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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하다 - 이어령 선생과의 마지막 대화
김아타 지음 / 맥스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창조적 인간 이어령에 초점을 맞춘다. 파격하고 혁명하는 창조적 인간, 그러면서 무리 밖의 사람을 외면하지 않아 무한 존경하는 선생님! 솔직히 저자 김아타 님에 대해 잘 몰랐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작품세계를 검색해봤을 뿐이다. 서두를 통해 짐작해보건대, 저자는 끊임없이 파격하고 혁명하는 예술가로서 주변의 온갖 비판과 외면을 받다가 이어령 선생님의 긍정 메시지, 덕담을 생명처럼 받아들인다. 나 역시 저자만의 생소한 화법, 명사의 동사화, 그 결정체인 '이어령하다'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수용한다. 그렇게 스며들며, 이어령 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울여본다.
선생님은 저자의 <자연하다>, 자연이 그림을 그리는 프로젝트를 극찬했을 뿐 아니라 저자의 철학을 깊이 있게 풀어낸다. 그중 <살다>에서 <삶>이 나왔지, <삶>에서 <살다>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 행위가 먼저라는 말, 저자의 예술 행위는 명사 응결 전, 에너지의 원천, 영혼의 원천을 기록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실제 저자의 <자연하다>를 사진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 책 속에는 저자와 선생님 사이에 오간 편지글도 공개되어 있다. 시점은 2015년 8월경부터다. 안부를 묻고 일상사를 나누는 형식적인 내용이 아니라 지성과 감성, 철학과 예술을 교감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선생님에게 혜안과 고언을 구하고 선생님은 저자에게서 지적 자극과 감성의 동요, 통찰을 발견하니, 서로의 '지음' 같다.
2015년 12월 이후 편지 왕래는 멈추게 되는데 선생님의 건강 문제 때문이었고, 2020년에 이르러 저자는 자신이 조성한 작은 미술관 <아르테논>에 선생님을 초대하고자 소식을 전하나 선생님의 건강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때 저자는 결심한다. 선생님의 초상을 역사에 남기기로. 그렇게 그해 말, 저자의 필름에 선생님 모습이 담긴다.
저자 내외의 방문, 사진 작업, 저자가 보낸 글에 대해 선생님은 감동이 전염되었다면서 긴 회신을 한다. 꺼져가는 영혼에 다시 불꽃이 튄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글 속에 뭔가 흥분된 감정이 느껴진다. 2021년 1월 저자의 편지에 대한 선생님의 답신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아! 내가 죽음을 앞에 두고 유일한 지기를 얻은 것 같습니다."(167쪽)
선생님은 "거울이 속여 왔던 내 얼굴이 얼굴하다로 현전하였다"(168쪽)고 세상에 알리겠다면서, 자신의 초상 필름 작업을 신뢰하고 자연하다의 세상을 접목한다. 저자는 선생님의 초상 <이어령얼굴하다>를 예술 인생 최고의 걸작으로 자평한다. 선생님은 그 결과물에 대해 놀라워하며 기뻐한다.
저자는 2022년 1월 23일 선생님의 마지막 메일을 받게 되는데, 자음과 모음이 반쯤 누운 회신에 마음이 무너진다. 그러나 곧 달리 해석한다. 선생님은 글에서 해방된 것이라고. 그리고 단언한다. 선생님은 글을 버리고 대 자유로 갔노라고.
이 책에는 선생님에 대한 존경을 담은 저자의 헌시가 많이 수록되어 있다. 그중 '이어령하다'라는 제목의 글도 만날 수 있다. 닫는 글에서, 저자는 날마다 열반했고 부활했고 혁명했고 창조했던 것이 선생님의 정체이자 실존이었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강하게 마음을 붙드는 표현은 역시 '자연하다, 이어령하다'이지만, 그 윤곽이 선명하지는 않다. 내가 이해한 맥락이 저자와 선생님의 교감과 동일한 빛깔인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저자가 제안한, 선생님의 초상 필름 작업과 그 결과물이 선생님의 마지막 나날을 따뜻하고 평안하게 해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살다>에서 <삶>이 나온 것이라는 말을 곱씹어본다. 명사 이전에 동사, 어떤 원형, 본질과 영혼을 갈구하는 마음이 유한한 인생, 궁극적으로 외로운 인간을 구원하는 단서가 될까. 선생님의 말들은 늘 내게 질문을 던진다. 제대로 사유하고 느끼고 있는지, 잘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