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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고 꼼꼼한 수채색연필화 - 가이드북 & 컬러링북
배영미 지음 / EJONG(이종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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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과 컬러링북 두 권으로 되어 있어요. 따로 되어 있는 게 좋네요. 기존 컬러링북처럼 설명과 견본, 그리고 컬러링할 페이지가 같이 있다면 아무래도 쉽고 가볍게 해보는 장점이 있겠지요. 이 책은 제목부터 '친절, 꼼꼼'을 표방했기 때문에 한 권으로 엮일 수 없었을 듯해요. 그만큼 본격적으로 자세히 '수채색연필화'를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   

   

 

색연필화의 특성, 수채색연필화를 시작하기 전에 갖출 여러 준비물, 미리 알아둘 기본적인 미술 상식(먼셀의 색상환을 비롯한 색의 이해, 원근법 이해, 도형 그리기 등), 충분히 많이 해둘 기초 선 연습과 채색 방법에 대해, 이 책에서 하나씩 확인해볼 수 있어요. 6색, 12색, 24색, 36색으로 해보는 점진적인 견본이 각각 다섯 개씩 나와 있고요. 갤러리 편에는 세 개의 풍경이 있어요. 각 견본마다 스케치부터 완성까지 단계별로 상세히 설명해줍니다.   

 

 

언제부터인지 쉽게 스케치하는 법, 다양한 도구로 채색하는 법을 담은 미술 관련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이 책은 기본을 많이 강조하고 있어서 좋습니다. 기능적으로 견본대로 컬러링만 하는 것도 집중력이나 심신안정에 좋겠지만, 저는 이왕이면 이 책을 바탕으로 제 나름대로 응용해볼 수 있기를 원했거든요. 주변 사물이나 경치를 스케치하는 법부터, 이 책으로 배울 수 있겠어요.   

 

 

지금까지 저는 색연필과 수채화로 작업하는 컬러링북을 한 권씩 해보려고 시도해본 게 전부죠. 이 책을 반갑게 맞이한 이유는, 평범한듯 특별한 도구인 수채색연필이 궁금했기 때문이고요. 최근 컬러링북에 관심과 재능을 보이시는 엄마께 선물하고 싶었고, 또한 아이에게 겉모양은 색연필인데 4호 붓 하나로 마법처럼 물감 효과를 내는 수채색연필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지요.

 

 

 컬러링북에 인쇄된 '벤치 위의 책들'은 너무 작은 듯해서, 가이드북에 따라 스케치부터 직접 해보면서 색연필, 붓과 물을 이용해 완성해봤어요. 연필로 스케치한 흔적이 채색 후에도 남는 부분을 보완할 일이겠구나, 번지고 스며드는 효과가 신기하네, 해볼수록 점점 나아지겠지 하는 감상이 남았어요. 일상의 작은 변화로 미소 짓고 싶다면, 이 책 <친절하고 꼼꼼한 수채색연필화>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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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식당 개성밥상 - 고려의 맛과 멋이 담긴
정혜경 지음 / 들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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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음식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 책을 펼쳤다. 그런데 화수분처럼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어져, 처음 제목에서 느꼈던 약간의 딱딱한 이미지, 508쪽의 방대한 분량과 무게감에 바짝 긴장하던 마음이 스르르 풀어진다. 저자는 통일된 한반도에서 마주할 밥상은 서울도 평양도 아닌 '개성'밥상이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그 해답과 만날 수 있다.

