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악당 바람 과일 채소 히어로즈 시리즈
사토 메구미 지음, 황진희 옮김 / 올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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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사과의 갈변 현상을 보고 "색깔이 왜 변했어요?" 하고 묻는다면 "악당 바람 때문이야."라고 대답해주면 될까요. 어쩌면 <사과와 악당 바람> 그림책을 본 아이들이라면, 그런 질문조차 하지 않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과일 채소 히어로즈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 이번에는 사과 편입니다.

과일과 채소 친구들이 모여 있는 맛있는 숲에, 빨간 사과가 친구들인 노란 사과, 초록 사과와 함께 놀러왔어요. 그리고 기마전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머리띠를 가장 많이 빼앗은 팀이 이기는 놀이지요. 세 사과가 한 팀, 다른 과일과 채소 친구들도 팀을 만들었어요. 이 장면에서 여러 과일 채소의 표정이 재미있습니다. 특히 여기서부터 무를 주목해보면 더욱 흥미로워요. 무는 놀이가 시작되기 전에 결연한 표정으로 말하지요.

"꼭 이기고 말 테야."

셋 모두 크기가 같아서 안정감 있고 흔들리지 않은 덕분일까요. 기마전 결과는 사과 팀의 승리로 돌아가지요. 그런데 사과 친구들이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가는 뒷모습을 누군가 따라갑니다. 갈색 바람이에요. 한편 저만치 가는 사과 셋을 바라보는 과일 채소 친구들의 표정 가운데 두드러진 얼굴은 무예요. 인상 찌푸린 모습. 그에 어울리는 대사도 적혀 있지요.

"억울해."

무는 기마전에서 진 게 몹시 속상한 모양이에요. 저는 주된 이야기인 '사과와 갈색 바람'도 재미있었지만, 이기는 데 집념을 보이는 무가 인상적이었어요. 어릴 때 경쟁심이 너무 없어서 탈이었던 저에게, 오히려 무의 표정과 말이 더 눈에 띄었어요. 여럿이 놀이를 할 때면 꼭 무와 같은 친구가 있는 법이지요. 놀이뿐 아니라 뭐든 승부 근성이 강한 사람이 있는데요, 겉으로 솔직하게 표출된 감정은 건강하고 좋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 장면에서는 사과 셋을 뒤쫓는 갈색 바람을 수상하게 바라보는 레몬의 시선이 더 마음에 와닿았지요. 자기 감정에만 갇혀 있다 보면, 정작 봐야 할 위험을 감지하지 못할 수도 있지 않나 싶고요. 감정과 표출의 적정선이란 참 어려운 듯해요.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면, 사과 셋을 휘감은 갈색 바람의 횡포에 맞서, 과일 채소 히어로즈가 출동합니다. 향신료 스파크에 갈색 바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게 되지요. 문제는 사과 셋의 얼굴이 갈색으로 변하고 만 거예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요. 바로 그림책에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사과 친구들이 숲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동안 단단히 벼르고 있었는지 무가 기마전을 하자고 말하는군요. 이쯤 되면 부제목이 <사과와 집념의 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겠어요. 과연 무는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요. 마지막 장면에서도 무를 비롯해 과일 채소 친구들의 표정을 보면 재미있습니다.

개인전이 아닌 단체전 놀이, 서로 몸을 부딪치며 상대방의 머리띠를 빼앗는 과정에서 손이나 얼굴에 생채기도 날 수 있는 놀이, 위로 들어올린 친구가 너무 무거워 끙끙대다가 팀 전체가 꽈당 뒤로 넘어갈 수도 있는 놀이, 그게 기마전일 텐데... 문득 지금의 아이들에게 그런 놀이 장면이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졌어요. 씁쓸해지기도 하고요. 항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람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오늘의 일상이 당연하게, 자연스럽게 인식되면 안 될 텐데 말이지요. 일상이 회복된 풍경 중 하나는, 아이들의 신나는 함성과 함께 학교 운동장에서 한창인 운동회가 아닐까 싶네요.

아이가 사과의 갈변 현상을 보고 "색깔이 왜 변했어요?" 하고 묻는다면 "악당 바람 때문이야."라고 대답해줄 수는 있겠어요. 그런데 <사과와 악당 바람> 그림책을 본 아이니까 이렇게 되묻지 않을까요. "악당 바람은 왜 갈색이에요?" (제 아이는 그런 질문이 없었지만요.) 만약 그런 질문을 받게 되면, 그림책을 함께 읽는 어른은 자신의 지식과 설명 능력으로, 아이 눈높이에 맞추어 갈색 바람의 정체를 설명해주면 되겠지요. 사실 악당이니까 일반 바람과 다르다고 여기면 그뿐일 거예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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