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버스 - 제4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입상작 웅진 우리그림책 92
김소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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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과 빨강, 노랑이 어우러진 표지가 인상적인 그림책이에요.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입상작이기도 한데요,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아이와 호기심을 안고 한 페이지씩 넘겨봤어요.


한 아이가 버스 정류장에 서 있어요. 집으로 가는 24번 버스가 도착했고 그곳에 탔지요. 조금 어수선한 버스 안에는 여러 동물들의 모습이 보여요. 신기하게도, 버스의 번호가 스르르 21번이 되네요. 아까는 번호가 벌레에 가려져서 제대로 안 보였거든요. 평소에 타던 버스가 아닌 다른 버스를 탔다는 설정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21번은 꿈과 상상의 버스인 셈이겠지요.


창밖으로 하늘 높이 솟아 있는 나무도 새롭고, 늪지대를 지나는 버스도 이채로워요. 바퀴가 진흙에 빠지고 말지만 걱정없어요. 자신의 몸을 기꺼이 밧줄 삼았던 동물 덕분에, 모두 힘을 합친 결과 위기를 모면했지요. 내릴 때 아주 느릿느릿했던 승객도 있었고요, 버스 안을 흔들흔들 위태롭게 만든 승객도 있었지요. 각각 어떤 동물들인지 쉽게 짐작이 갈 수 있을 거예요. 최근에 아이와 함께 나무늘보에 관한 그림책을 봤기 때문인지, 아이도 저도 그 승객을 보면서 많이 웃었네요. 아이들과 여러 동물들의 특성을 이야기하며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을 거예요.


이 그림책의 절정은 버스가 하늘을 나는 장면이 아닐까 싶은데요, 아이를 안전하게 집에 내려준 버스는 다시 출발합니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고요, 밝은 원색 위주의 색감 처리, 부드러운 동그라미 형태, 아이의 재미있는 모험담처럼 꾸며진 이야기가 조화롭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림책을 볼 때마다 그 속에 담긴 어떤 상징과 의미를 발견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이 그림책은 아이들과 정글 버스를 신나게 탄 것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일 거예요.


정글 버스 이야기를 보면서 아이와 함께, 서울대공원의 코끼리 열차를 탔던 기억도 나누었어요. 원색으로 발랄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조미자 님의 그림책도 떠올랐고요, 원숭이가 바나나를 기차표로 받는 우시쿠보 료타의 그림책도 연상됐어요. 작가의 다음 그림책은 어떤 색감, 느낌, 이야기를 담게 될지 기대감을 가져보게 됩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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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 인문학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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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였을까. 아이와 함께 매주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을 보는 중이다. 거실 스크린을 통해 오래전 텔레비전에서 방영됐던 앤을 다시 마주하니, 당연하게도 줄거리 이상의 것들이 보인다. 언젠가 축약본 말고 제대로 된 원작소설로 읽어야지 하고 마음만 먹던 중, 흥미로운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빨강머리 앤 인문학>인데, 법학자이자 아버지인 저자가 딸에게 쓰는 편지글로 되어 있다. 자신의 딸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딸에게 읽히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어떤 이야기일까?


이 책은 크게 나, 루시, 앤, 배시, 카퀫, 그 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나의 이야기'에서는 소설 <빨강머리 앤>이 가진 보수성, 획일성, 비현실성, 앤과 삐삐 혹은 앤과 윌러비의 비교 등이 나온다.


'루시 이야기'는 원작소설의 작가 루시 몽고메리에 관한 내용이다. 태어난 시대 배경, 가정환경, 성격, 작가적 재능 등 루시의 삶을 스케치하면서, 저자는 루시의 한계를 지적한다. 인디언이 외부의 노예, 여성들이 내부의 노예였다는 자각이 루시에게는 없었다는 점이다. 저자는, 버지니아 울프가 진보적이었던 반면 루시 몽고메리는 보수적이었던 면들을 대비시킨다.


'앤 이야기'에서는 원작소설이 일본어 번역본으로 나온 배경, 건강한 가정문학으로 포장되어 소설 속 보수성을 더욱 극대화시킨 당시 시대상이 언급된다. 또한 원작의 앤과 넷플릭스 드라마 속 앤, 원작과 드라마 줄거리 및 구성의 차이점이 상세히 나온다. 가장 큰 차이는 브로치 사건으로, 드라마에서는 그 사건 이후 앤의 입양과정을 분명히 보여준다.