 

개성은 고려 왕조 500년의 수도였기에, 저자는 1부에서 먼저 고려의 음식 문화를 소개한다. 2부에서는 어떤 개성 음식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3부에서는 일상 속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개성 음식의 흔적을 찾아보며, 마지막 4부에서는 맞춤형 개성밥상의 사례를 보여준다. 식품영양학과 교수인 저자의 음식 연구서라 할 만한데, 그 내용이 학술적인 동시에 충분히 대중적이다. 고려시대 식기를 비롯한 관련 사진 자료, 음식 소개를 하면서 곁들인 그림과 역사적 문헌, 문학작품과 전통요리서 등에 나와 있는 구절 등 읽을거리가 풍성하다. 한마디로 '개성밥상'에 관한 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학창 시절 배웠던 고려가요 '쌍화점'을 기억하는가. 이 책에 따르면, 쌍화점은 쌍화를 파는 회화아비, 곧 무슬림 위구르족이 운영하는 술집이다. 이 작품이 만들어진 고려 충렬왕 시기는, 원을 비롯한 이슬람권 문화와 교류가 활발하던 때다. 쌍화는 만두의 일종으로, 나중에 개성편수로 발전하는 데 영향을 준 셈이다. 이 외에도 고려시대 음식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문인들, 특히 이규보, 이색의 시가 꽤 많이 인용되어 있다. 송나라 사람 서긍의 <고려도경>을 통한 객관적 기록과 더불어, 당시 황궁인 만월대와 강세황의 <송도기행첩>에 실린 개성 풍경도 실어놓았다.

 

개성 만두인 편수, 보김치(보쌈김치와 다름), 장땡이(장떡), 절창(순대), 조랭이 떡국, 홍해삼(홍합과 해삼) 등에 대한 유래, 만드는 법을 소개하면서, 고기구이의 여러 형태, 북한의 다양한 국수 이름, 인삼을 주재료로 하는 음식도 알려준다. 처음 이 책을 보고 싶었던 이유가 사실 이 부분이었는데, 한 음식에 얽힌 역사적 유래를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또한 설렁탕, 닭도리탕, 숙주나물 등 우리 일상에서 친숙한 음식들 안에도 개성 음식의 연원이 있다는 것이 새삼 새롭게 다가왔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두 가지였는데, 먼저 박완서 작가의 <미망> 속에 나타난 음식 문화를 연구한 내용이었다. 소설은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개성을 배경으로 한 거상 일가의 삶을 그렸다. 저자는 소설 속 음식들을 도표로 보여주기도 하고, 소설 문장을 통해 개성 음식에 담긴 철학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저자는 크게 정성껏 마음들인 정갈함, 화려한 웃고명 장식, 상업 발달에 따른 음식 차림의 실용성 등을 제시한다. 두 번째로 인상적인 부분은 4부 전체이기도 한데, 이규보와 이색, 쌍화점의 주점 주인, 기생 황진이, 박완서 작가를 위한 밥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저자의 의도는 다음과 같다.

 

"이 5인을 대상으로 스토리텔링과 창작을 더해 재구성한 개성밥상은 그저 단순한 '밥상'의 개념이 아니다. 나는 이 음식들이 현대에도 만들어지고 확대, 재생산될 수 있도록 과거 고조리서나 근대 조리서를 바탕으로 하여 레시피를 제시하겠다. (중략) 이 밥상은, 상을 차리는 것이 아닌 그들을 기억하고자 제시하는 각각의 음식들을 이야기하는 것임을 밝혀둔다."(392쪽)

 

