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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씨앗 발사! ㅣ 과일 채소 히어로즈 시리즈
사토 메구미 지음, 황진희 옮김 / 올리 / 2021년 9월
평점 :
과일 채소 히어로즈 시리즈를 이제야 만나봅니다. 앞선 두 권의 책 <맛있는 숲의 레몬>과 <딸기와 팡이>를 그냥 스쳐지나갔었지요. 표지 속 귀엽고 앙증맞은 캐릭터가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다음 기회에 보자고 미루었어요. 그러다가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 복숭아 편을 그냥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지금부터 명랑하고 상냥한 친구 복숭아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복숭아가 맛있는 숲에 나타나자 과일 채소 친구들이 공놀이하자, 기차놀이하자, 소꿉놀이하자, 그렇게 같이 놀자고 권하는군요. 복숭아의 답변은 모두 같아요.
"그래, 좋아!"
전부 다 할 수 없는데도, 복숭아는 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다는데요, 아마 "싫어."라는 말을 하지 못해서 그랬을 수도 있겠어요. 복숭아는 거절을 잘 못한다네요. 그래서 복숭아가 참여한 최종 놀이는 무엇이었을지 궁금했지만, 그 내용은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는 듯이 살짝 넘어갑니다. 복숭아가 많이 좋아하는 일은 꽃을 키우는 거예요. 제법 꽃밭이 넓어졌지요. 그런데 계속된 비 때문에, 꽃밭이 망가지고 말았어요. 민달팽이들이 꽃을 사각사각 먹어치우고 있어요.
그때 향신료 친구들이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그림책에서 확인해볼 수 있는데요, 그 장면에서 민달팽이들이 무엇을 싫어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게 됩니다. 과일 채소 히어로즈 덕분에 강적인 대왕 민달팽이도 물리치게 되지요. 그전에 복숭아의 눈부신 활약을 빼놓을 수가 없답니다.
"꽃과 향신료 친구들에게 못되게 굴지 마!"
그렇게 말하면서 복숭아가 곤경에 빠진 향신료 친구들을 도와줍니다. 그림책 제목과 연관된 무기를 이용해서요. 인상적인 장면은 복숭아가 벌벌 떠는 모습이에요. 대왕 민달팽이 앞에서 두렵고 긴장했던 탓인지, 무기가 무거웠던 탓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떨렸지만 끝내 행동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요. 그림책 초반에 친구들의 놀이 제안에 무조건 좋다고 말하던 복숭아의 반전 모습이기도 해요. 친구들에게는 한없이 다정하게, 친구들을 괴롭히는 악당에게는 무섭고 단호하게! 멋져요.
그림책 마지막의 꽃밭 장면이 참 예뻐요. 잘 가꾼 꽃밭, 벤치와 그네, 분수도 멋지지만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북적이는 공간이라 더 예쁘게 보여요. 이 세상도 복숭아의 작은 꽃밭 같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아이와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또 읽게 되는 그림책이에요. 굵고 큰 글씨체는 더 크게 소리치며 읽게 되지요. 대왕 민달팽이도 됐다가 히어로즈도 됐다가 복숭아도 됐다가 하면서요. 저는 개인적으로, 복숭아의 멋진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누군가 용기란 두렵지 않은 게 아니라 두려워도 씩씩하게 나아가는 것이라고 했던가요. 이 그림책을 통해, 떨고 있지만 당당히 악당과 맞서는 복숭아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