저자는 커스버트 남매로 인해 독신 입양의 긍정적 선례를 남겼다는 견해에 이어, 19-20세기 캐나다의 고아와 아동노동 문제, 여성운동 등을 다룬다. 이채로운 점은, 루시 몽고메리의 보수적 성향과 별개로 원작 속에서 앤이 연대를 통한 여성들의 새로운 공동체 형성에 중심 인물로 비춘다는 것, 마릴라가 페미니즘적 여성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후 전개되는 '배시 이야기'와 '카퀫 이야기'는 원작과 달리 넷플릭스 드라마에 새롭게 추가된 요소를 중심으로 한다. 핵심 요소는 흑인과 인디언의 등장이다. 이들이 자기가 살던 곳을 떠나 온갖 고초를 겪은 근본 원인이 서양 제국주의라는 것. 저자는 이 사실을 전제로 드라마 속 인물들, 드라마 밖 인디언 기숙학교, 캐나다 내 인디언 인권운동의 실상을 보여준다. 그 외에 저자는 원작을 미국 동화로 오해할 여지에 대해, 루시 몽고메리를 잇는 오늘날의 캐나다 여성 작가들에 대해 언급한다.


이 책의 머리말과 맺음말에서, 저자는 여러 번 강조한다. 언제나 당당하게 나를 드러내는 앤처럼 살자고. 앤처럼 유일성을 잊지 말고 살아가자고.


"사랑한다, 딸아. 우리, 앤처럼 살자, 자기만의 삶을 살자, 기성의 속물이 되지 말자, 나를 세우되 남을 돕자, 야만에 맞서 바르게 살자, 그래서 다시 '앤'처럼 살아보자."(234쪽)


이 책으로 빨강머리 앤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문학의 위대함이랄까 그런 것도 실감한다. 작가와 원작의 한계에도 불구하고(물론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이견이 있겠지만) 캐릭터 앤이 주는 각성, 감동, 영향력이 영원하구나 싶어서. 이 책은 원작과 작가, 시대 배경 등을 더욱 폭넓게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앤을 더욱 사랑하게 만들어준다.


문득 내가 아이에게 애니메이션을 보자고 제안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본다. 책꽂이에 꽂아놓은 축약본 동화에 아이가 관심을 보였던 까닭만은 아니다. 계기가 있었다. 언젠가 거실에서 놀다가 넘어진 아이가 울음을 참는 것이다. 한 번도 눈물 뚝,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오히려 울고 싶으면 실컷 울라고 말해왔는데 자기 딴에는 더 이상 스스로 아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캔디가 아니고 앤이 되어야 하는데.' 그때 생각했었다. 그 생각이 정기적인 가정영화관 개봉으로 이어진 셈이다.


나는 감정에 솔직한 앤이 좋았고 아이가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기를 바란다. 지금 어릴 때뿐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타인을 배려하되 나를 감추거나 나다움을 지우지 말기를, 세상이 만든 틀에 자신을 가두지 말기를 바란다. 어쩌면 어른인 내게도, 이 책의 저자가 말한 '유일성'을 찾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할지 모르겠다. 적어도 아이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라도.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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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말린 공주 풀빛 그림 아이
다비드 칼리 지음, 파티냐 라모스 그림, 박선주 옮김 / 풀빛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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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말린이 뭐지 하고 검색을 해보게 됐어요. 규산염 광물로 아름다운 것은 보석으로 쓴다고 하네요. 이름이 투르말린인 공주가 있었어요. 눈동자가 투르말린 보석처럼 밝은 하늘빛이라 붙여진 이름이래요. <투르말린 공주>라는 그림책 이야기입니다. 공주는 탑에 갇혀 있고요, 세상에서 제일 용감한 기사만 공주를 구할 수 있었답니다.


그림책은 스스로 용감하다고 말하는 기사들이 공주를 구하러 가는 내용을 담았어요. 선홍색 루비 기사, 붉은 홍옥수 기사, 노란 황금 기사, 초록색 에메랄드 기사, 파란색 청금석 기사, 자줏빛 자수정 기사, 노란 토파즈 기사, 검은색 오닉스 기사, 은 기사, 그리고 크리스털 기사까지. 참 많은 색깔과 참 다양한 광물 혹은 보석이 나오지요? 이 가운데 공주를 만나게 된 기사는 단 한 명이에요. 어떤 기사일까요?


여기서 그 기사의 정체를 밝힐 수는 없지만, 특성을 소개할 수는 있어요. 기사는 아무 말도 안 했고, 말에서 떨어지지 않고 말을 올바른 방향으로 잘 몰았으며, 밀밭이나 숲에서 길을 잃지 않고 연못에 빠지지도 않았어요. 또한 까마귀나 나비한테 관심을 두지 않고, 망토가 더러워지는 것도 겁내지 않았으며, 말을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을 뿐이에요.