이 책에서 저자는 통일에 대한 열망을 여러 번 강조한다. 실향민의 딸로서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시대의 음식을 들여다보는 것은 결국 그 시대의 문화와 생활상을 엿보는 것이구나 싶다. 이 책은 단절되거나 동떨어진 역사의 한 장, 생소하거나 낯선 특정 지역의 음식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 이어진 삶과 문화, 그 속에 음식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과연 한식 고유의 맛은 어떤 것일까. 개성 음식은 한반도 중간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도 있겠지만 중용에 해당하는 "짜지도 심심하지도 않은 중간 맛"이라고 하는데, 오늘날 매운 맛 혹은 '단짠'의 맛을 한식의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을지... 시대에 따라 맛도 변하는 것이지만, 건강에 좋은 맛이 대표성을 가지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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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와 개
메리앤 마레이 지음, 한소영 옮김 / 시원주니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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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표지의 색감이 눈에 확 들어왔던 그림책이에요. 개를 좋아하는 미루는 어느 날, '곰처럼 생긴 동물'을 만나지요. 그에게 "내 개가 되어줄래?"라고 묻고 '플러피'라는 이름도 지어줍니다. 미루에게는, 플러피가 다른 강아지와 다를 바 없게 느껴졌는데요, 다른 게 있다면 입맛이 특별하다는 정도? 아, 몸집이 점점 커진다는 점도 있겠네요. 두 발로 걸어다니는 신기한 재주를 보고, 미루는 플러피가 정말 특별한 개라고 생각하지요. 그러다가 동물병원에 갔을 때 비로소 플러피의 정체를 알게 되고, 그와 헤어지게 됩니다. 그 후 다정한 미루와 특별한 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제12회 콤포스텔라 국제 그림책 수상작이라고 하는데요, 좀 생소하기는 했어요. 칼데콧이나 볼로냐 수상작은 많이 봐왔지만, 이 이름의 수상작은 처음 접해본 듯해요. 그림책 내용을 이야기하기 전에 외적인 아쉬움을 말하자면, 작가 소개가 전혀 나와 있지 않다는 점이에요. 옮긴이 소개만 나와 있고요. 이 그림책이 어떤 상을 받았는지보다, 저는 어떤 작가인지가 더 궁금했거든요.

 

그림책 내용으로 돌아오면, 저는 <어린 왕자>의 여우를 통해 너무도 익숙해진 '길들인다는 것'의 의미를 떠올리게 됐어요. 플러피의 정체가 무엇이든, 미루에게는 그를 길들인 시간이 있죠. 물론 그도 미루에게 마찬가지고요. 그러니까 그가 세상에서 위험하거나 무서운 존재로 인식되건 아니건, 미루에게 플러피는 특별한 개일 뿐이죠. 누군가와 인연을 맺어가는 과정에서, 때로는, 아니 너무 자주 우리는 그 당사자의 말과 행동에 집중하기보다 사람들 사이의 평판, 소문, 편견에 영향받기도 해요. 굳이 사람들이 아니라도, 자신이 먼저 그를 둘러싼 배경, 가령 외모부터 직업, 수입, 생활수준 등을 궁금해 하기도 하고요. 어떤 일면에서 평판이나 배경 모두 간과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절대시하게 된다는 것 아닐까요.

 

작가는 "플러피가 얼마나 조용하고 얌전한데", "플러피가 얼마나 얌전하고 조용한 동물인지" 등의 표현을 반복해서 쓰고 있는데요, 저는 이 대목에서 조금 아쉬웠어요. 위험하고 무서운 이미지의 반대적 의미로 쓴 것일 테지만, 사람들에게 설명할 때, 미루만이 알고 있는 플러피의 모습을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어땠을까 하고요. 그저 얌전하고 조용하기 때문에 함께 있어도 괜찮다는 것은 조금 피상적으로 느껴졌어요. 이 부분을 살짝 넘어가면, 전체적으로 밝고 선명한 색감 사용, 특히 미루와 플러피가 함께 노는 장면들, 밤하늘과 자연 속에 어우러진 채 손을 잡고 걸어가는 둘의 뒷모습이 참 예쁜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을 볼 때마다 플러피의 상징성이 다르게 다가올 것 같은 예감도 듭니다. 매번 새롭게 읽히는 그림책은 매력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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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를 지키는 호랑이 몽키마마 우리옛이야기 12
김성준 지음, 이준선 그림 / 애플트리태일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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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아이를 위한 책들을 검색하다가 느꼈다. 국내외 동화작가의 책, 그리스로마 신화, 탈무드 등은 꽤 많이 나와 있는 반면, 우리 고전은 그리 많이 눈에 띄지 않는구나. 내용 자체로 재미있게, 그림을 더해 멋지게 만든 옛이야기 그림책은 없을까. (그 후 그런 그림책들을 몇 권 만나보기는 했다.) 사실 이 그림책이 마음에 쏙 들어온 이유도, '우리 옛이야기'라는 시리즈 이름과 '호랑이'가 주인공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이 책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멋지다.

