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와 개
메리앤 마레이 지음, 한소영 옮김 / 시원주니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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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표지의 색감이 눈에 확 들어왔던 그림책이에요. 개를 좋아하는 미루는 어느 날, '곰처럼 생긴 동물'을 만나지요. 그에게 "내 개가 되어줄래?"라고 묻고 '플러피'라는 이름도 지어줍니다. 미루에게는, 플러피가 다른 강아지와 다를 바 없게 느껴졌는데요, 다른 게 있다면 입맛이 특별하다는 정도? 아, 몸집이 점점 커진다는 점도 있겠네요. 두 발로 걸어다니는 신기한 재주를 보고, 미루는 플러피가 정말 특별한 개라고 생각하지요. 그러다가 동물병원에 갔을 때 비로소 플러피의 정체를 알게 되고, 그와 헤어지게 됩니다. 그 후 다정한 미루와 특별한 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제12회 콤포스텔라 국제 그림책 수상작이라고 하는데요, 좀 생소하기는 했어요. 칼데콧이나 볼로냐 수상작은 많이 봐왔지만, 이 이름의 수상작은 처음 접해본 듯해요. 그림책 내용을 이야기하기 전에 외적인 아쉬움을 말하자면, 작가 소개가 전혀 나와 있지 않다는 점이에요. 옮긴이 소개만 나와 있고요. 이 그림책이 어떤 상을 받았는지보다, 저는 어떤 작가인지가 더 궁금했거든요.

 

그림책 내용으로 돌아오면, 저는 <어린 왕자>의 여우를 통해 너무도 익숙해진 '길들인다는 것'의 의미를 떠올리게 됐어요. 플러피의 정체가 무엇이든, 미루에게는 그를 길들인 시간이 있죠. 물론 그도 미루에게 마찬가지고요. 그러니까 그가 세상에서 위험하거나 무서운 존재로 인식되건 아니건, 미루에게 플러피는 특별한 개일 뿐이죠. 누군가와 인연을 맺어가는 과정에서, 때로는, 아니 너무 자주 우리는 그 당사자의 말과 행동에 집중하기보다 사람들 사이의 평판, 소문, 편견에 영향받기도 해요. 굳이 사람들이 아니라도, 자신이 먼저 그를 둘러싼 배경, 가령 외모부터 직업, 수입, 생활수준 등을 궁금해 하기도 하고요. 어떤 일면에서 평판이나 배경 모두 간과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절대시하게 된다는 것 아닐까요.

 

작가는 "플러피가 얼마나 조용하고 얌전한데", "플러피가 얼마나 얌전하고 조용한 동물인지" 등의 표현을 반복해서 쓰고 있는데요, 저는 이 대목에서 조금 아쉬웠어요. 위험하고 무서운 이미지의 반대적 의미로 쓴 것일 테지만, 사람들에게 설명할 때, 미루만이 알고 있는 플러피의 모습을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어땠을까 하고요. 그저 얌전하고 조용하기 때문에 함께 있어도 괜찮다는 것은 조금 피상적으로 느껴졌어요. 이 부분을 살짝 넘어가면, 전체적으로 밝고 선명한 색감 사용, 특히 미루와 플러피가 함께 노는 장면들, 밤하늘과 자연 속에 어우러진 채 손을 잡고 걸어가는 둘의 뒷모습이 참 예쁜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을 볼 때마다 플러피의 상징성이 다르게 다가올 것 같은 예감도 듭니다. 매번 새롭게 읽히는 그림책은 매력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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