글작가가 의도한 바는 편견을 깨자는 것인데요,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누구나 글작가의 메시지를 짐작하게 될 거예요. 제가 기대했던 상상과 조금 다른 방향이기는 했어요. 저는 공주가 탑에 갇힌 사연이 소개되고, 공주 스스로 탈출하게 되는 이야기일까 하고 생각했었거든요. 독자의 기대와 상상이 무엇이었든, 분명한 것은 "세상에서 제일 용감한 기사"라는 표현에서 떠올리는 이미지가 여지없이 깨진다는 사실이에요.


문득 우리 안의 편견이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오래전 역사, 가까운 가족과 친구, 수많은 책들, 교육 현장, 그 외에 우리가 머무는 무수한 장소에서 만들어지는 것일 텐데요,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비단 특정 사안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닐 거예요. 그런 문제의식을 새롭게 일깨워주는 그림책을 만나본 셈입니다.


다비드 칼리의 글에 파티냐 라모스의 그림이 어우러진 책이었습니다. 그림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다양한 분위기가 연출된다고 할까요? 익살스럽게 느껴지는 그림도 있고, 어두침침한 상황과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그림도 있어요. 멋진 그림들을 감상하고 나면, 다시 글에 대한 사유로 돌아가게 되는데요, 여러 보석과 갇힌 공주, 말 달리는 기사의 설정이 참 상징적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우리 모두 보석처럼 빛나는 소중한 존재이건만, 세상의 편견이 누군가(보석 같은 존재)를 소외시키고 배제시킬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 편견을 깨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데 끊임없이 갈 길을 방해하거나 발목 잡는 일들이 허다하다는 것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신념의 길을 간다면 결국 해피엔딩이라는 것이겠지요. <투르말린 공주>는 글작가의 메시지에 더해, 독자 나름의 의미 부여를 해볼 수 있는 폭넓은 그림책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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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하다 - 이어령 선생과의 마지막 대화
김아타 지음 / 맥스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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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창조적 인간 이어령에 초점을 맞춘다. 파격하고 혁명하는 창조적 인간, 그러면서 무리 밖의 사람을 외면하지 않아 무한 존경하는 선생님! 솔직히 저자 김아타 님에 대해 잘 몰랐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작품세계를 검색해봤을 뿐이다. 서두를 통해 짐작해보건대, 저자는 끊임없이 파격하고 혁명하는 예술가로서 주변의 온갖 비판과 외면을 받다가 이어령 선생님의 긍정 메시지, 덕담을 생명처럼 받아들인다. 나 역시 저자만의 생소한 화법, 명사의 동사화, 그 결정체인 '이어령하다'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수용한다. 그렇게 스며들며, 이어령 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울여본다.

선생님은 저자의 <자연하다>, 자연이 그림을 그리는 프로젝트를 극찬했을 뿐 아니라 저자의 철학을 깊이 있게 풀어낸다. 그중 <살다>에서 <삶>이 나왔지, <삶>에서 <살다>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 행위가 먼저라는 말, 저자의 예술 행위는 명사 응결 전, 에너지의 원천, 영혼의 원천을 기록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실제 저자의 <자연하다>를 사진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 책 속에는 저자와 선생님 사이에 오간 편지글도 공개되어 있다. 시점은 2015년 8월경부터다. 안부를 묻고 일상사를 나누는 형식적인 내용이 아니라 지성과 감성, 철학과 예술을 교감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선생님에게 혜안과 고언을 구하고 선생님은 저자에게서 지적 자극과 감성의 동요, 통찰을 발견하니, 서로의 '지음' 같다.

2015년 12월 이후 편지 왕래는 멈추게 되는데 선생님의 건강 문제 때문이었고, 2020년에 이르러 저자는 자신이 조성한 작은 미술관 <아르테논>에 선생님을 초대하고자 소식을 전하나 선생님의 건강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때 저자는 결심한다. 선생님의 초상을 역사에 남기기로. 그렇게 그해 말, 저자의 필름에 선생님 모습이 담긴다.

