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는 기쁨 ㅣ 기쁨 시리즈 3
사니 지음 / 달로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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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어진 자리에서 뭐라도 주워 일어나려나? 가볍게 생각하며 펼쳐든 책. 완벽하지도 완전하지도 않은 우리의 삶은 사실 늘 크고 작은 실패와 좌절이 함께한다. 더불어 의지도 노력도 성공도 행복도 함께한다. 그 모든 사소한 일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그 끝에서 자기 마음까지 들여다 본 책인 것 같다.


     좋은 문장들을 한 페이지 걸러 하나씩 발견하고 독서노트에 필사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쓰지 않았다.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 좋아서.


     갑작스레 만나도 좋은 나의 사람과, 바쁜 일상에 잠깐 만나 투덜거리기도 하며 수다를 떨고 있는 느낌이었다. 일방적으로 한 사람을 감정쓰레기통으로 사용하는 그런 부정적인 투덜거림이 아니라, 서로 공감하고 위안을 얻고, 나만 유별난 게 아니라는, 평범하지만 언제나 꼭 필요했던 위로를 건넨다. 작가님은 사실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왜 대화를 느꼈는지 모르겠다. 나와 닮은 부분도 많았고, 비슷한 경험에 다른 행동을 한 내용도 많았고, 공감과 감탄을 오가며 나도 모르게 대화를 했었나보다. 누군가의 부족한 면을 보는 것이 이렇게 위로가 될 수 있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나의 부족을, 나의 추락을 잘못되었다 하지도, 더 노력해야지 훈계하지도 않고 ‘대부분 다 그런 거 아니야?’하며 의연하게 내 마음을 토닥인다.


     부정적인 자신의 감정을 직시할 때, 떨쳐내고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보인다. 스스로 부끄러워 외면했던 나의 모습들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것 같다. 작가님의 위로를 받았으니 나도 싫은 것들 속에서 귀여운 면을 찾아 사랑할 궁리를 하고, 좀 더 오해를 줄여 관계를 회복하고, 그렇게 나의 하루를 되돌아보고, 이 정도면 나의 오늘은 충분히 빛났구나 생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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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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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이 영어로 쓴 조선시대 배경의 소설은 어떤 느낌일까? 이 오묘한 조합에 대한 기대감으로 무조건 책을 펼쳐 들어야만했다.


     열여섯의 이제 막 다모가 된 소녀 ‘설’과, 올곧고 바르게만 보이는 ‘한’ 종사관이 등장한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다모로서 천민으로서 여자로서 궁금증 많은 소녀가 함께한 수사이야기가 펼쳐진다. 당찬 소녀 설은 ‘가족’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해내고자 하는 강인함을 갖고있지만, 반면에 아직 많이 배우지 못해 어리숙한 모습도 보인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이겨내고자 하고 점차 발전해 나간다.


     신유박해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배층과 기득권층의 주요인물 중심으로 바라본 교과서 속 내용들과는 또 다르게, 모르는 것도 낯선 것도 많은 ‘설’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직접 그 시대를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러 등장인물이 입체적이고 저마다의 이유를 가슴속에 새기고 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 많은 인물들이 얽히고설켜 읽을수록 더 뒷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시대물의 느낌에서 살짝 벗어난 평범한 문체가 오히려 새로웠다. 영어를 한글로 번역해서 그런 것인지, 작가 특유의 문체인지는 알 수 없으나 담백한 문체 덕분에 인물과 사건에 집중 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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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나
이종산 지음 / 래빗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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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남은 삶을 고양이로 사시겠습니까?’라는 질문부터 세계인의 5%가 고양이가 되어버렸다는 설정만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온 책.


     고양이와 함께 살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책을 읽기 전부터 상상할 수 있는 많은 것을 상상해보았었다. 그런데 책은 나의 상상력을 넘어선 그 외의 것을 보여주었다. 황당하고 허무맹랑한 판타지가 아니라 가깝고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나의 상상이 놓치고 간 ‘사람’들의 이야기. 고양이를 말하지만 사람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몇몇 사람이 스스로 선택하여 고양이가 된 세상을 상상하여 쓴 이야기지만, 지금 현재, 좀 더 타인에 대해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 깊이 생각 해 본다면 지금도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세상을 지배하고, 사랑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고 얘기한다. 타인에 대한 사랑, 직업에 대한 사랑,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사랑까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많은 소설들에 비해 유난히 색다르기도 하고, 모두가 한번쯤은 생각해보고 지나갔으면 싶은 ‘사랑’의 다양한 면이 담겨있다.


     유성우에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늘 그 소원에 대해 생각하며 살아가는 꿈을 좇는 사람이라는 별똥별의 비밀처럼, 찰나의 순간 앞으로 사람으로 살 것인지, 고양이로 살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해 낸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해 온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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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줄리애나 배곳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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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짤막한 소설은 부족함 없이 알차게 반짝거리고 있었고, 흔해 보이는 SF소재로 평소 만나지 못했던 독특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꿈속에서나 느낄 수 있을 듯한 오묘한 분위기의 이야기들 속에 입체적인 등장인물들이 살아간다.


    그동안 나에게 ‘SF란 이런 거지.’하는 편견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오랜 시간동안 SF를 즐겨왔는데, 이런 소설은 처음이었다. 과학적이면서도 문학적이고, 대중적이면서도 독특했다. 문득 이 책을 ‘SF’라는 장르문학이라고 치부해 버려도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이야기들은 행간에 많은 여유를 담고 있어서, 읽고 나서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책 속에서 독자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는 독자의 마음. 원래도 그런 것이지만, 이 책은 유난히 그 가능성이 크게 열려 있는 것 같다.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에 적당한 책일 것 같다.


    요즘 개인적으로 SF를 많이 읽고 있어서 이제는 환기가 필요하다 싶었는데, 이 책은 SF를 사랑하는 마음은 충족시켜주면서도 지루하거나 뻔한 느낌 없이, 색다르고도 깊이 있다. 30여 쪽의 짧은 이야기에 이토록 깊이 빠져들게 만들고 벗어나기 어렵게 여운을 남기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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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의 상자
정소연 지음 / 래빗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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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단편소설집은 이야기가 달라질 때마다의 집중력 전환이 어려워서 읽는데 무척 오래 걸리는 편이다. 이 책은 단편집임에도 술술 읽혔다. 그러면서도 한 이야기가 끝날 때 마다 여운이 길에 남았고, 또 한편으로는 다음 이야기를 얼른 읽고 싶었다. 느릿느릿 한편씩 읽기에도 좋고, 짧은 시간동안 한 번에 읽기에도 좋은, 읽는 사람에게 친절한 단편 소설집이었다.


    소설집의 전반부는 항성간 이동을 독점하는 ‘카두케우스’라는 회사가 존재하는 세계관 속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연작소설의 형태로 담겨있고, 후반부는 팬데믹이 일어나는 여러 세계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되돌아 생각해 보니 모두 가족과 친구,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소설의 배경으로는 SF였지만, 현재 같기도 하고 현실 같기도 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은 우주여행이 가능한 미래에도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메마른 현대인들을 촉촉하게 적셔줄 감성적인 이야기들이었다. 이렇게나 잔잔하고 감성적인 SF가 있을 수 있다니. 이렇게 마음을 흔들고, 쓰다듬고, 간지럽히고, 콕콕 찌르는 이야기들을, 비슷한 모습이 하나 없어 보이면서도 같은 결을 가진 이야기들을, 계속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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