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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평점 :
한국인이 영어로 쓴 조선시대 배경의 소설은 어떤 느낌일까? 이 오묘한 조합에 대한 기대감으로 무조건 책을 펼쳐 들어야만했다.
열여섯의 이제 막 다모가 된 소녀 ‘설’과, 올곧고 바르게만 보이는 ‘한’ 종사관이 등장한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다모로서 천민으로서 여자로서 궁금증 많은 소녀가 함께한 수사이야기가 펼쳐진다. 당찬 소녀 설은 ‘가족’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해내고자 하는 강인함을 갖고있지만, 반면에 아직 많이 배우지 못해 어리숙한 모습도 보인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이겨내고자 하고 점차 발전해 나간다.
신유박해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배층과 기득권층의 주요인물 중심으로 바라본 교과서 속 내용들과는 또 다르게, 모르는 것도 낯선 것도 많은 ‘설’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직접 그 시대를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러 등장인물이 입체적이고 저마다의 이유를 가슴속에 새기고 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 많은 인물들이 얽히고설켜 읽을수록 더 뒷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시대물의 느낌에서 살짝 벗어난 평범한 문체가 오히려 새로웠다. 영어를 한글로 번역해서 그런 것인지, 작가 특유의 문체인지는 알 수 없으나 담백한 문체 덕분에 인물과 사건에 집중 할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