글작가와 그림작가가 다른 경우인데, 먼저 그림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제목 <산소를 지키는 호랑이>라고 해서 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는구나 싶었는데, 책 속에서 호랑이는 다양한 상황에서 꽤 역동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훨훨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한 동작은 기본이다. 눈이 부리부리해서 그럴까. 하는 행동이 예뻐서 그럴까. 왠지 정겹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캐릭터다.

효심 깊은 이 씨를 비롯한 사람들의 표정, 가을을 배경으로 한 주변 자연 경관 등도 상당히 섬세해서, 글에서 전달되지 않은 대화와 이야기가 그림 속에 풍성하게 숨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림작가 이준선 님의 다른 그림을 찾아보고 싶을 정도다. (실제로 찾아보니 그동안 많은 책을 냈다. 그중 호랑이 관련 책들도 여럿이다. 이번 책과 다른 책 속에 나타난 호랑이 표정, 움직임, 구도 등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글의 경우, "옛날 어느 고을에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어"로 시작하는데, 정말 아이를 앉혀놓고 들려주는 말투다. 자연스러워서 좋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다'체를 내 마음대로 '-어', '-지'체로 바꿀 때가 있는데, 이 책은 명시된 대로, 실감나게 읽어주기만 하면 되니까 더 좋다. 이 책을 통해 '시묘살이'가 무엇인지 가르쳐줄 수 있다. 글작가는 "부모의 무덤 곁에서 부모를 그리워하며 삼년간 움막살이하는 일"(20쪽)로 뜻풀이도 달아놓았다. 어떤 게 효도인지,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

이 책의 특별함은 뒷부분에 영문이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부모든 아이든 영어에 관심을 둔다면, 유용한 페이지들이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100가지 민족문화 상징'이 덧붙여져 있는데, 각 상징어를 하나씩 골라 이야깃거리로 삼을 수 있겠다. 이 책에서는 도깨비, 측우기, 해시계와 물시계가 간략한 설명, 그림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옛이야기' 시리즈를 내는 출판사 이름으로는 '애플트리태일즈'(appletree tales)가 얼핏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세계 시장을 겨냥한 출판물일까 하는 추측도 해봤다. K-pop뿐 아니라 K-tales도 괜찮겠구나, 정말 멋지겠구나 싶다. 그림책 본연의 이야기를 넘어, 곁가지로 여러 가지 생각을 뻗어보게 된 그림책을 만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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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 입은 자의 삶 - ‘하나님의 은혜’ 작사가 조은아 교수의 보냄 받은 이야기
조은아 지음 / 두란노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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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은혜' 작사가의 감사 고백이라는 책 소개만 보고서, 이 책을 읽고 싶었다. 언젠가 교회 예배시간에 특송으로 불리던 순간, 그 찬양이 내 마음속에 깊이 스며들었다. 찬양의 가사와 곡조가 주는 감동은 함께 가는 것일 텐데, 몇년 전 신상우 작곡자의 소천 소식을 접했기 때문일까. 그 곡을 찾아 들을 때나 일상에서 찬양할 때 항상 작곡자 이름만 떠오르곤 했다. 이 책은 조은아 작사가를 상기시켰고, 나는 그분이 전하는 '은혜 입은 자의 삶'이 궁금했다.

