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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줄리애나 배곳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3월
평점 :
짤막한 소설은 부족함 없이 알차게 반짝거리고 있었고, 흔해 보이는 SF소재로 평소 만나지 못했던 독특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꿈속에서나 느낄 수 있을 듯한 오묘한 분위기의 이야기들 속에 입체적인 등장인물들이 살아간다.
그동안 나에게 ‘SF란 이런 거지.’하는 편견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오랜 시간동안 SF를 즐겨왔는데, 이런 소설은 처음이었다. 과학적이면서도 문학적이고, 대중적이면서도 독특했다. 문득 이 책을 ‘SF’라는 장르문학이라고 치부해 버려도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이야기들은 행간에 많은 여유를 담고 있어서, 읽고 나서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책 속에서 독자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는 독자의 마음. 원래도 그런 것이지만, 이 책은 유난히 그 가능성이 크게 열려 있는 것 같다.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에 적당한 책일 것 같다.
요즘 개인적으로 SF를 많이 읽고 있어서 이제는 환기가 필요하다 싶었는데, 이 책은 SF를 사랑하는 마음은 충족시켜주면서도 지루하거나 뻔한 느낌 없이, 색다르고도 깊이 있다. 30여 쪽의 짧은 이야기에 이토록 깊이 빠져들게 만들고 벗어나기 어렵게 여운을 남기는지.