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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 그리고 제주
박수현 지음 / 바람길 / 2022년 7월
평점 :
제주도 여행 서적은 아마 한 집에 한 권 이상 비치되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최근 몇 년 사이에 제주와 관련된 책들이 더 많이 출간되는 분위기 같고요. 그 가운데 제주의 풍광과 맛집 중심의 여행책과 차별화된 책이 나와서 시선을 끕니다. 바로 <탐라 그리고 제주>로, '탐라순력도로 떠나는 제주 역사 여행'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요. '탐라순력도'는 1702년 제주목에 파견된 이형상 목사가 그해 10월부터 11월에 걸쳐 21일간 제주를 돌아보며 화공을 통해 그 여정을 그림으로 남긴 것입니다. 이 책은 '탐라순력도'를 따라 제주를 돌아보자는 의도로 구성되었어요.
처음 이 책을 펼쳐본 느낌은 좀 낯설다는 것이었어요. 우리나라 문화재 보물인 '탐라순력도'에 대해서도, 이 책 소개를 통해 알게 되었지요. 몇 번 가봤던 제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생소한 내용이 꽤 많았어요. 그만큼 지금까지 제주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했구나 하고 실감하게 됐어요.
이 책은 옛 지명인 탐라의 유래부터 충렬왕 때(1294년) 원나라에 공물로 바쳤던 탐라를 돌려받아 '제주'로 바꾸고 지방행정 단위인 '목'을 설치했으며, 관리자로 '목사'를 파견했다는 내용을 담았어요. 조선시대 대표적인 유배지였던 제주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됐고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 7개 읍, 5개 면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저자는 과거의 탐라에 주목하되 현재의 제주까지 아우르는 통시적 관점을 보여줍니다.
가령 '해녀'를 서술하는 대목에서, 고려사 기록상 진주 공물로 미루어 전복 캐는 남자인 포작, 해조류 채취하는 여자인 잠녀의 존재를 언급합니다. 이후 일제강점기 해녀들의 시위를 비롯한 역사 속 해녀의 모습을 살핀 후, 저자는 2004년 해녀박물관 및 제주 해녀 항일 운동 기념탑 건립, 2016년 제주 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사실을 각각 상기합니다.
제주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4.3사건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주말로 넓은 들판인 '너븐숭이'가 있는 북촌리는 일제강점기 항일운동가, 해방 후 자치 조직이 왕성했던 곳이라고 해요.
이 책에 수록된 그림은 호연금서, 한라장촉, 공마봉진, 산장구마, 감귤봉진, 귤림풍악, 제주양로, 건포배은, 제주조점, 제주전최, 병담범주, 화북성조, 조천조점, 김녕관굴, 별방조점, 우도점마, 성산관일, 수산성조, 정의조점, 정방탐승, 서귀조점, 천연사후, 현폭사후, 산방배작, 모슬점부, 대정조점, 차귀점부, 명월조점, 비양방록, 애월조점 등입니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은데, 저자가 그 뜻을 하나씩 풀어주면서 그림과 관련된 지명 및 역사적 배경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글을 전개합니다. 그중 한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현폭사후는 중문 천제연 폭포에서 활 쏘는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현재는 1, 2, 3 폭포로 분리된 천제연 폭포를 그림에서는 상폭과 하폭으로 구분하고 있어요. 내용 중에는 조선 후기 문신 임관주가 천체연 폭포에 대해 남긴 한시도 실려 있고요, 폭포 근처 암석동굴 천정의 물을 맞으면 모든 병이 사라진다는 설, 아치형 다리인 선임교에 얽힌 칠선녀 전설, 천제연 이름에 얽힌 유래 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제주에 얽힌 역사, 문화, 인물, 장소, 특산물 등 다양한 측면의 지식 창고, 백과사전 같은 책입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알게 된다는 말처럼, 이 책은 제주에 대해 더 확실하게 알려주고 제주를 더 보고 싶게 만들 거예요. 유명한 경치와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는 제주 여행도 좋지만, 가는 길목마다 역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면 더욱 특별한 제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어요.
탐라부터 제주까지, 지명의 변천만큼 많은 세월이 흘렀고 제주의 모습도 변했지요. 저자가 제주 태생은 아니지만 그곳을 아끼는 마음으로 제주를 더 알게 되고 수집한 정보를 책으로 담아낸 것일 텐데요, 독자인 저 역시 제주 태생은 아니지만 그곳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어요. 이왕이면 좋은 날씨에 가족과 함께 다시 찾고 싶은 제주! 그곳을 더 알고 싶다면, 여행 전 미리 책으로 탐방하고 싶다면, 이 책을 가이드북으로 추가할 필요가 있을 거예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