 

 

저자가 카자흐스탄 선교사로 파송받기 며칠 전, 스스로 대견해 하는 순간에 "네가 헌신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은혜야"(10쪽) 하는 하나님 음성이 들려왔고, 저자는 곧장 신앙고백을 담은 '하나님의 은혜'를 일기장에 써 내려간다. 이런 가사의 배경을 알고 다시 보니, 이 가사를 숙고해보는 것만으로 도전과 은혜가 된다.

 

처음에는 오랜만에 접해보는 간증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은 소감은, 기존에 자신의 신앙체험을 열거한 간증서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글이구나 하는 것이다. 캐나다 이민 1.5세로서, 목사인 남편과 함께 카자흐스탄 선교사로 헌신했고, 현재 선교학 교수로 섬기고 있다는 약력만 보면, 낯선 곳에 정착하면서 겪은 일화, 교회 개척 선교사로서 경험한 일련의 일들, 교수로서의 일상이 그려지겠구나 짐작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는 철저히 자신을 감추고 낮춘다. 오직 선교의 관점에서, 하나님이 일하시는 타이밍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다. 사실 이게 진정한 의미의 간증일 테지만.

 

이 책의 구성은 '하나님의 은혜' 찬양의 각 구절을 하나씩 풀어주는 방식이다. 가령 "나를 지으신 이가 하나님"이라는 구절 혹은 1장은 창조주 하나님, 저자가 만난 조물주의 사랑을 말한다. 이렇게 8장까지 각 주제에 맞게 하나님을 전한 후, 저자는 각 장마다 묵상과 나눔을 위한 핵심 질문들을 던진다. 그 내용도 본문만큼 풍성하고 깊이 있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1970년부터 2020년에 이르는 여정을 개간되지 않은 땅, 경작된 땅, 기름진 땅으로 구분하고 세부적으로는 온실 속의 흙부터 결실의 흙까지 구분한다. 이 대목을 보면서, 자칫 세상적으로 화려하고 돋보인 시절만 간증 시기로 삼는 게 아니라는 것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내 삶에 희망이 없어 보이는 순간조차 하나님이 함께하셨고 그런 삶의 시간들이 결국 옥토가 될 수 있는 밑거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지나온 삶의 어느 한 지점도 하나님의 은혜가 아닌 때가 없다는 고백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책 내용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비유는 '화살통'과 '돌베개'다.

 

저자는 인간적인 준비됨이 하나님의 때라는 신호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오히려 스스로 잘 준비되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위험한 때라는 말이 와닿는다. 나아가 화살통은 곧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의미한다.

"하나님은 스스로 일할 준비가 다 되었다고 생각하는 우리를 당신의 손 그늘에 숨기시고, 당신의 화살통 안에 감추신다. 그렇게까지 우리를 귀하게 여기신다. 그렇게까지 우리를 깊은 사랑과 은혜로 보호하신다."(59쪽)

 

도망자 야곱이 베고 누운 돌베개를 보면서, 저자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과거의 일들로 하염없이 눈물을 받아내는 자신의 돌베개를 말한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것을 주우시고 품으시고 변화시키신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돌베개가 있다. 그것은 외로움, 슬픔, 육체적 연약함, 정신적 어려움의 돌베개일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이 되었건 하나님은 우리의 돌베개를 받으시고, 그 돌베개가 놓였던 자리로 하여금 예배의 자리가 되게 하신다."(143쪽)

 

이 책을 통해 일상에서, 특히 크고 작은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하나님의 은혜를 망각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 은혜와 사랑을 일깨우고 하나님과의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크리스천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실상 각자의 소명대로 선교지로 보냄받은 모든 크리스천들의 필독서가 아닐까.

 

이 책에서는 찬양으로 만들어진 가사를 포함해, 저자가 주보나 일기장에 적어 둔 신앙고백들이 꽤 많이 소개되어 있다. 저자가 작사한 찬양들을 다시 들을 때마다, 이 구절들이 같이 떠오를 듯하다. 나만의 신앙고백도 글로 표현해보고 싶다. 매순간 하나님의 은혜를 노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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