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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죄 - 나쁜 생각, 나쁜 명령. 그 지시는 따를 수 없습니다. ㅣ 스스로 생각 시리즈
이모령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작년 12월 이후 뉴스 검색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날이 없네요. 심지어 보배와 도서관에 있을 때도 책 대신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찾아볼 정도로, 아주 바람직하지 않은 일상을 살고 있지요. 얼른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바람으로, 책의 제목만으로도 눈에 띄는 책 한 권을 펼쳐봅니다.
책 소개를 보지 않고 제목만 봤을 때는 초등 대상으로 어떤 내용을 담았을지 궁금했어요. 아이히만 이야기일까 막연히 추측했는데요, 실제 내용도 당연히 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아이히만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고위 관리였고 유대인 말살 계획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인물이지요. 그는 히틀러의 명령에 따라 유대인 대학살을 주도했는데요, 이 책에서는 그가 재판석에서 뉘우침도 죄책감도 없이 변명과 책임 회피로 일관했던 모습에 주목해요.
"나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조직의 톱니바퀴의 일부였다."(22쪽)
결국 그는 1962년 사형을 선고받고 죽었지만, 그의 이름은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언급한 "악의 평범성", "생각하지 않는 죄"라는 개념과 함께 오늘날에도 계속 언급되고 있지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생각하지 않는 죄"란,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은 죄,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도 옳지 않다고 말하지 않은 죄, 옳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행한 죄, 자기 행동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거나 합리화하는 죄로 열거되어 있어요.
이 책은 아이히만 이야기뿐 아니라 스탠리 밀그램 실험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실험은 1961년 미국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에 의해 수행된 것인데요, 사람들이 권위자의 명령에 얼마나 쉽게 복종하는지를 보여주고 잘못된 행동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보여주었어요. 이와 함께, 옳지 않은 행동을 강요하는 권위에 저항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실험이었다고 해요. 실제로, 히틀러와 나치에 목숨 걸고 저항한 사람들이 있었지요.
저자는 오늘날 국가와 권력자들 중에서도, 우리 사회 안에도 히틀러의 생각과 행동과 연관된 파시즘이 잔재한다고 말하면서, 민주주의를 지키자고 강조합니다. 그러기 위해 정보와 권력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유지하고 선동과 거짓 정보에 흔들리지 않는 시민 의식 등을 말하고 있어요.
책 말미에는 인간 존엄,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 전체주의, 권위주의와 권위, 다원주의, 파시스트, 사회주의자, 민주주의자 등의 개념 정리가 나와 있습니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깨어 있는 민주 시민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어요. 저는 스탠리 밀그램 실험 결과 가운데, 한 명의 참가자보다 두 명의 참가자가 있는 곳에서 부당함에 맞선 저항의 힘이 컸다는 대목이 와닿았어요. 어떤 불의, 비리, 잘못을 바로잡는 힘보다 그것을 유지시키려는 힘이 더 강해 보일 때, 옳은 길로 가는 게 개인에게 실익이 없을 뿐 아니라 희생만 따르고 손해, 나아가 위험에 처할 지경에 이를 때, 그럴 때조차 부당함에 맞선 저항 편에 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이 책은 그것을 생각의 힘이라고 말하는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