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포 매거진을 처음 만나봤다. 그래서 글의 내용 전에 외형을 꼼꼼하게 살펴보게 됐다. 잠재적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의 줄임말이 '포포포'다. 한글 발음, 영문 표기, 풀이된 뜻 모두 인상적이다. 판형만 보면 잡지라기보다 단행본 같은데, 일반 책보다 가로 사이즈가 좀 길게 설정되어 있고 4도 컬러에 레이아웃이 자유롭다. 글마다 영문 번역이 되어 있어서, 영작 연습을 할 때 참고 삼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특별히 이번 호에 끌렸던 것은 '내면아이'라는 주제 때문이었다. 어른이 된 후에도 여전히 울고 있는 자신의 내면아이를 꼭 안아주는 일. 어쩌면 그것은 평생에 걸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잊고 있던 내면아이가 가끔씩 불쑥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모습이 있었던 것일까.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엄마라는 이름으로, 내면 아이, 집으로'를 주제로 한다. 먼저 '엄마'를 주제로 한 정문정 작가의 글을 공감하며 읽었다. 작가는 영화 <러브 스토리>의 명대사라고 알려진 '사랑은 결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거야"를 듣고 코웃음을 쳤다는데, 나도 그 부분이 거슬렸었다. 왜? 미안할 일을 했으면 사과해야지. 그런데 참 어려운 것 같다. 상대방이 미안할 일도, 사과할 일도 없다고 느낀다면 할 말이 없게 되니까. "사과 같은 소리하네. 자식한테 사과하는 부모도 있냐?"라고 했다는 작가의 엄마처럼. 나의 엄마는 굳이 미안하다고 하실 일이 아닌데도 그런 말씀을 하신다. 사람마다 느끼는 미안함, 고마움의 온도와 무게가 다른 탓일까. 사랑의 다른 말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작가는 미안함과 고마움을 자주 표현하는 배우자를 만났고, 자녀에게 그런 표현을 자주 한단다. 미안해. 고마워. 그 말은 어린 시절 자신을 다독이는 말이기도 하다.
"깊은 곳 열정이 부르짖는 소리에 귀를 막고 사느니 내 변덕을 쫓으며 살기로 했다."(25쪽)
남편을 떠나 아이들을 데리고 스페인으로 떠났던 박민아 님 글의 일부인데, 나는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요즘 깊은 곳 열정이 부르짖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은데, 신경 써야 할 현실이 많고 몸과 마음이 지쳐버려서 스스로 열정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게 아닐까. 마흔에 찾은 자신의 열망, 사진 찍기에 충실한 지난 10년을 이야기하는 23년차 주부 윤성회 님의 글을 보면서 오롯이 나로서 '하고 싶다' 느끼는 것, 일이든 취미든 뭐든 찾아나선다는 것은 정말 용기 같고, 더 늦기 전에 그 용기를 품고 싶다. '엄마'를 주제로 한 1부에서는 그림책 만들기에 동참한 청소년 미혼한부모 인터뷰, '돌봄'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역설하는 리카르타 체차의 인터뷰도 실려 있다.
정말 궁금했던 2부 '내면아이' 편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뭔가 연상되고 연결되는 느낌을 가졌다. 문득 떠오르는 일화, 그 속의 정말 나답지 않다고 느껴지는 모습, 자신감 부족이라는 현상 이면에 내면아이가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 등. 기질을 분석해 상담하는 전문기업의 이다랑 대표는 내면아이를 성장 경험에서의 트라우마에 한정하지 않고 "지금의 내가 살면서 만나게 되는 여러 사람들과 관계 맺을 때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나"로 정의한다. 해결되지 않은 감정, 외면했던 감정을 포함한다. 육아란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통해 나를 키우는 것"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정우열 정신과 전문의와의 인터뷰 글을 참고로, 실제적으로 내면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해볼 수 있다. 라이프코치 다니엘라의 인터뷰 글에서는 '자기 가치' 곧 자기애, 자기 존중, 자신감 모든 것을 아우르는 기본적인 개념을 발견해본다. 자기 가치를 높이는 셀프 케어 및 연습도 나와 있으니 참고할 수 있다. 하상윤 기자의 글에서 엄마의 에피소드가 뭉클했는데, 담담한(당당하기도 한) 엄마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
"거리의 시선에 움츠러들지 않아. 요즘은 누가 쳐다보면 웃음으로 돌려줄 수 있어."(149쪽)
3부 제목은 'The Sun is Going Home'인데, 이것은 블루메미술관의 전시 제목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전시 작품과 함께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QR코드를 담아놓았다. 차분한 방구석 전시회인 셈이다. 직접 찾아가봐도 좋겠다. 이 외에도 밥솥으로 만드는 당근 케이크 레시피를 비롯해, 집을 주제로 자유롭게 펼쳐진 글 여러 편을 읽어볼 수 있다.
잡지의 장점은 다양한 글쓴이를 한 공간(책)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인데, 여러 글들을 보면서 나와 비슷한 생각, 다르지만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 새로운 시도 등 다양한 사유와 감정을 가져볼 수 있어서 좋았다. 포포포 매거진은 특히 엄마의 잠재력에 주목한다고 하니, 매번 다음 호를 기대하며 찾아볼 것 같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