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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를 지키는 호랑이 ㅣ 몽키마마 우리옛이야기 12
김성준 지음, 이준선 그림 / 애플트리태일즈 / 2021년 3월
평점 :
예전에 아이를 위한 책들을 검색하다가 느꼈다. 국내외 동화작가의 책, 그리스로마 신화, 탈무드 등은 꽤 많이 나와 있는 반면, 우리 고전은 그리 많이 눈에 띄지 않는구나. 내용 자체로 재미있게, 그림을 더해 멋지게 만든 옛이야기 그림책은 없을까. (그 후 그런 그림책들을 몇 권 만나보기는 했다.) 사실 이 그림책이 마음에 쏙 들어온 이유도, '우리 옛이야기'라는 시리즈 이름과 '호랑이'가 주인공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이 책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멋지다.
글작가와 그림작가가 다른 경우인데, 먼저 그림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제목 <산소를 지키는 호랑이>라고 해서 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는구나 싶었는데, 책 속에서 호랑이는 다양한 상황에서 꽤 역동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훨훨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한 동작은 기본이다. 눈이 부리부리해서 그럴까. 하는 행동이 예뻐서 그럴까. 왠지 정겹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캐릭터다.
효심 깊은 이 씨를 비롯한 사람들의 표정, 가을을 배경으로 한 주변 자연 경관 등도 상당히 섬세해서, 글에서 전달되지 않은 대화와 이야기가 그림 속에 풍성하게 숨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림작가 이준선 님의 다른 그림을 찾아보고 싶을 정도다. (실제로 찾아보니 그동안 많은 책을 냈다. 그중 호랑이 관련 책들도 여럿이다. 이번 책과 다른 책 속에 나타난 호랑이 표정, 움직임, 구도 등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글의 경우, "옛날 어느 고을에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어"로 시작하는데, 정말 아이를 앉혀놓고 들려주는 말투다. 자연스러워서 좋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다'체를 내 마음대로 '-어', '-지'체로 바꿀 때가 있는데, 이 책은 명시된 대로, 실감나게 읽어주기만 하면 되니까 더 좋다. 이 책을 통해 '시묘살이'가 무엇인지 가르쳐줄 수 있다. 글작가는 "부모의 무덤 곁에서 부모를 그리워하며 삼년간 움막살이하는 일"(20쪽)로 뜻풀이도 달아놓았다. 어떤 게 효도인지,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
이 책의 특별함은 뒷부분에 영문이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부모든 아이든 영어에 관심을 둔다면, 유용한 페이지들이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100가지 민족문화 상징'이 덧붙여져 있는데, 각 상징어를 하나씩 골라 이야깃거리로 삼을 수 있겠다. 이 책에서는 도깨비, 측우기, 해시계와 물시계가 간략한 설명, 그림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옛이야기' 시리즈를 내는 출판사 이름으로는 '애플트리태일즈'(appletree tales)가 얼핏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세계 시장을 겨냥한 출판물일까 하는 추측도 해봤다. K-pop뿐 아니라 K-tales도 괜찮겠구나, 정말 멋지겠구나 싶다. 그림책 본연의 이야기를 넘어, 곁가지로 여러 가지 생각을 뻗어보게 된 그림책을 만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