저자 내외의 방문, 사진 작업, 저자가 보낸 글에 대해 선생님은 감동이 전염되었다면서 긴 회신을 한다. 꺼져가는 영혼에 다시 불꽃이 튄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글 속에 뭔가 흥분된 감정이 느껴진다. 2021년 1월 저자의 편지에 대한 선생님의 답신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아! 내가 죽음을 앞에 두고 유일한 지기를 얻은 것 같습니다."(167쪽)

선생님은 "거울이 속여 왔던 내 얼굴이 얼굴하다로 현전하였다"(168쪽)고 세상에 알리겠다면서, 자신의 초상 필름 작업을 신뢰하고 자연하다의 세상을 접목한다. 저자는 선생님의 초상 <이어령얼굴하다>를 예술 인생 최고의 걸작으로 자평한다. 선생님은 그 결과물에 대해 놀라워하며 기뻐한다.

저자는 2022년 1월 23일 선생님의 마지막 메일을 받게 되는데, 자음과 모음이 반쯤 누운 회신에 마음이 무너진다. 그러나 곧 달리 해석한다. 선생님은 글에서 해방된 것이라고. 그리고 단언한다. 선생님은 글을 버리고 대 자유로 갔노라고.

이 책에는 선생님에 대한 존경을 담은 저자의 헌시가 많이 수록되어 있다. 그중 '이어령하다'라는 제목의 글도 만날 수 있다. 닫는 글에서, 저자는 날마다 열반했고 부활했고 혁명했고 창조했던 것이 선생님의 정체이자 실존이었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강하게 마음을 붙드는 표현은 역시 '자연하다, 이어령하다'이지만, 그 윤곽이 선명하지는 않다. 내가 이해한 맥락이 저자와 선생님의 교감과 동일한 빛깔인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저자가 제안한, 선생님의 초상 필름 작업과 그 결과물이 선생님의 마지막 나날을 따뜻하고 평안하게 해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살다>에서 <삶>이 나온 것이라는 말을 곱씹어본다. 명사 이전에 동사, 어떤 원형, 본질과 영혼을 갈구하는 마음이 유한한 인생, 궁극적으로 외로운 인간을 구원하는 단서가 될까. 선생님의 말들은 늘 내게 질문을 던진다. 제대로 사유하고 느끼고 있는지, 잘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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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이면 충분해 웅진 우리그림책 91
남동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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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다른 그림책 <쳇! 두더지한테 아무도 관심 없어>를 아이와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번 신간도 기대감을 가졌어요. <숟가락이면 충분해>라니, 어떤 기발한 놀이가 펼쳐질까요?

한 아이는 작은 나뭇가지로 놀이터 모래에 그림 그리기를 하다가 친구의 빛나는 숟가락에 눈길이 갑니다. 결국 누나를 설득해서 숟가락을 가지러 집으로 가자고 말하지요. 이때 숟가락으로 할 수 있는 상상 놀이가 펼쳐지게 됩니다. 작가는 숟가락으로 재미있게 노는 법을 보기 쉽게 그림으로 보여주고 친절하게 말로 설명해주고 있네요. 아이와 종종 했던 시력 검사 놀이나 마이크로 활용하기가 나와서 반가웠어요.

집에서 엄마의 허락을 받고 숟가락을 챙겨 나온 남매! 이제 신나게 놀면 될 텐데 자꾸만 다른 데로 눈이 돌아가는군요. 숟가락으로 마음을 흔들었던 친구가 이제 다른 놀이 도구를 가져왔거든요. 남매는 그게 부러운 거예요. 그래서 또 집으로 달려가지요. 흥미로운 그림이 이어지는데요,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모두 다른 친구들의 놀잇감 혹은 운동 종목이 부러운 눈빛이에요.

아이들의 마음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재미있게 표현하는 작가 같아요. 특히 아이들의 다양한 표정만 봐도 유쾌해져요. 다만 한 가지, 젓가락과 비교하는 대목은 조금 아쉬웠어요. 젓가락도 그 나름대로 멋진 놀이 도구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무튼 아이들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한 듯해요. 어른들의 기준으로는 하나의 기능일 뿐인 생활용품이 아이들에게는 어느새 신나는 놀잇감으로 변신할 때가 많으니까요.

이 그림책으로 숟가락 놀이를 해봐도 좋을 듯합니다. 그나저나 모래놀이에는 숟가락이 나을까요, 국자가 나을까요, 아니면 꽃삽이 나을까요? 아이의 선택에 맡겨야겠어요. 아마 또 다른 놀이 도구를 선보일 수도 있을 거예요.

남매의 즐겁고 다채로운 숟가락 놀이 현장, <숟가락이면 충분해>였습니다. 숫가락이 아니고 숟가락! 헷갈리지 말라고 알려주기도 하니, 이 그림책 독자라면 틀리게 쓸 아이들은 없겠어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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