담고 있었어요.


방주를 부숴라! 혼자 살아남은 행복의 그 방주를 후회하라! 인류의 불행에서 도망치려는 돈과 권력의 방주를 거부하라! 이것이 우리들의 이웃을 다시는 침몰시키지 않게 하는 영원한 방주를 만드는 일이다.(185쪽)


뒤이어 "같이 젖어야 한다. 흠씬 젖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구절에서는, "돕는다는 것은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고 했던 신영복 선생님의 말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혼자 살아남거나 아예 젖지 않는 인생이 아니라, 같이 구제받거나 함께 흠뻑 젖는 인생에 대한 공통 분모가 있는 듯해요.


읽는 사람마다 마음이 머무는 문장들도 다를 거예요. 저의 경우는 원형의 책, 추락하는 꿈, 영원한 방주와 관련된 표현들을 꼽아봤어요. 이 책을 통해 이어령 선생님의 문학적 자서전도 읽어볼 수 있습니다. '땅파기'가 모든 문학적 동기가 된다는, 재미있으면서 상징적인 표현도 나오지요. 선생님의 문학적 밑거름, 그 근원이 궁금하다면, 또한 선생님만의 사적 체험과 감상을 담은 산문을 읽고 싶다면,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와 만나보세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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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아내 몽키마마 우리옛이야기 13
김성준 지음, 김주경 그림 / 애플트리태일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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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애플트리테일즈의 우리 옛이야기 시리즈 중, 신간 <지혜로운 아내>를 소개합니다. <산소를 지키는 호랑이>를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그 책과 동일한 글작가가 이번 책도 썼군요.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한 고을의 욕심 많은 사또는 억지 내기를 해서 사람들의 보물을 빼앗아갑니다. 그런 행동을 말리는 이방을 못마땅해하지요. 그리고 이방의 집을 걸고 내기를 하자고 생떼를 쓰기 시작합니다. 그곳에 자기가 쉴 정자를 지으려는 속셈으로요.


말도 안 되는 내기를 수락할 수밖에 없던 이방은, 아내에게 그 사정을 이야기했고요, 남편 대신 아내가 내기를 하러 관아로 나서게 됩니다. 사또는 이방의 아내에게 세 가지 문제를 냅니다. 상대방을 골탕 먹이려고 작정한 그 문제가 뭐냐면요...


저기 떠 있는 해가 하루에 가는 거리는 얼마나 되느냐?

저기 저 연못의 물은 몇 잔이나 되느냐?

그렇다면 내 머리의 무게는 얼마나 나갈 것 같은가?


바로 이런 질문들이에요. 과연 아내는 어떤 답변들을 내놓았을까요? 그림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그림체도 참 재미있어요. 표지에 나온 것처럼, 사또의 모습이 다른 인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그려지다가, 어느 순간 조그맣게 그려진 변화도 살펴볼 수 있어요. 당당해 보이는 아내의 표정도 노란 저고리 색만큼 밝아서 좋고요.


우리 옛이야기 시리즈는 책 말미에 영문도 싣고 있어요. 아이가 영어 공부를 하게 될 즈음, 활용해보면 좋겠어요. 또한 '100가지 민족문화 상징' 가운데 이번 책에서는 세종대왕, 훈민정음, 선비, 한석봉과 어머니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최근에 한글박물관에서 훈민정음 전시를 보고 왔던 터라, 아이가 관련 내용을 더욱 흥미로워하네요.


이로써 재미있고 통쾌한 옛이야기 <지혜로운 아내> 그림책 소개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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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식당 웅진 우리그림책 88
김경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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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밤이 되어서야 열리는 식당을 소개합니다. 수풀 속 '누구나 식당'이에요. 돈이 없어도, 배가 고프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랍니다. 단, 이곳에는 곤충들만 들어갈 수 있지요. 식당 안은 꽤 분주해요. 주방장 사마귀를 중심으로 부주방장 쇠똥구리, 주방 보조인 개미들, 그 외의 직원들인 들풀거미, 지렁이, 송충이, 무당벌레, 여치들이 각자의 일에 몰두하고 있어요.

장수풍뎅이, 방귀벌레, 반딧불이는 단골손님들로, 사마귀는 각 손님에 딱 맞는 음식을 준비하지요. 이렇게 외치면서요.

음, 감 잡았어!

어떤 음식들이 준비되었는지, 이 그림책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귀여운 그림체로 표현했어요. 아기 거미들을 잔뜩 데리고 온 늑대거미와 피곤에 지쳐서 자리에 앉자마자 잠든 자벌레를 맞이한 이후, 식당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납니다. 제멋대로인 산제비나비 때문에요. '누구나 식당'에서는 예외적으로 이런 손님은 출입 금지래요. 당연한 처사겠지요. 실제로 서비스업 종사자의 입장에서는 손님을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하루살이를 맞이한 식당 직원들은 유난히 더 분주해 보여요. 어떤 음식을 준비하길래 그럴까요? 힌트는 "겨울을 한 번도 보지 못한 하루살이에게 줄 특별 선물"입니다. 이 그림책을 보실 때 하루살이의 흐뭇한 음식과 함께, 자벌레의 활약도 꼭 지켜보세요. 피곤에 지쳐서 깊이 잠든 줄 알았는데, 자기만 해결할 수 있는 일에 본능적으로 잠에서 벌떡 깨는 모습이 정말 대단해요. (그런데 작가님! 왜 자벌레의 음식은 그려주지 않으셨나요? 궁금했는데...)

주방장 사마귀가 멋져요. 손님의 얼굴 표정, 몸 상태,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세심히 손님을 관찰하잖아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누구나 식당'이 실제로 우리 주변에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네요. 매일은 힘들겠지만, 일주일에 한 번쯤 가족들을 위해 서로 특별한 음식을 준비해주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정말 의미 있겠구나 싶어요. 솔직히, 상차림을 하기보다 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요.

올망졸망 곤충들이 함께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그림책이에요. 똑똑! 다음날에는 어떤 곤충 손님이 식당 문을 두드릴지, 아이들과 함께 상상해보고 이야기 나누어도 재미있겠어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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